*[예리한 시선]은 기업 의사결정 이면에 숨겨진 ‘왜?’를 파고드는 코너입니다.
SK텔레콤은 ‘이니셜(Initial)’ 컨소시엄을 이끄는 기업 중 하나입니다. 이 컨소시엄엔 KT, LG유플러스, 삼성전자,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그리고 코스콤 등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라온시큐어는 ‘DID 얼라이언스 코리아’라는 이름의 컨소시엄에 DID 기술을 제공하고 있죠. 이 연합체에는 신한은행, 농협은행, 한국투자증권, 삼성SDS 등 50개가 넘는 기업이 합류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 기업 아이콘루프가 이끄는 ‘마이아이디(MyID) 얼라이언스’도 DID 생태계 구축에 집중하는 컨소시엄 중 하나입니다. 여기엔 신한은행과 삼성전자 등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대체 DID가 뭐길래 여러 컨소시엄이 생겼고, 또 국내 유수의 기업이 관심을 보이는 걸까요?
전자상거래뿐만이 아니죠. 우리는 온라인에서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해당 기업에 종속된 ID를 만듭니다. 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해 로그인하면 기업은 이 사람이 지난번 접속한 그 사람과 동일인이란 걸 식별합니다. 카카오 혹은 페이스북의 ‘로그인하기’ 기능도 이와 같은 원리입니다. ID 소유자가 ‘나’란 걸 카카오나 페이스북이 대신 확인해줄 뿐이죠. 이런 ‘식별자’는 모두 중앙화되어 있습니다.
조금 과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그저 온라인에서 작은 제품 하나를 사려는 것뿐인데 내 개인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니요. 그 수많은 기업을 어떻게 믿고 개인정보를 넘길 수 있을까요? 기업이 해킹이라도 당한다면? 또 나의 동의 없이 내 정보를 다른 곳에 넘기기라도 한다면?
DID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DID로 로그인하면 기업은 ‘공개키기반구조(Public Key Infrastructure)’를 통해 이 사람이 지난번에 접속한 사람이란 걸 확인하게 됩니다. 즉, 스타벅스 매장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할 때와 마찬가지로 개인정보를 제공할 필요 없이 내가 나임을 확인해줄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그동안 기업이 저마다 ID를 요구했던 이유는 ‘식별’ 수단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또 ID를 식별할 수 있는 주체는 그 ID가 종속된 기업에 한정되었죠. 그런데 DID가 활성화되면 이 ID 하나만으로 여러 기업의 서비스에서 ‘내가 나임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DID의 식별자는 분산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DID를 활용해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을까요? 기업이 DID 사업에 진출하는 까닭은 여기에 숨어 있습니다.
DID가 구현되기 위해선 플랫폼이 있어야 합니다. 쉽게 말해 사용자 입장에서 스마트폰으로 DID를 발급하려면 앱이 있어야 합니다. 라온시큐어의 ‘옴니원’, 아이콘루프의 ‘마이아이디’ 등이 그 앱입니다. 플랫폼의 사용자가 많아지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이 가능해집니다. 카카오톡은 처음에 메신저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두터운 사용자층을 기반으로 게임, 전자상거래, 금융 등 다방면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습니다. 이와 유사하게 일단 DID 플랫폼 사용자가 증가하면 여러 방식으로 사업이 확장될 여지가 있다는 게 업계 중론입니다.
사용자는 서비스(할인 혜택)를 받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 제공하면 되기 때문에 이득입니다. 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정확한 타깃 선별이 가능해져 이득입니다. DID 플랫폼상에서 타깃을 대상으로 한 광고도 할 수 있습니다. DID 플랫폼은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수익을 챙길 수 있습니다.
브랜딩 효과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사실 사용자 입장에선 간편한 로그인 수단이 하나 더 생겼을 뿐입니다. 다만 이를 자주 사용할수록 해당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는 높아지게 됩니다.
그러나 앞서 설명했듯 신분증명과 신분인증, 식별은 다릅니다. 온라인 쇼핑몰에 가입할 때 굳이 모바일 신분증을 제시할 필요는 없습니다. 좀 더 낮은 단계의 인증, 식별 분야에선 여전히 DID가 사업성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주민등록증 상에 올라간 정보 말고도 개인 정체성을 정의할 수 있는 정보는 무수히 많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운동, 패션 취향 등 개인 특성을 DID로 발급할 수 있습니다. 헬스가 취미인 사람이 이 정보를 DID로 발급해 나타낼 수도 있습니다.
/도예리기자 yeri.do@decenter.kr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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