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국가가 80곳을 넘어서면서 글로벌 사업 영역이 큰 블록체인 업계도 비상이다. 특히 국내 블록체인 기업들이 많이 진출한 베트남이나 싱가포르도 한국인 입국에 제한을 두면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늘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2일 14시 기준 한국인 및 한국 방문객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격리 등 검역을 강화한 국가는 총 81곳이다. 한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거나 일정 기간 막는 국가는 36곳, 입국 시 격리하거나 검역을 강화한 국가는 45곳이다.
블록체인 기업은 업계 특성상 글로벌 시장을 기반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곳이 많다. 암호화폐도 세계 단위로 거래되며, 또 기업에 대한 투자도 세계 시장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해외 블록체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개발하는 국내 기업들도 많으며, 해외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국내 벤처캐피탈(VC)도 여럿이다. 해외 기업과 함께 밋업 등 행사를 개최하는 경우도 잦다.
하지만 코로나 19의 국내 확산으로 이 모든 사업은 차질을 빚고 있다. 확산 초반엔 국내 블록체인 행사가 취소 또는 연기되는 정도에 그쳤지만, 국내 확진자가 늘고 다른 국가가 한국인 입국을 막기 시작하면서 사업상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많아졌다.
국내 한 블록체인 벤처캐피털은 코로나 19로 인해 2월과 3월에 예정돼있던 베트남 출장을 모두 취소했다. 베트남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투자했기 때문에 개발 상황을 계속 점검해야 하지만 입국 제한으로 비즈니스미팅 자체가 불발됐다. 새로운 베트남 프로젝트를 발굴하려던 계획도 보류했다. 해당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베트남에는 투자 포트폴리오에 속한 프로젝트도 있고, 새로 발굴할만한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많아서 가야 한다”며 “이 사태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베트남은 입국 전 14일 이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격리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한국인의 15일 무비자 입국도 중단했다. 지난달 29일에는 한국발 여객기의 하노이 공항 착륙을 불허하여 여객기가 긴급회항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는 게 힘들어지면서 사업 및 행사 계획을 재검토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 블록체인 커뮤니티빌딩 업체 크립토서울은 매년 여는 블록체인 컨퍼런스 ‘비들 아시아(BUIDL Asia)’를 오는 7월 베트남 호치민에서 개최한다. 서울이 아닌 해외에서 비들 아시아를 여는 건 처음이기 때문에 꼼꼼히 준비해왔지만, 코로나 19 확산 상황에 따라 행사 일정을 재검토할 계획이다.
에리카 강 크립토서울 대표는 “현재 호치민에 있기 때문에 행사 준비는 예정대로 하고 있지만, 요즘 출장이 어려운 관계로 전반적인 행사 기획에선 차질이 생기기도 한다”며 “지난주에 한국에 들어가려 했지만, 베트남에 다시 입국하기 어려울 수 있어 (서울행) 일정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강 대표는 “행사가 잡힌 7월에는 괜찮아질 듯하지만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에 대한 걱정도 있다”며 “행사를 연기할지 그대로 진행할지 재검토해 3월 중 공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블록체인 기업이 대거 진출한 싱가포르도 현재는 방문하기 어렵다. 국내 블록체인 기업 중엔 사업은 국내에서 진행하면서도 법인은 싱가포르에 둔 곳이 많다. 싱가포르는 명확하지 않은 국내 규제를 피해 ICO(암호화폐공개)를 진행한 블록체인 기업들이 1순위로 택해온 목적지다. 그러나 현재 싱가포르는 입국 전 14일 이내 대구 및 청도를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 고위험국가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추가 의료검사를 하겠다고 밝히면서 미국 출장이 염려된다는 관계자도 있었다. 매년 5월 뉴욕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 블록체인 컨퍼런스 ‘컨센서스(Consensus)’가 열린다.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 5월에 계획한 뉴욕 출장에도 차질이 있을까 걱정된다”고 전했다.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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