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니에겐 대체불가능한토큰(NFT) 사업이 처음이자 끝입니다. 다른 대기업과 달리 어떤 제 3의 의도가 있지 않아 더 절실하고 순수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4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만난 미르니 양영석 대표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넘쳤다. 양 대표는 올해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 박사 과정을 졸업한 후 NFT 사업에 뛰어들었다. 국내 ‘토종’ NFT 플랫폼 미르니 서비스를 출시해 이더리움(ETH)과 폴리곤(MATIC) 기반의 NFT 거래를 지원하고 있다. 세계 최대 NFT 마켓플레이스 오픈씨와 100% 연동돼 미르니 파트너 크리에이터의 NFT 작품은 오픈씨와 미르니에서 모두 거래할 수 있다.
서비스가 개시된 지 이제 6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미르니 가입자 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11월엔 가입자 수 1만 명을 돌파했다.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2만 2,000명 정도다. 이 같은 성장세에 네이버 계열 VC ‘스프링캠프’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하며 가능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양 대표는 NFT 플랫폼을 창업하게 된 계기로 무엇보다 ‘재미’를 꼽았다. 양 대표는 박사 과정 졸업 1년 전부터 이더리움 연구를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이더리움 버추얼 머신의 버그를 찾아내며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졸업 후 자신의 주력 분야인 버추얼 머신의 효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를 찾다가 발견한 것이 NFT다.
양 대표는 “기술적인 부분도 좋지만 개인적인 동기 부여가 컸다”며 “NFT 커뮤니티에 모인 사람들의 열정적인 에너지가 좋았고 여기서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나홀로 등장한 신생 스타트업으로서 한계도 분명했다. 카카오와 업비트 등 대규모 자본을 등에 업은 대기업의 진출로 과열된 NFT 플랫폼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카카오톡과 연동된 카카오 그라운드X의 ‘클립 드롭스'나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는 ‘업비트 NFT’ 등 경쟁 서비스에 비해 거래량이나 이용자 수에서 크게 밀릴 수밖에 없었다.
미르니는 대기업이 아니기에 가능한 미르니만의 장점을 역이용해 돌파구를 찾는다는 계획이다. 양 대표는 미르니가 가진 메리트를 중립성으로 꼽으며 미르니를 'NFT 플랫폼계 스위스’로 비유했다. 여타 대기업 NFT 서비스와 같이 클레이튼과 루니버스 등 특정 체인이나 메타버스 플랫폼에 묶이지 않아 더욱 다양한 업체들과 협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새롭게 창업한 스타트업이나 해외 업체들과의 협업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양 대표는 “기존 체인을 가진 대기업의 NFT 서비스의 경우 다른 체인을 기반으로 한 NFT 지원이 아예 불가능하다"며 “대기업과 관계 없는 국내외 업체들이 미르니에 관심이 많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NFT 플랫폼 이외에 운영하고 있는 기존 사업이 없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양 대표는 “미르니는 발행한 암호화폐도 없고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위해 NFT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아니다. 어떤 제3의 의도가 있지 않다”며 “사람들이 원하는 것에만 집중한다면 오히려 대기업의 NFT 부서보다 더 많은 자원을 밀어붙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르니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다방면의 업그레이드도 준비하고 있다. 가장 큰 목표는 솔라나(SOL) 체인 연동이다. 솔라나는 최근 NFT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며 주목 받는 블록체인이다. 지난 16일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가 솔라나 기반 NFT를 발행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르니는 내년까지 현재 미르니에 연동된 이더리움과 폴리곤에 더해 솔라나를 지원해 콜렉터들의 니즈를 충족시킨다는 계획이다. 솔라나 이외에도 계속해서 여러 체인을 추가해 멀티체인 NFT 환경을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베타 버전으로 운영 중인 미르니의 정식 버전도 내년 2~3월 중에 출시 예정이다. 양 대표는 “미르니의 가장 큰 과제는 사용자의 목소리를 더 듣는 것”이라며 “좀 더 콜렉터 중심으로 사이트 UX를 개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최근엔 미르니 공식 디스코드 채널을 개설했다. 디스코드는 NFT 커뮤니티가 주로 활용하는 채팅 서비스 플랫폼이다. 미르니는 디스코드를 이용자 간 소통 공간으로 만들어 커뮤니티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더욱 장기적으로는 해외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양 대표는 현재 미르니의 해외 진출 국가로 일본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양 대표는 “일본은 미국·중국에 비해 경쟁이 덜 치열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국내 시장과 일본 시장의 니즈도 비슷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주목 받고 있는 NFT 규제 문제에 대해선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해 문제를 예방하겠다고 밝혔다. NFT 플랫폼 업체의 가상자산사업자 여부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지만 미르니는 일단 금융감독원(FIU)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NFT 서비스로는 처음으로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취득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NFT 플랫폼을 운영하는 국내 기업 가운데 NFT 서비스에 대한 ISMS 인증을 취득한 사례는 없다.
미르니의 ISMS 인증 취득 준비는 아직 시작 단계다. 2주 전부터 ISMS 인증 컨설팅 전문 업체로부터 컨설팅을 받기 시작했다. ISMS 인증 발급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최소 6개월은 지난 내년 6월쯤에야 인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 대표는 “이전에 ISMS 심사위원이 되기 위해 ISMS 학원을 다닌 적도 있어 커뮤니케이션이 수월한 면이 있다"며 "ISMS 인증은 무조건 받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양 대표는 미르니를 최소 20년의 장기적인 관점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NFT 거래를 지원하는 현재의 마켓플레이스 구조를 확장해 궁극적으로는 NFT 대출과 NFT 금융상품 등 NFT 파생상품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양 대표는 “블록체인 쪽에서 현금의 기능을 하는 것이 비트코인(BTC)라면 자동차·부동산과 비슷한 게 NFT라고 생각한다. 자동차·부동산의 대출이나 중고 거래를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하며 "미르니를 1~2년 해서 어떻게든 대박을 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NFT를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진 다이아몬드 원석으로 비유했다. 미르니라는 이름도 러시아에 있는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따온 것이다. NFT라는 원석을 발굴해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의미다.
양 대표는 “물론 현재 특정 NFT 상품들은 ‘버블’이라고 생각하지만 NFT쪽으로 앞으로도 큰 돈이 계속해서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활용해 인류를 임파워링(empowering)하고 즐겁게 하는 NFT의 가치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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