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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수학·과학 홀대에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소'는 누가 키우나"

교육부 "기하·벡터, 과학Ⅱ 수능서 제외… 학생부담 줄인다"

과학·블록체인 업계 "수학·과학 홀대하면 미래인재 없다"

"수학, 기초지식 학습 중요…부족하면 신기술 습득 힘들어"

블록체인 전문가 "전자서명 알고리즘 등 수학적 개념 필수"

안그래도 심각한 블록체인 인력난…새로운 인재육성 언제?


과학기술단체들이 2022학년도 수능 개편안의 이공계열 과목에 ‘기하’와 ‘과학Ⅱ’를 포함할 것을 요구하며 서명 운동에 들어간 가운데 블록체인 업계도 정부의 ‘수학·과학 홀대론’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당장 시험을 봐야 하는 학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서는 좋을 수도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국가 경쟁력의 원천을 갉아먹는 ‘빚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공학한림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등 13개 국내 과학기술계 단체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수학·과학 교육을 축소하는 것은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일”이라며 서명운동 동참을 호소했다. 블록체인 업계도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문과 시험에서 ‘기하와 벡터’를 빼고, 2022년부터 이과 시험에서 ‘과학Ⅱ’를 아예 배제하기로 한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한 블록체인 기업 관계자는 “해외 주요국들은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수학과 과학 교육을 확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정 반대로 가고 있다”며 “IT 강국을 자처하던 한국이 수학·과학 교육을 홀대하면 4차 산업혁명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각계에서 반대 목소리가 높지만, 교육부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수능 과목구조와 출제범위 등을 담당하는 송근현 교육부 대입정책과장은 “기하·벡터는 이공계로 진학하는 학생 중에서 기계공학 계열을 전공하는 학생만 필요하다”며 “수능 과목에 넣으면 모든 학생이 배워야 하는 만큼 필요한 학생만 배우면 된다는 것이 교육부의 판단”이라는 입장이다.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기본 개념을 기반으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블록체인 기업 입장에서는 속이 바싹 타는 얘기다.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의 꽃으로 불리는 블록체인 기술은 수학과 과학적 응용 능력이 중요하다”며 “고등학생 때 기본 지식을 충분히 다지지 못한 채 대학 수업을 듣고 졸업하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데 어려움이 크다”고 말한다. 수학은 공식을 외운 후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닌 전제와 가정이 있는 ‘논리’이기 때문에 기초 지식을 충분히 학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하는 블록체인 기술은 특히 더 그렇다. 익명을 요구한 블록체인 개발자는 “블록체인 프로그래밍을 개발할 때 수학적 역량은 필수고, 암호화를 위해선 무엇보다 기하가 꼭 필요하다”며 “블록체인 개발자들은 타원 곡선 암호 방식을 이용한 전자서명 알고리즘(ECDSA)을 필수로 이해해야 하는 데 수학적 기반이 받쳐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등학생 때 배우는 기하가 대학에서 이산 수학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ECDSA는 공개 키 방식의 사용자 인증을 이끌어내 편의성과 보안성의 간극을 메운다고 평가되는 알고리즘이다. 현재 은행권과 전자상거래 분야의 간편 로그인 서비스에 많이 쓰인다.

또 다른 개발자는 “블록체인에서 많이 쓰이는 솔리디티와 같은 새로운 언어를 프로그래밍하려면 수학적 개념이 꼭 필요하다”며 “이번 제도로 인해 학생들의 수학적 개념이 약해지고 프로그래밍 자체를 어려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학적 개념을 응용할 때뿐 아니라 깊이 있는 개념을 이해하고 생각해내는 것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에서 원하는 개발 관련 인재상은 개발 경험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라고 전제한 후 “개발 부분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사람들은 모두 수학과 과학적 사고력 및 응용력이 뛰어나다”고 덧붙였다.

개발자 인력난에 더해 새로운 인재 육성도 힘들어지면 기업들은 결국 해외로 나갈 수 밖에 없다.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기하가 4차 산업혁명의 주요 분야와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기본 지식 없이) 대학에서 기하와 과학 II를 따라가기에는 벅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국내에서 우수한 공학 인력이 적게 배출된다”며 “삼성전자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실리콘밸리, 인도 등에 연구소를 세웠다”고 말했다. /김연지 기자 yjk@decenter.kr

김연지 기자
yjk@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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