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천연자원도 없고 나라를 세울 때 산업이라고 할 만한 게 없었습니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결국 기술과 창의성이 이스라엘의 길이라는 것을 깨닫고 창업국가(Startup nation)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정부가 한 일은 더 많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민간을 통제하지 않은 것, 더 많은 도전을 장려한 것입니다.”
에후드 올메르트(사진) 전 이스라엘 총리는 “한국과 이스라엘은 여러모로 닮았다”고 했다. 자원이 부족하고 내수시장이 작다는 점은 물론 인근에 적대국과 대치 중인 정치환경, 그로 인해 젊은이들이 수년간 의무복무를 한다는 점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올메르트 전 총리는 이스라엘의 12대 총리로 재임한 지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스타트업 창업을 장려하고 액셀러레이팅에 집중하면서 이스라엘을 창업국가 반열에 올린 주인공으로 평가받는다.
30일 ‘퓨즈(fuze) 2018’의 기조연설을 위해 방한한 올메르트 전 총리는 29일 서울신라호텔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디센터 취재진을 만나 ‘닮은꼴’ 한국에 새로운 산업구조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교육이 산업을 만든다”…군 3년, 교육 기회로 만들어라=올메르트 전 총리는 “이스라엘에서 시도했던 방법은 젊은이들에게 더 높은 수준의 교육과 더 많은 교육 기회를 제공한 것”이라며 “산업을 일구기 위해 가장 처음 시도했던 게 바로 젊은이들의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례로 군대에서 젊은이들이 3년 동안 학술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장려했다”며 “지난 10년간 드라마틱하게 교육시키고 그 사이 새로운 대학도 만들어 민간에서 교육받을 기회를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공학교육’을 강조했다. 올메르트 전 총리는 “여러 대학에서, 특히 엔지니어링을 가르치도록 한 결과 이후 이 분야의 스타트업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며 “이는 산업의 인프라 스트럭처가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내가 한 일은 정부가 산업을 통제하려는 시도에 저항한 것”=올메르트 전 총리는 인터뷰 중간중간 한국의 산업 경쟁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자신과 아내는 물론 두 자녀도 기아차를 탄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전통 분야를 계속 강화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보다 확장해 새로운 지평을 여는 게 필요할까”라는 화두를 던졌다. “새로운 영역에서 새롭게 경쟁해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올메르트 전 총리는 “새로운 산업으로 진출하고 교육 기회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유의할 점은 정부가 산업을 통제하고 운용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명확히 했다. 그는 “내가 재임기간에 했던 일은 어찌 보면 민간산업에 대한 정부 통제와 맞서는 일이었다”며 “정부 역할은 산업에 대한 지원과 투자에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실패로 쌓은 경험이 성공의 조건”=올메르트 전 총리가 강조한 또 하나의 혁신 해법은 ‘실패’다. 그는 “스타트업의 80%는 실패하지만 새로운 것을 만드는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경험과 지식·효율성·노하우·기술을 발전시켜나간다”며 “이게 축적됐을 때 실패 이후 감행하는 재도전에서 성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패와 재도전이 중요한 이유는 결국 일자리라고 그는 강조한다. 올메르트 전 총리는 “만약 1년에 2,000~3,000개 스타트업이 창립된다면 3만명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가지게 되는 셈”이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두 번, 세 번 반복하면 성공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흥록·김연지기자 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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