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도 국내외 기업들은 블록체인에 투자하면서 IT 산업에서 살아남기 위한 돌파구를 찾을 것입니다. 다만 올해엔 그간의 노력이 모여 새로운 활용 사례(use case)가 나오고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등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봅니다.”
채상미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디센터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하며 올해 시장 상황을 전망했다. 기업의 정보보안 정책과 보안 신기술 도입 전략, 블록체인의 활용과 적용을 연구 중인 그는 지난해부터 블록체인경영협회 추진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블록체인경영협회는 블록체인 기술의 안정화 및 확산, 블록체인 비즈니스의 활성화,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을 위한 협회로, NH농협캐피탈, KB 국민은행, LG CNS, 교보생명, 농심데이타시스템, 현대해상화재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채 교수는 블록체인 분야로 눈을 돌리게 된 이유로 “911 테러가 터진 직후 미국에서 경영정보시스템 박사과정을 밟았는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경영학과 내부에서도 보안 이슈가 점점 중요해졌다”며 “보안 쪽을 연구하다가 기존 인터넷보다 신뢰 및 보안성을 강조하는 블록체인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런 그가 블록체인경영협회 운영에 힘쓰는 이유는 뭘까. 채 교수는 “좋은 기술이 산업화하지 못하고 거품이 되는 것은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며 “블록체인 산업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나가려면 산업화가 무엇보다도 중요했다”고 말했다.
아무리 많은 기술자가 기술의 중요성을 피력해도 정작 산업화 되지 못하면 그 기술은 확산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보강하고자 협회를 세우게 됐다는 것.
채 교수는 신기술이 확산되면 훗날 미래세대에게 장기적인 혜택이 올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새로운 산업이 활성화되어 자리를 잡으면 그만큼 양질의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라며 “어디 나가서 블록체인한다 그러면 아직도 사기꾼 인식이 있는데 이러한 인식을 180도 바꿔 학생과 연구자들이 제대로 대우받게 하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라고 덧붙였다.
기술이 확산되려면 기업의 참여가 관건이 된다. 국내 모든 기업이 블록체인에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만은 아니다. 채 교수는 “국내 기업 중 정보력이 있고 욕심 있는 기업들만이 블록체인 기술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아직은 인터넷과 모바일처럼 모두가 블록체인 분야에 진입하는 단계는 아니다” 라고 말했다.
채 교수는 시범사업을 통해 수 차례 실패를 맛보면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은 확연한 차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채 교수는 “많은 기업들이 IT 산업에서 살아남고자 돌파구로 지목한 것이 블록체인”이라며 “지난해에는 시범사업의 해였다면 올해는 결실을 맺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블록체인 만큼은 우리나라가 선도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IT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먼저 선도하느냐”라며 “블록체인 산업이 국가에서 잘 돌아가야만 산업적 혜택을 누릴 수 있고, 그런 면에서 블록체인은 한국에 있어 분명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완벽을 추구하는 우리나라 업체들은 의사결정을 내릴 때 해외 국가 동향을 살핀 후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남을 따라갈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뛰어들어서 기술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블록체인 기술력은 현재 미국 대비 2.4년 정도 뒤처져 있는 것이 현실. 이러한 간극을 어떻게 줄일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우리나라 기업이 뭉쳐서 기술 표준화를 위해 대동단결하지 않는 이상은 해외 업체와의 경쟁 및 협업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국내로 국한하지 않고 세계로 뻗어 나가야 함을 강조했다.
경영학과 교수 입장에서 블록체인과 관련된 최적의 비즈니스모델은 무엇일까. 채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WHY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이 최적”이라며 “기업에 있어서는 업무 효율성 증대와 비용 절감 등 다양한 WHY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인을 통한 동기부여 모델도 강조했다. 채 교수는 “코인은 기업의 경제적인 측면만 만족시키기 보다는 기업의 효율성 증대와 시장 선점, 새로운 신제품 개발을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당장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모델보다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절히 사용해 시장에서 어떻게 리더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연지기자 yjk@decenter.kr
- 김연지 기자
- yjk@decent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