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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콜로키움]박주현 변호사 "산업 종사자들이 법제화 기여해야"

"정부, ICO 금지 법적 근거 제시 안해…과잉금지원칙과 법치주의 위반"

패널토의 "프레스토 헌법소원, 시간 걸리겠지만 의미는 충분"

박주현 법무법인 광화 변호사./ 사진= 김연지 기자

“서울대학교 졸업생들이 모여 만든 블록체인 스타트업 프레스토(PRESTO)의 헌법소원은 신산업규제에 대한 첫 번째 헌법소원으로, 블록체인 뿐 아니라 앞으로의 미래과학기술에 대한 규제 전반에 걸쳐 의미가 있습니다. 산업에 몸 담고 있는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판례를 쌓아야 합니다”

지난 15일 디센터와 법무법인 바른, 동인, 디라이트, 주원, 광화, 한별이 개최한 ‘제7회 디센터 콜로키움’ 행사에서 박주현 법무법인 광화 변호사는 이같이 말하며 “블록체인 생태계에 대한 조속한 규제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정부가 마약이나 도박보다도 ICO를 더 나쁘게 보고 있으면서도 법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명백히 과잉금지원칙 위반에 법치주의 위반”이라며 “ICO에 따른 불법적인 요소도 인정되지만 엄격한 규제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의 정부 입장을 볼 때 규제가 바로 들어설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박 변호사의 입장이다.

그는 “자금세탁에 있어서는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취약한 감시체계 및 횡령과 배임 문제가 있는 거래소 등 여러 문제 요소는 정리하지 않고 방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 권대영 금융혁신단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입장이 작년과 동일하다며 “암호화폐와 ICO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뤄진 부분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프레스토처럼 산업에 몸 담고 있는 종사자들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야 한다는 것이 박 변호사의 주장이다. 프레스토는 앞서 정부가 지난 2017년 9월 엄포한 ‘ICO 전면금지 조치’는 법률 근거 없이 △직업의 자유 △재산권 △평등권 △일반적 행동자유권 △과학기술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내용의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박 변호사는 “(산업 종사자들이) 혹시나 불이익이 있지는 않을까 하고 걱정하겠지만 불이익이 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기 보다는 신청 및 신고 등의 행정행위를 하고, 이에 대한 처분을 유도해 사법부의 결정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에서도 사법부 판단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내도록 판례를 축적하는 등 법제화에 기여하는 다양한 방법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농협은행의 임급정지조치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인용까지 끌어낸 코인이즈 사례를 예로 들었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1월 내려진 ‘가상통화 거래소 실명확인 가이드라인’에 따라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이즈와 거래를 중단했다. 이에 대해 코인이즈 측은 “암호화폐 거래소와 은행이 계약에 따라 자유롭게 돈을 입출금할 권리가 있다. 은행이 정당한 근거 없이 입금정지조치를 취하는 것은 계약위반에 해당한다”며 가처분 신청을 했고 서울중앙지법은 가이드라인에 따른 입금 정지는 은행의 의무가 아닌 재량에 불과하다며 코인이즈의 손을 들어줬다.

발표 직후 이뤄진 패널토론. 왼쪽부터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 김보라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박주현 법무법인 광화 변호사,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권단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 사진= 김연지 기자

법조인들은 프레스토의 헌법소원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패널토론에 참가 변호사들은 “결론이 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의미는 충분히 큰 사례”라고 입을 모았다. 김보라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정부의 입장을 생각했을 때 빠른 시일 내 결론이 날 사안은 아니지만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며 “코인이즈 가처분 신청사건은 간단한 사건이었지만 정부 가이드라인을 무력화시킬 수 있었다. 이처럼 사업자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만으로도 정부와 국회를 압박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한별의 권단 변호사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연다는 의미에서 큰 의미가 있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법무법인 바른의 한서희 변호사는 “의미는 훌륭하지만 보수적인 판결을 받을 수도 있다”며 “민감한 사안이라 헌법재판소에서 사건을 처리하기 보다는 정부의 정책을 기다릴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ICO 전면금지 방침에 대해 짚어주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면서도 “시장 자체가 좋지 못해서 조금 더 빨리 헌법소원이 이뤄졌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지기자 yjk@decenter.kr

김연지 기자
yjk@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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