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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사업 면허제 도입한 싱가포르···"국내 기업도 대비해야"

싱가포르 통화청(MAS), 내년 1월부터 지불 서비스법 시행

싱가포르에 법인 두고 운영 중인 국내 암호화폐 기업들도 면허 취득 대상

앞으로 페이퍼 컴퍼니 설립만 해서는 싱가포르 사업 힘들어

/출처=셔터스톡

앞으로 싱가포르에서 암호화폐 사업을 하는 기업들은 규제 당국이 제시한 일정 조건을 만족하고, 관련 면허(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한다. 싱가포르에 법인을 세우고 암호화폐 사업을 하는 국내 프로젝트도 많은 만큼, 싱가포르의 면허제 시행은 국내 암호화폐 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거래소·OTC 등 사업자, 면허 취득 필수…규제 대상 아닌 유틸리티 토큰도 검토 필요해
최근 싱가포르통화청(MAS)은 지불 서비스법 시행 일자를 내년 1월 28일로 확정했다. 앞으로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하고 ICO, 디앱(DApp), 거래소 등 암호화폐 사업을 진행하는 기업은 업종에 따라 그에 맞는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다만 모든 암호화폐 기업이 면허를 취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필수 취득 대상인 서비스는 △계좌발행 △국내송금 △해외송금 △상품구매 △이머니(e-money) 발행 △디지털 결제 토큰 △환전 등 7가지다. 특정 법정화폐와 가치가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할 경우에는 ‘이머니’로 분류돼 면허를 받아야 한다. 토큰을 사고파는 행위를 지속하는 OTC나 암호화폐 거래소 사업은 ‘디지털 결제 토큰’에 해당한다. 디지털 결제 토큰은 시행 후 6개월, 나머지 6개 서비스는 1년 내로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영위하는 암호화폐 사업이 위 7가지 서비스에 해당한다면 △환전 라이선스 △표준 결제기관 라이선스 △메이저 결제 기관 라이선스 등 3가지 면허 중 하나를 취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서비스 유형 중 하나인 ‘계좌발행’에 해당하는 기업들은 표준 또는 메이저 결제 기관 라이선스를 획득해야 한다. 권단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는 “이 계좌발행에는 은행 계좌뿐 아니라 체크카드, 신용카드, 충전카드 등 다양한 종류의 계좌가 포함돼 있다”며 “실물 카드로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는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MAS는 유틸리티 토큰은 면허 취득 대상에서 제외했다. 다만 유틸리티 토큰이더라도 사용 형태에 따라 면허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권단 변호사는 “유틸리티 토큰이더라도 디지털 결제 토큰을 사고파는 수단이거나 거래를 용이하게 해주는 수단이라면 면허가 필요하다”며 “재화나 용역에 대한 지불 수단으로 사용되는 기능도 있다면 규제 대상인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래소 토큰 등이 유틸리티 토큰이지만 면허를 취득해야 하는 유형에 속한다.

싱가포르 국적 상임이사 없는 페이퍼컴퍼니는 사업 이어가기 힘들어
국내에도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하고 암호화폐 사업을 진행하는 기업이 많다. 그런 만큼 국내의 여러 기업도 이번 지불 서비스법을 대비해야 한다. 싱가포르 법인으로 ICO 자금 모집을 이미 진행했으며, 사실상 모든 운영을 국내 법인이 맡고 있다면 규제 대상이 되지 않는다.

안미미 포커스 로우 아시아(Focus law asia) 변호사는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해 규제되는 지불 서비스를 제공했었고, 앞으로도 계속할 예정이라면 MAS에 자진신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미미 변호사의 설명에 따르면, 면허 취득을 위해서는 △싱가포르 법인 주소 △한 명 이상의 싱가포르 시민권 또는 영주권을 보유한 상임 전무이사(executive director) 재직 △MAS 가이드라인에 충족하는 CEO·이사·파트너 △자금세탁방지 및 테러자금방지 방안 관련 회사 규정 및 솔루션 보유를 증명하는 서류 제출 △기업 지분 20% 이상 소유 주주는 MAS 확인 필요 △MAS에 감사 보고, 정기 보고 제출 의무 등 6가지 필수 조건이 필요하다.

기존에도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 명의 싱가포르 국적 또는 거주자인 이사가 재직 중이여야 했다. 그럼에도 여러 페이퍼컴퍼니는 싱가포르 거주자 대리인을 통해 이 요건을 충족해 왔다. 이번에 규정이 강화되며 앞으로 싱가포르 국적 또는 영주권을 가진 전무 이사는 기업에 상주해 업무를 봐야 한다.

이 규정에 대해 일부 기업은 “관리직 취업 비자(Employment Pass)를 소지한 외국인도 전무 이사 자격 조건으로 가능하게 해달라”고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MAS는 이 제안을 거절했다. 안 변호사는 “이 요건들을 모두 충족시켜야 면허 취득이 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 싱가포르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암호화폐 서비스를 진행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MAS, 하나의 법안으로 지불 결제 분야 모든 서비스 관리한다
지불 서비스법에는 암호화폐뿐 아니라 결제 서비스를 진행하는 다른 영역도 함께 포함돼 있다. MAS가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시중의 모든 결제 시스템을 제도화는 법안이다. 안 변호사는 “기존에 있던 두 가지 관련 법안을 폐지하고 새로운 지불 서비스법을 제정함으로써 하나의 법 아래에서 기존에 규제하고 있던 환전 및 송금은 물론 지불 결제 사업자(payment gateway)와 지불형 토큰까지 통제하겠다는 것”이라며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핀테크 세계에서 뒤처지지 않으면서 동시에 소비자도 보호하고자 하는 목적”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지불형 토큰 사업과 관련, 싱가포르 정부가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은 자금세탁방지 및 테러자금방지 방안”이라며 “아무래도 싱가포르는 외국자본이 많이 오가는 나라이기 때문에 조금 더 엄격한 자금세탁방지 및 테러자금방지 방안을 ‘규제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노윤주기자 daisyroh@decenter.kr

노윤주 기자
yjr0906@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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