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증명(PoS) 합의 알고리즘의 이더리움2.0 출시가 머지않았다. 이더리움 재단은 오는 7월이면 이더리움 2.0 운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분증명 네트워크에서는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 수량에 따라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더리움 2.0은 암호화폐 이더리움(ETH) 그리고 디앱(DApp)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2.0 가장 초기 단계인 페이즈0(Phase 0)에선 검증인 예치를 위한 토큰 이동만 진행한다. 초기에는 이더리움 보유 수요가 크게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2.0에서는 검증인이 되기 위해서는 32ETH를 예치해야 한다. 기존 1.0 체인상의 특정 주소에 32ETH를 전송하면 이 ETH는 락업되고, 2.0 체인상에서 동일한 수량의 비콘체인 이더리움(BETH)이 새로 발행되는 구조다. BETH로 전환된 이후에는 다시 기존의 ETH로 교환할 수 없다.
2.0 초기에는 BETH의 활용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BETH의 시장 거래가는 ETH보다 낮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홍석현 에버렛 CTO는 “본격적으로 스마트 계약을 지원하는 시점 이전까지 BETH는 검증인 예치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며 “이로 인해 ETH와 BETH의 가치가 같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초반에는 BETH의 시장 거래가격이 ETH에 비해 낮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기호 노더 파트너는 “마이닝풀들이 PoW 때와 비등하게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32ETH씩 예치한 노드를 여러 개 운영해야 할 것”이라며 “혹은 시장에서 BETH를 다시 사들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검증 보상으로 받은 BETH 중 상당수를 계속 보유하고, 서버 운영 비용 충당을 위한 최소한의 BETH만 매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홍석현 CTO는 “기존 ETH를 락업한 후 BETH로 교환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2.0 검증인 수요가 늘어날수록 ETH에 대한 수요도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마이닝풀을 제외한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BETH의 매력이 크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BETH의 유틸리티 활용 범위가 ETH에 비해 확연히 적기 때문이다. 앞서 밝힌 것처럼 이더리움2.0은 출시 후 각 단계를 거쳐 네트워크를 완성해 나가고 활용처도 확대한다. 초반에는 검증인 예치 용도로만 BETH가 사용되는 만큼 일반 투자자들은 BETH를 보유해야 할 의미를 찾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개인이 32BETH를 예치하고 검증인이 되더라도 이를 계속 유지하거나 수익을 창출하기는 어렵다. 홍석현 CTO는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검증인이 되고자 하는 수요가 적어질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기호 파트너는 “개인이 32BETH를 예치하고 노드를 운영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며 “일반 투자자가 2.0 노드로 참여하기에는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비콘체인이라는 새로운 블록체인이 생기는 만큼, 이더리움 기반 디앱도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변화로 2.0에서는 디앱 개발 및 구동 과정에서 이더리움 가상머신(EVM) 대신 ‘이더리움 웹 어셈블리(eWASM)’를 사용한다. 개발자들은 eWASM를 사용하면 디앱 개발 장벽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홍석현 CTO는 “비트코인 스크립트를 모티브로 만든 EVM은 상업용 앱 개발에 있어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WASM의 경우 EVM과 달리 구글·MS·애플 등 기업이 사용하는 표준이기 때문에 훨씬 안정적이고 상업 친화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수정만으로도 솔리디티나 바이퍼가 아닌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로 컨트랙트를 개발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eWASM도 단점이 존재한다. 기존 이더리움 디앱들이 개발 방식을 바꿔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단적인 예로 EVM은 컴퓨팅 언어로 솔리디티를 사용하지만, eWASM은 C++를 써야 한다. 이기호 파트너는 “2.0의 목표에 속도 향상이 있는 만큼 eWASM을 도입하면 EVM보다 빠른 속도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컴퓨팅 언어를 바꾸는 등의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디앱 개발진들이 번거로워질 수 있다”고 밝혔다. 홍 CTO도 “eWASM은 이더리움에 맞춰 몇 가지 부분이 변경됐다”며 “WASM을 사용하는 앱들이 그대로 이더리움 디앱으로 전환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순형 온더 대표는 “2.0이 성공적으로 론칭될 경우 1.0 네트워크상의 ETH는 2.0의 BETH로 빠르게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며 “거래소들은 두 가지 ETH를 동시에 지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가격 추이는 2.0의 성공 여부에 따라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며 “2.0은 BETH를 묶어 시뇨리지(화폐주조차익)을 발생시키는 컨셉”이라고 해석했다. 그 역시 “2.0으로 옮겨가려는 수요가 많을수록 ETH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석현 CTO는 “미래에 2.0이 크게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에 따라 리스크를 감수하고 ETH를 BETH로 교환하는 것”이라며 “이는 일종의 ‘투자’ 행위에 가깝고, 수요 증가의 요인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코인스피커 등 외신에 따르면 2.0 개발을 주도하는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 이더리움 창시자는 최근 한 행사에 참여해 “2.0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몇 달 내로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탈릭은 “2.0의 빠른 출시를 원하지만 샤딩 적용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윤주기자 daisyroh6@decenter.kr
- 노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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