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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 남겨진 토큰···‘질서 있는 퇴장’은 없을까?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서비스를 접고 있다. 규제가 불투명해서. 사업이 어려워져서. 서비스를 정리하는 이유도 제각각이다. 그렇게 기업이 떠난 자리에는 프로젝트가 발행한 토큰이 남는다. 서비스가 멈추며 사용처를 잃어버린 토큰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보상해주거나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자체적으로 발행하는 토큰은 대부분 유틸리티형 토큰이다. 유틸리티형 토큰은 일종의 ‘서비스 사용료’다. 메인넷이나 디앱 서비스를 사용하는 유저가 늘어날수록 토큰의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가격이 오른다. 만약 프로젝트가 사업을 접는다면 토큰을 사용할 사용처도 사라지므로 가격은 폭락한다. 이에 일부 블록체인 업체는 투자자 대상으로 환불을 진행하기도 한다.

국내 동영상 스트리밍서비스 업체 왓챠가 운영했던 콘텐츠프로토콜은 지난 2월 “규제 불확실성과 사업 전망 부족”을 이유로 블록체인 사업에서 철수했다. 사업이 종료됨에 따라 콘텐츠프로토콜은 ICO(암호화폐 공개)를 통해 모금한 잔여 자산을 이더리움(ETH)으로 보상했다. 콘텐츠프로토콜의 CPT 토큰을 갖고 있던 투자자는 보유 비율에 따라 ETH 보상을 받았다. 회수한 CPT는 소각했다.


차기작에 쓰거나


사업 철수까진 아니지만 메인 서비스를 정리하거나, 방향을 크게 바꾸는 기업도 있다. 이와 같은 경우엔 자체 토큰을 차기 작품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기도 한다. 국내 가상자산 서비스 플랫폼 모스랜드는 지난 7일 블록체인 기반 AR 게임 ‘더헌터스’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더헌터스는 앱 상의 지도 위에서 골드박스 위치를 탐색하고, 유저가 직접 움직여 골드를 획득하는 게임이다. 이번 해 초 코로나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이 퍼지고 외부 활동이 제한되자 사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손우람 모스랜드 대표는 “코로나 시국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이 어려운 상황에서 운영에 많은 재원이 들어가다 보니 서비스를 종료하게 됐다”며 “모스랜드 토큰은 향후 준비 중인 게임 속 재화로 사용될 수 있도록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콘텐츠프로토콜은 사업을 종료하며 자체 암호화폐 CPT를 ETH로 보상했다.


사업 접는 프로젝트…환불 책임 있을까?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사업을 접을 때 투자금을 환불 받기 어렵다. 기업 입장에서 환불해 줄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콘텐츠프토토콜의 경우 당시 모기업인 왓챠가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면서 뒤탈을 남기지 않기 위해 환불을 진행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사업 초기 단계에서 토큰을 판매하는 프리세일 때 ‘특약 조건에 따라 환불’을 해주는 경우는 있지만, 프로젝트의 사업 종료에 따라 도의적 책임으로 환불을 진행한 사례는 드물다.

규제 당국에 가로 막혀 환불이 진행되는 경우는 있다. 프로젝트 자체가 ‘위법 행위’로 분류되는 경우다. 미국에서는 ICO가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던 2017년도부터 토큰을 환불 해주는 사례가 종종 발생했다. 법적 환불 사례 대부분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감독에 따라 진행된 경우다. 미국 SEC의 승인을 받지 못해 ‘불법’으로 판단될 경우 모금 자체도 불법으로 간주되므로 ICO 금액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텔레그램의 블록체인 프로젝트 ‘TON’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SEC는 텔레그램이 미등록 증권을 판매해 증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으며, 지난 3월 미국 뉴욕 남부지방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텔레그램은 처음 백서를 공개할 때 2019년 10월에 TON을 출시하려 했지만 SEC의 제재로 이번 해 4월로 출시를 늦춘 바 있다. 당시 텔레그램은 출시 연기에 대한 보상으로 투자자들에게 투자금 72%를 환불 해주기로 약속했다. 끝내 SEC를 넘어서지 못한 텔레그램은 지난 13일 TON 운영과 개발을 종료한다고 선언했다.


“후천적 조치보다 자금 모집 방법 개선 중요해”


현 상황에서 사업을 정리하는 프로젝트가 투자자에게 금전적 피해 부담을 덜어주고, 설득의 과정을 거치는 이른바 ‘질서 있는 퇴장’을 진행하기 어렵다. 토큰을 직접 발행한 프로젝트와 서비스 사용자가 직접 대면하지 않고, 소위 '공구방'을 통해 대행 판매가 이뤄지는 경우도 많아 책임 권한이 불투명한 상황도 발생한다. 이에 업계 전문가들은 사업이 종료된 이후 토큰 처리를 고민하는 것보다 "자금을 모으는 투자 단계부터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차승훈 엘립티 대표는 “ICO와 같은 자금 모집 방법 자체를 기술적으로 개선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세일 라운드 별로 토큰에 타임 락(Time lock)을 걸어두거나, 특정 조건에 따라 자동으로 환불 하는 rICO가 논의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rICO(Reversible ICO)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활용해 일정 기간 동안 순차적으로 ICO 토큰에 투자하는 것으로, 예약된 토큰을 언제든 반환하고 투자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는 모델로 주목을 받고 있다.

차 대표는 이어 “이미 런칭한 프로젝트의 '질서 있는 퇴장'을 논하더라도 현재 법률로써는 큰 실효성을 주긴 어렵기에, 위 사례처럼 시스템 자체를 개선해서 안전장치를 지속적으로 추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석 기자 cho@
조재석 기자
cho@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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