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전문 투자사들이 최근 암호화폐 투자에 소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보통 기업이 사업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토큰을 구매하는 식으로 투자에 참여했다. 이 같은 자금조달 방식을 암호화폐공개(ICO)라 한다. 기관투자자는 프라이빗 세일 등에서 토큰을 대량으로 구매한다. 향후 프로젝트가 번성해 토큰 가격이 오르면 토큰을 팔아 수익을 낼 수 있다. 투자사가 초기 기업 육성을 위한 액셀러레이팅까지 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요즘엔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렵다고 투자사들은 입을 모았다. 대신 다른 방향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파운데이션X(FoundationX) 관계자는 “현재 ICO 시장이 활발하지 않아 적극적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수익이 날 수 있는 상황과 팀을 투자 조건으로 꼽았다. 한동안 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했던 경우가 없었기 때문에 투자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파운데이션X는 암호화폐 벤처케피탈(VC) 겸 액셀러레이터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가 설립했다.
글로벌 크립토 펀드 GBIC 관계자는 지난 6개월 간 프로젝트 2개에만 투자했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에 투자했던 프로젝트와 비교했을 때 차별화된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많이 없다”며 그 이유를 전했다. 시장 변동성이 커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프로젝트가 설계한 토큰 이코노미 대비 가격 변동성이 매우 급변하는 상황”이라며 "프라이빗 투자는 예전에 비해 까다롭게 심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전문 액셀러레이터 블록크래프터스 관계자도 “대부분 프로젝트가 기존 프로젝트를 답습하고 있고, 그것조차 아직 증명 중인 곳이 많다”며 회의적 시각을 보였다.
블록크래프터스는 암호화폐가 아닌 현금으로 지분 투자하는 방식으로 스타트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K-Global 액셀러레이터 육성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됐다. 이 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창업을 촉진하기 위해 이 분야 특화 액셀러레이터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블록크래프터스는 성장 단계에 따라 최소 1000만 원에서 최대 1억 원 투자를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블록크래프터스 관계자는 "이밖에도 디지털 자산 관리 서비스 ‘하루뱅크’ 사업 등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GBIC는 세컨더리 마켓과 장외거래(OTC)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이쪽 분야 투자 비중이 예전에 비해 높아졌다. GBIC 관계자는 “세컨더리 마켓에서 유망 프로젝트를 선별해 제한적으로 투자한다”고 전했다. 그는 “기술력이나 비즈니스적으로 뛰어나지만 당장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프로젝트의 경우엔 OTC로 투자를 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는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 쪽에 관심을 두고 있다. 해시드 관계자는 “2017년을 기점으로 퍼블릭 ICO 형태보단 다양한 형태의 프로젝트가 탄생해 블록체인 산업이 변하고 있다”며 “최근엔 디파이 영역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새로운 활로를 찾기보다 자금 관리에 집중하는 곳도 있다. 파운데이션X 관계자는 “투자한 자금을 관리하는 일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좋은 시장 상황과 좋은 팀이 생기면 언제든 투자는 재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 100&100벤처캐피탈은 암호화폐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100&100벤처캐피탈 대표는 “신규 프로젝트 외에도 비트코인(BTC)과 주요 알트코인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올해 하반기에는 적어도 2~3개 프로젝트를 발굴해 투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도예리 기자 yeri.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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