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이 뉴욕 증시 강세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11만 2000달러를 돌파했다. 위험자산 꼬리표를 뗀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 대우를 받고 있는 가운데 제도권 편입과 규제 완화 등을 지렛대로 ‘가상자산 허브’로 도약하려는 각국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10일 가상자산거래소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한때 11만 2055달러까지 치솟으며 올 5월에 세운 직전 기록(11만 1999 달러)을 갈아치웠다. 미국이 이날까지 21개 국가에 상호관세 서한을 발송하면서도 부과 시점은 다음 달 1일로 유예하자 뉴욕 증시가 강세를 보인 것이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미 경제 매체 CNBC 방송은 “금융시장이 위험 선호 모드일 때 투자자들이 기술주처럼 성장 지향 자산에 투자하면 가상자산도 함께 랠리를 펼치는 경향이 있다”고 짚었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강세가 올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론을 내놓고 있다. 각국에서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려는 움직임이 뒤따르고 있어서다. 글로벌 최대 금융시장인 미국에서는 ‘친(親)비트코인 대통령’을 자처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월 비트코인 전략비축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비트코인을 국가 자산으로 인정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트럼트 대통령 측이 ‘밈코인’을 발행하면서 이해상충 논란을 불러왔지만 투자자들은 가상자산에 대한 정부 차원의 우호적인 시그널로 받아들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세계 최대 운용사인 미국 블랙록의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가 보유한 비트코인은 전 세계 공급량의 약 3%인 70만 개를 넘어섰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말 통합 규제 법안(MiCA)을 도입해 가상자산을 제도권으로 품고 ‘규제 명확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까지 크립토닷컴·OKX 등 대형사를 포함해 53개 거래소가 MiCA상 운영 허가를 받았다. 전통적인 금융허브로 꼽히는 싱가포르와 홍콩 역시 가상자산 분야에서도 ‘금융 강자’ 입지를 굳히기 위해 정부 차원의 육성책을 내놓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싱가포르의 경우 가상자산 규제 샌드박스와 토큰화 프로젝트를 통해 신규 사업자와 기존 금융기관 간의 협력을 장려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에서는 대형 금융사 신세이은행이 신용카드 고객 보상 시스템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자산을 연동하는 등 민간 차원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신흥국들도 가상자산 허브로 탈바꿈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자밀 아마드 파키스탄 중앙은행 총재는 9일 디지털통화 시범 운영을 준비하고 있으며 가상자산 규제를 위한 법안은 최종 검토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파키스탄은 비트코인 채굴을 늘려 ‘비트코인 공급국’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구상인데, 이를 위해 2000㎿ 규모의 전력을 별도로 할당할 계획이다.
- 조양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