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원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가운데 최초로 비트코인(BTC) 예치(스테이킹) 서비스를 선보인다. 점유율 2%대에 머물며 업비트·빗썸과의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차별화된 상품을 통해 시장 점유율 회복을 노린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코인원은 28일 BTC 자유형 스테이킹 상품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BTC는 작업증명(PoS) 방식으로 운영되는 네트워크 특성상 스테이킹이 불가능해 그간 거래소 스테이킹 서비스 대상 자산에서 제외돼왔다. 그러나 올 4월 출범한 바빌론 프로토콜을 활용하면 보유한 BTC를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그대로 잠가 놓은 상태로도 다른 지분증명(PoS) 네트워크 보안에 기여할 수 있어 일종의 스테이킹이 가능하다.
해당 상품은 이날 출시되며 9월 4일부터 보상이 지급된다. 보상은 BTC가 아닌 바빌론 자체 토큰인 바빌론(BABY)으로 수령하게 된다. 자유형 스테이킹 상품으로 코인원 거래소 지갑에 BTC 보유한 이용자는 서비스 동의만 하면 참여할 수 있다. 서비스 동의 1일 후 스냅샷이 이뤄지고 2일 경과 시점부터 매일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거래소를 통한 스테이킹은 이용자가 거래소가 운영하는 검증인(밸리데이터)에 보유 자산을 위임해 네트워크에 예치하는 방식이다. 이 중 자유형 스테이킹은 일반적인 고정형 방식과 달리 거래소 자체 물량을 활용해 이용자가 언제든 거래·입출금이 가능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실제 네트워크에 스테이킹 돼 있던 물량이 언스테이킹 되는 데는 네트워크 상황에 따라 10일 이상이 소요될 수도 있지만 거래소가 중간에서 유동성을 제공하기 때문에 고객은 즉시 자산을 회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업계는 이번 행보를 코인원의 점유율 부진 탈출 전략으로 보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코인원의 점유율은 이날 코인게코 기준 약 2% 수준에 정체돼 있다. 반면 업비트는 64%, 빗썸은 33%를 차지하며 1·2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가상화폐 시가총액 1위 자산인 BTC보유자들에게 추가 수익 기회를 제공하는 차별화된 상품으로 이용자 유입을 꾀하겠다는 의도다.
특히 하반기 상장사와 전문투자법인의 가상화폐 거래 허용을 앞두고 기관 수요를 겨냥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BTC를 보유하며 최근 6개월간 주가가 34% 상승한 스트래티지의 성공 사례를 따라 BTC를 대규모 매집하는 한국판 스트래티지 기업들이 다수 등장할 경우 거래소를 통해 간편한 BTC 스테이킹 수요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실제로 이미 국내 코스닥 상장사 비트맥스는 장외거래(OTC)를 통해 551개의 BTC 보유하며 비트코인트레저리스닷넷 기준 전 세계 보유 순위 52위에 올라 있다.
이번 상품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상품 설명서에 따르면 코인원은 고객 스테이킹으로 발생한 보상의 30%를 운영 수수료로 가져간다. 거래소의 수익 대부분을 차지하는 거래 수수료가 가상화폐 시황에 따라 크게 흔들리는 반면 스테이킹 보상 수익은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 창출 수단이 될 수 있다.
다만 위험 요인도 존재한다. 바빌론 생태계가 아직 성숙하지 않은 만큼 중앙화 우려와 기술적 리스크가 지적된다. 자산을 위임한 검증인이 규칙을 위반할 경우 자산이 삭감되는 슬래싱이 발생할 수 있고 해킹이나 버그 발생 시 자금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코인원 역시 상품 안내문에서 “해당 서비스는 자본시장법이나 금융소비자보호법 등에 의해 보호받을 수 없다”고 명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인원이 거래소 최초로 비트코인 스테이킹 서비스 출시하며 주목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보상이 BTC가 아닌 BABY 토큰이라는 점, 바빌론 프로토콜 신뢰성 여부가 실제 투자자 유입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김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