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국내총생산(GDP)을 비롯한 주요 경제지표를 블록체인을 통해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26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상무부는 GDP 등 통계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올려 국민에게 배포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데이터를 한 번 기록하면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경제지표를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러트닉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상화폐 대통령’이기에 경제지표도 블록체인에 배포하겠다”며 “(블록체인 기반 데이터 공개는) 이번 구상을 시작으로 다른 연방 부처로도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미 경제지표의 신뢰성에 거듭 의문을 제기해온 상황과 맞닿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첫 대선 때부터 고용지표를 비롯한 통계 데이터가 자신과 공화당에 불리하게 조작되고 있다고 지속적으로 비판해 왔다.
이달 1일 7월 고용 보고서 발표 직후에는 이 같은 이유로 에리카 맥엔타퍼 노동통계국(BLS) 국장을 전격 해임하며 파문이 일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BLS가 5·6월 고용 증가 건수를 기존 보고 수치보다 크게 낮춰 수정하며 통계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불만 속에 트럼프 행정부가 한 번 기록된 데이터를 임의로 수정하기 어려운 블록체인을 대안으로 들고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 참모진은 최근 노동부 당국자들과 비공개회의를 갖고 고용 데이터 수집을 위한 새로운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록체인 기반 경제지표 공개가 실제 시행된다면 미국 정부가 행정 절차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첫 사례가 된다. 과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정부효율성부(DOGE)를 이끌던 당시 연방 지출의 투명성 제고와 자동 추적을 목표로 블록체인 도입이 검토됐으나 탐색 단계에 머물렀다. 이후 머스크가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프로젝트도 중단됐다.
다만 블록체인이 데이터의 위·변조를 막을 수는 있어도 최초 기록되는 통계 수치의 정확성까지 담보하지는 못한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기록 자체가 잘못돼 있다면 이후 변조를 차단해도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전문 매체 디크립트는 “러트닉이 어떤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정부 통계를 기록할 계획인지 그렇게 하는 것이 연방 기관들의 목표 달성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불분명하다”며 “상무부의 데이터는 이미 공개돼 있기 때문에 블록체인의 주된 효용인 공개성과 투명성이 특별한 의미를 갖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김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