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검찰이 닛산 전 회장 카를로스 곤의 일본 탈출 비용에 비트코인이 활용됐다고 밝혔다. 앞서 곤 전 회장은 2018년 도쿄지검 특수부에 의해 특별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이후 보석 상태였다가 2019년 12월 공항에서 악기 상자에 자신의 몸을 싣는 방식으로 도주했다. 그동안 도주비용으로 86만 달러가 지출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BTC 송금 건으로 규모가 더 늘어나게 됐다.
◇일본 대기업 회장이 왜 갑자기 도주했나
최초로 카를로스 곤(Carlos Ghosn) 전 회장이 특별 배임 등의 혐의로 체포됐을 때만 해도 여론은 일본 측 입장에 기울어져 있었다. 이전부터 곤 전 회장은 회사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도 본인은 고연봉을 받는다는 이미지로 호불호가 갈렸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회사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곤 전 회장에 대한 여론이 급속도로 나빠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 수사과정에서 반인권적 일본 사법 체제 행태·정치적 의도가 다분한 체포 등의 정황이 나오자 여론은 다시 중립 양상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곤 전 회장은 레바논으로 탈출 뒤 “일본을 탈출한 이유는 공포나 정의 때문이 아니라, 일본 검찰이 나를 인질로 잡아놓고 없는 사실에 대한 강제 자백을 받아내려 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현재 복수의 외신에서는 “곤 전 회장이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려면 더 확실한 증거가 나와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사건에 대해 중립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도주비용에 BTC 활용됐다?
일본 당국의 삼엄한 감시 속에서 탈출을 혼자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미국 검찰 조사 결과 곤 전 회장은 자신의 탈출을 도운 조력자의 회사에 약 86만 달러를 송금한 것으로 7월 7일(현지시간) 드러났다. 곤 전 회장의 도주를 도운 인물은 미 육군 특수부대 출신 마이클 테일러(Michael Taylor)와 그의 아들 피터 테일러(Peter Taylor)였다.
그런데 7월 23일(현지시간) 미국 검찰의 추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곤 전 회장의 아들이 약 50만 달러 상당의 BTC를 피터 테일러가 운영하는 회사에 송금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를 통해 2020년 1월부터 5월까지 할부로 자금을 송금했다는 게 검찰 측의 주장이다. 이로 인해 곤 전 회장의 일본 탈출비용은 86만 달러에서 136만 달러 규모로 늘어나게 됐다.
◇도주하기 전에 마운트곡스 전 CEO와 통화했다?
한편 암호화폐 전문 미디어 코인텔레그래프는 한때 최고의 암호화폐 거래소였던 마운트곡스 전 CEO(최고경영자) 마크 카펠레스(Mark Karpeles)가 곤 전 회장과 통화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 통화 내용 중에 도주 관련 이야기가 나왔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카펠레스 전 CEO는 마운트곡스 해킹으로 인한 회사 파산으로 일본 당국에 2014년 체포된 바 있다. 당시 마운트곡스의 본사는 일본에 있었다. 이후 수감된 마크 카펠레스는 출소 뒤 당시 생활을 두고 “악몽 같았다”고 평가했다.
한편 곤 전 회장이 레바논으로 탈출한 뒤, 일본 당국은 관련 재판을 무기한 연기 중인 상태다. 레바논 내 성공한 기업인으로 호감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 간 범죄인 인도조약까지 맺어져 있지 않아 그가 다시 일본으로 송환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조인디와 계약을 맺고 게재한 기사입니다.(원문 기사 보기☜)
/조인디 박상혁 기자
- 정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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