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길 가고 있으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
암호화폐 투자 열풍에 대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발언이다. 은 위원장은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위와 같이 말했다. 암호화폐를 그림에 비유하면서 세금을 낸다고 정부가 다 투자 보호를 해줘야하는 것은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그의 발언에 청년들은 분노했다. 청년들이 왜 주식과 암호화폐에 투자하는지 은 위원장은 정녕 모르냐는 말이다.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전체 근로자의 평균 월급은 352만 7,000원이다. 5년 동안 연 평균 고작 3.4%밖에 오르지 않았다.
반대로 지난 1년간 서울 아파트 평당 매매가는 20.1%가 상승했다. 올해 3월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은 9억 4,789만 원이다. 평균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 보통 수준의 아파트를 사기 위해서는 22년이 걸린다. 물론 월급을 단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았을 때 이야기다. 월급을 모으는 '평범한' 방법으로는 집을 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일부 청년들은 "월급이라도 모을 수 있으면 다행"이라고 소리친다. 일을 할 수 있는 기회조차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청년실업률은 10%를 기록했다. 체감실업률은 25.4%이었다. 청년 4명 중 1명은 사실상 실업 상태라는 것이다. 이쯤되면 청년들이 왜 주식을 넘어 더 큰 변동성을 가진 암호화폐에 투자하는지 알 수 있다. 간단하다. 투자라도 하지 않으면 돈을 버는 것도 모으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은 위원장 발언에 분노한 이유는 또 있다. 그가 최근에 부동산 매매로 양도소득을 얻었기 때문이다. 한 20대 투자자는 “부동산으로 돈을 벌어놓고, 청년들이 암호화폐로 돈을 버는 것에 대해 잘못됐다고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고위공직자 재산변동사항에 따르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전년보다 7억 2,000만 원 늘어난 39억 2,244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2주택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처분한 세종시 아파트를 통해 예금이 증가했고, 보유 중인 서울 서초구 아파트 가격도 3억 원 넘게 늘었다.
노력하면 된다는 기성세대와 노력해도 안된다는 청년세대의 갈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은성수 위원장의 발언은 불타는 세대 갈등에 기름을 끼얹은 셈이다. 은 위원장에게 묻고 싶다. "암호화폐가 잘못된 길이라면 뭘하면 좋을까요? 착실히 돈 모아 집도 사고, 차도 살 수 있는 바른 길이 있다면 어른답게 먼저 알려주세요."
※[디센터 스냅샷]은 디센터 기자들의 눈으로 바라본 취재 현장을 한 장의 사진처럼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노윤주 기자 daisyr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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