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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의 블록체인 Now] 제도권에 진입 '기대 반'···코인 이해 부족 '걱정 반'

■"암호화폐 표심 잡아라" 정치권, 법안 발의 봇물

'은성수의 난' 등 MZ 불만 커지자

최근 석달새 발의된 법안만 6건

불공정 거래 따른 피해자들 보호

'룰' 생기고 산업 발전 가능성 불구

졸속 우려·금융 시각 한계 논란도



국회가 올 들어 암호화폐 관련 법안 발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 말 예정된 법안까지 포함하면 최근 석 달 사이에 국회에 제출된 법안만 6개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부터 야당인 국민의힘·국민의당까지 여야 가릴 것 없이 암호화폐 관련 법안의 입법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응하고 있다. 업계는 그동안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소외됐던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관련 산업이 국회의 법안 발의를 계기로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암호화폐를 향한 정치권의 뜨거운 관심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표심(票心)’을 잡기 위한 졸속 법안일 뿐 업의 발전을 위한 진지한 고민과 대안이 부족해 보인다는 것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회를 중심으로 암호화폐 관련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먼저 움직인 쪽은 여당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당내 대표적 ‘금융통’인 김병욱 의원을 중심으로 가상자산사업자(암호화폐거래소)를 규제하는 특정금융거래정보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다. 금융 당국은 이 개정안을 토대로 올 3월부터 특금법을 시행하고 있다. 오는 9월까지 거래소들이 자격 요건을 갖춰 금융 당국에 신고하도록 한 조항도 이 개정안에 담겨 있다.

지난 4월 같은 당의 이정문 의원은 특금법 개정안이 거래소 대주주 적격 심사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보완 입법을 발의했다. 암호화폐거래소의 신고 불수리 요건에 금융 관련 법률 외에 형법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을 추가한 것이다.

특금법은 자금세탁 방지와 거래소 자격 요건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거래소의 불공정 거래 행위나 시세조종 세력에 의해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어도 특금법으로 이를 제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에 여당은 암호화폐 투자자 보호 관련 법안을 내놓았다. 이용우 의원은 5월 7일 ‘가상자산법안’을, 18일에는 김병욱 의원이 ‘가상자산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사흘 뒤에는 양경숙 의원이 ‘가상자산 거래에 관한 법률안’을 내놓았다. 지난달에만 3건의 법안이 발의된 것이다. 세 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핵심 내용은 대체로 비슷하다. 암호화폐거래소에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과한 기존의 특금법과 달리 암호화폐 투자자 보호에 중점을 뒀다. 여당은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동수 의원을 위원장으로 한 가상자산TF를 출범시키며 입법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야당도 암호화폐 관련 논의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4월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국회에 출석해 ‘암호화폐 투자자는 보호할 필요가 없다’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해줄 필요가 있다’고 발언하자 강력하게 비판하며 투자자 보호 제도화를 약속했다. 당시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은 “암호화폐 문제를 두고 정부 여당이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고 있다”고 지적하며 “투자자와 피해자를 보호하고 제도화를 연구할 TF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후 국민의힘은 지난달 31일 국회 정무위 간사인 성일종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국민의당은 암호화폐에 대해 보다 개방적인 입장이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을 중심으로 기관투자가의 암호화폐 투자를 허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 의원은 자산운용사도 암호화폐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가상자산거래 및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 패키지 법안을 이달 말 중으로 발의할 계획이다.



정의당도 나섰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9일 청년들과 블록체인, 그리고 암호화폐에 대한 논의를 나눴다. 류 의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정치권이 ‘요즘 것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며 “산업의 발전과 피해자 예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낼 수 있는 합의점을 빠른 시일 내 도출해내겠다”고 말했다.

암호화폐가 정치권의 주요 화두로 부상하게 된 배경에는 2030세대가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 수는 5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절반인 약 250만 명이 올 1·4분기에 유입됐다. 전체 투자자의 60%가 2030세대다. 정부는 급성장한 암호화폐 시장을 간과하고 섣부르게 시장에 개입했다가 젊은층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른바 ‘은성수의 난’이다. 은 위원장은 4월 국회에 출석해 과열된 암호화폐 시장에 대해 날 선 발언들을 쏟아냈다. “(젊은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으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 “거래소가 모두 문을 닫을 수 있다”는 발언에 2030세대는 분노했다. 내년에는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라는 빅 이벤트가 잇따라 열린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형성된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불만이 투표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여당에서는 방어를, 야당에서는 공격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정치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국내에 암호화폐거래소가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2013년이다. 이후 우후죽순으로 거래소가 생겼고 암호화폐를 이용한 범죄도 빈번하게 발생했지만 정치권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정부는 암호화폐를 금지하려는 입장이라도 내놓았지만 국회는 아무런 입법 논의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정부를 향한 불만이 언제든지 국회로 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치권의 입법 경쟁에 대해 업계는 기대와 우려가 뒤섞여 있다. 가상자산업법 등 업권법이 도입되면 법적 가이드라인이 지금보다 명확해져 사업을 할 때 불확실성이 해소될 수 있다는 점은 기대 요인이다. 법적 테두리 안에서 전략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 보호 관련 법안이 마련되는 것도 업계에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도 나타내고 있다. 업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기존 금융권의 시각으로 법안이 마련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 일부개정법률’에는 금융위원회에 가상자산심사위원회를 두고 가상자산을 발행할 때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문제는 가상자산 발행을 금융위 산하 기관이 통제할 수 있다는 발상에 오류가 있다는 점이다. 이더리움 블록체인 토큰 표준인 ERC-20의 경우 검색만으로도 발행 방법을 찾을 수 있다. 토큰을 대신 발행해주는 프로그램도 많다. 소스가 공개돼 있어 활용하기 쉽다. 요즘 대세로 떠오른 대체불가능한토큰(Non-Fungible Token·NFT)도 가상자산이다. NFT 시장이 주목받으면서 NFT 발행을 돕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NFT 마켓 플레이스 중에서도 NFT 발행 기능을 지원하는 곳이 있다. 이런 NFT 발행까지 정부가 통제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전통 자산군에서는 상품을 발행하려면 허가 받고 평가받는 위원회가 있어야 하지만 암호화폐는 새로운 형태의 자산”이라며 “글로벌 마켓이기 때문에 한국에서만 규제해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잘못된 법안이 나오면 기회를 놓쳐 한국 시장이 고립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페이스북이 추진하는 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와 관련해 논란이 불거졌을 때 미국에서 공개 청문회를 진행한 것처럼 국내에서도 업계 전문가, 규제 기관, 정치인 등이 모여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도예리 기자
yeri.d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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