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비트코인(BTC)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가 개시되면서 국내 가상자산 투자 규제에 대한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일찌감치 비트코인에 투자한 해외 기업, 가상자산 시장에서 영역을 넓힌 해외 금융사 및 거래소와 달리 국내 기업들은 경쟁에서 점점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2018년부터 가상자산에 직접 투자할 길이 막힌 상태다. 금융 당국이 가격 변동성과 투기 위험을 이유로 투자를 막았기 때문이다. 원화와 가상자산을 교환하는 가상자산거래소에서도 마찬가지다. 빗썸·코인원·고팍스는 법인의 신규 가입조차 힘들다. 업비트·코빗은 법인 가입이 가능하지만 원화 거래가 불가능하다. 법인 계좌 발급을 금지한 규정이 없는데도 은행이 법인에 실명 계좌를 내주지 않아서다. 사실상 은행을 통한 금융 당국의 ‘그림자 규제’다.
‘큰손’이 없는 시장에서는 정보 비대칭과 높은 가격 변동성이 나타나기 쉽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시장에는 개인투자자만 있어 정보 비대칭으로 사기 등 잘못된 정보에 현혹되기 쉽다”며 “결국 가상자산 시장 전반의 신뢰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꼬집었다.
반면 미국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는 거래 수익의 70~80%가 법인 투자가로부터 나온다. 가상자산 대출, 수탁 등 기관 대상 서비스를 통해 역량을 쌓은 덕에 11개의 비트코인 현물 ETF 중 8개와 수탁 계약을 맺기도 했다. 해외 법인들도 일찌감치 비트코인 투자로 가상자산 시장 성장의 흐름에 올라탔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보유량은 18만 9150개이며 보유량의 25%는 지난해 하반기에 매입했다. BTC 현물 ETF 승인 및 반감기에 대한 기대로 공격적인 투자 전략을 펼친 것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위해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허용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한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개인투자만으로 세계 2~3위 거래량을 차지하는 국내 시장에 기관이 진입해 투기 세력이 정리되고 시장이 건전화되면 거래소에도 신뢰가 쌓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 최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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