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관투자가의 대규모 자금 유입과 미국 금융당국의 증권성 리스크 해소에 대한 기대로 이더리움(ETH) 가격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전고점을 돌파했다. 올해 비트코인(BTC)과 다른 알트코인에 비해 성적이 부진했던 ETH의 호재가 계속되면 다른 알트코인(BTC를 제외한 가상자산)도 수혜를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8일 빗썸 기준 ETH는 전날 한때 589만 5000원을 기록하며 지난 2021년 12월 달성한 전고점(588만 4000원)을 돌파했다. ETH는 18일 오전 10시 빗썸에서 전월 대비 32.3% 증가한 568만 1000원에 거래됐다. 같은 시각 코인마켓캡에서 ETH는 전고점(4635달러) 대비 약 750달러 낮은 3888달러에 거래됐다.
올해 ETH는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과 미국 대선 등 가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만한 사건들이 있었지만 BTC나 다른 알트코인에 비해 성적이 부진했다. 지난달 6일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가 유력해지면서 BTC는 코인마켓캡 기준 연초 대비 64% 상승했으나 ETH는 6%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올해 업계에서 주목받은 알트코인 중 하나인 솔라나(SOL)는 연초 대비 64% 올랐다. 김동혁 디스프레드 리서처는 “BTC 현물 ETF의 대규모 자금 유입과 트럼프 당선인의 가상자산 우호적 발언이 BTC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줬다”며 “반면 ETH 현물 ETF는 지난 10월까지 순유출을 기록했고 솔라나 기반 밈코인이 인기를 끌자 상대적으로 주목을 못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ETH 현물 ETF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자 ETH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17일 ETH 현물 ETF는 5110만 달러(약 734억 원)의 순유입을 기록하며 16거래일 연속으로 자금이 흘러들었다. 지난달 29일에는 ETH 현물 ETF에 하루 동안 3억 3290만 달러가 유입돼 BTC 현물 ETF의 일일 유입액을 추월했다. 김 리서처는 “최근 ETH의 상승세는 현물 ETF로의 대규모 자금 유입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이더리움 관련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가 커진 점도 영향을 줬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차기 SEC 위원장에 가상자산 친화적인 인물로 알려진 폴 앳킨스 전 SEC 위원을 지명했다. 반면 개리 겐슬러 전 위원장 체제의 SEC는 ETH, SOL 등 알트코인을 증권으로 간주하며 업계와 대립 구도를 이어왔다.
실제로 SEC가 올해 이더리움 기반 가상자산 지갑 메타마스크의 개발사 컨센시스를 증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고, ‘스테이킹(가상자산 예치)’이 포함된 ETH 현물 ETF 거래를 금지한 점이 이더리움 생태계의 경쟁력 약화에 영향을 줬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 센터장은 “겐슬러 전 위원장의 해임을 약속한 트럼프의 당선 이후 SEC의 기조에 변화가 예상되자 이더리움 생태계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전했다. 김 리서처는 “증권성 리스크 해소와 동시에 ETH 현물 ETF에 스테이킹이 허용되면 큰 호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TH의 낙관적 전망에 다른 알트코인들도 반등이 예상된다. 김 센터장은 “ETH의 증권성 이슈는 SOL 등 다른 알트코인의 증권성 판단과도 연관이 있다”며 “ETH의 증권성 리스크 해소는 전체 알트코인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리서처는 “SEC가 가상자산 친화적으로 바뀌면 더 많은 알트코인 관련 ETF가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며 “해당 상품이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면 기관투자가의 대규모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최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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