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거래소의 상장폐지 심사 결론이 나올 '운명의 한 주'가 시작되며 위믹스(WEMIX)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사상 초유의 재상장폐지 사태를 막기 위해 재단 대표가 직접 공개석상에 나와 해킹 발생에 대해 거듭 사과했지만 거래소들은 신중한 입장이다.

위믹스 재단이 17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힌 해킹 사고 해명 내용에 대해 시장은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WEMIX 상장폐지 심사를 진행 중인 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가상자산 거래소는 이날 간담회에서 재단이 해명한 내용을 바탕으로 유의종목 지정 사유를 해소하기 위해선 해명 내용에 대한 충분한 입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종목 지정 후 (거래소와 재단 간) 소통을 통해 소명이 이뤄지는 만큼 기자간담회 내용을 거래소 쪽에 소명할 수 있다면야 상폐 심사에서 참고가 가능하다"면서도 "소명과 입증을 통해 유의종목 지정 사유를 해소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해소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내 거래소 협의체 닥사(DAXA)도 이번 간담회 내용 참고 여부에 대해 말을 아꼈다. 닥사 관계자는 "특정 가상자산 심사 기준에 대해 답변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닥사 소속 국내 거래소들은 이번주 일제히 WEMIX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빗썸은 유의종목 지정 공지에서 WEMIX의 유의종목 지정 연장·해제 또는 거래지원 종료에 대한 공지 일정을 3월 17일에서 3월 21일 중으로 명시했다. 코인원은 유의 지정 공지에서 기간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빗썸과 마찬가지로 이번주에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코인원 관계자는 "코인원은 통상 2주간의 심사를 걸쳐 심사 결론을 공지해왔다"며 "이번주 발표 가능성이 높은 셈"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일 위메이드는 위믹스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위믹스 플레이 브릿지 볼트가 지난달 28일 해킹 당했다고 밝혔다. 해킹 규모는 865만 4860개의 WEMIX로 당시 시세 기준 약 88억 원 상당이다. 해킹 사고 여파로 WEMIX는 닥사 공동 유의종목으로 지정된 상태다. 특히 위메이드가 사고 발생 4일 후에야 해킹 사실을 공지한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날 재단이 밝힌 해명 내용을 두고 업계에선 WEMIX 상폐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해킹 사고 발생 사실을 늑장 공지한 이유에 대해 재단이 내놓은 해명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석환 위믹스 재단 대표는 간담회에서 "탈취 자산으로 인한 시장 패닉 가능성을 고려해 피해 자산이 모두 매도된 이후 공지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지 연기 이유를 설명했다. 탈취 자산이 시장에 대량 매도될 경우 WEMIX 가격이 급락하고 이에 따른 '패닉셀'이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는 이야기다.

이에 재단이 해킹 공지 필요성을 독단적으로 판단해 WEMIX 투자자들의 자유로운 투자 결정을 막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변동성이 우려됐다고 하더라도 일단 해킹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투자자들에게 선택권을 줘야 하는데 자의적으로 판단했다는 점이 석연치 않다"며 "해킹 사실을 몰랐던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WEMIX 투자자 커뮤니티 '위홀더'에서도 부정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투자자는 "그래도 사고 발생 당일에는 공지를 했어야 했다. 닥사가 이런 해명을 받아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투자자도 "공지가 연기됐던 4일간의 기간 동안 매수한 사람들은 무슨 죄냐"며 "시장 상황 우려는 궤변같다"고 비판했다.

이날 간담회 이후 반등을 기대했던 WEMIX 가격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7일 오후 4시 코인마켓캡 기준 WEMIX는 전일 대비 5.27% 내린 0.588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주 위믹스 재단이 해킹 사고 이후 떨어진 시세를 회복하기 위해 WEMIX 바이백(시장 매수)을 시행한다고 발표한 이후 한때 0.6629달러까지 올랐지만 다시 0.5달러대로 복귀한 모습이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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