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상자산거래소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1위 업체인 업비트의 점유율이 70%에 육박해 제대로 된 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는 가상자산거래소 독과점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한 차례 회의를 진행했으며 금융위와 공정위가 각자의 영역에서 어떤 해결 방법이 있을지 실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인 코인게코에 따르면 올 2월 상위 5대 거래소 점유율(거래 대금 기준)은 △업비트 68.86% △빗썸 28.69% △코인원 1.76% △코빗 0.45% △고팍스 0.24% 등이다. 1·2위인 업비트와 빗썸의 점유율만 97%를 웃돈다. 국내 거래소들이 수수료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점유율이 크게 벌어지다 보니 소형 3개 거래소는 고사 위기다. 시장에서는 대형사와 소형사의 차이가 극심한데도 같은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정부 안팎에서는 올 하반기 시행 예정인 법인 실명 계좌 개설을 소형 거래소부터 허용해주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금융위는 올 하반기부터 금융회사를 제외한 전문투자자(상장법인·전문투자자 등록 법인)의 가상자산 매매를 허용하고 추후 일반 법인 전면 허용도 검토하기로 했는데 소형 거래소에 이를 먼저 허용해주고 대형 거래소는 1~2년 뒤에 열어주도록 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시차를 두는 것만으로도 독과점 정도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정치권에서 이 방안에 대한 검토를 금융 당국에 요청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신규 가입 제한 등은 법적으로 적용이 어려운 데다 이미 기존 가입자가 많은 상황이라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아직 시행까지 시간이 남은 법인 계좌 개설 로드맵을 활용하는 것이 그나마 현실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업계는 법인 계좌를 거래소 규모별로 순차적으로 열 경우 점유율 변동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법인 거래가 활성화될 경우 전체 거래량이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법인 계좌의 규모별 순차 허용 방안과 중소 거래소 세제 지원 등 다른 정책들을 병행하면 10%포인트 이상의 점유율 변동이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유동성 집중 방지를 위해 시장 조성자 제도를 도입해 참여 시 세제 혜택을 주거나 일정 규모의 거래소에 최소 유동성을 제공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방안도 법적 근거가 불분명한 데다 상위권 업체를 설득할 논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가 규모별로 법인 계좌 개설 허용 시점을 다르게 하면 소형사에 대한 특혜로 비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실제로 거래를 하는 법인 고객들이 불만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또 다른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해당 방안 역시 법적으로 실제로 적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업계나 투자자 반발도 상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공정위와 거래소 독점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경쟁 상황과 시장을 분석하고 필요하면 연구 용역을 통해 관련 내용을 적극 검토해 보겠다”고 강조했다.
- 신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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