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가상화폐) 열풍이 거침없다. 수익률 따지는 수준을 넘어 지방선거 쟁점, 대중문화 코드까지 변주 또한 화려하다. 블록체인 시장도 진화하고 있다. 거래소 아니면 투자자로 양분된 시장에 새로운 기업과 서비스가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표철민(사진) 체인파트너스 대표는 ‘실용적인 블록체인을 보여주겠다’는 목표로 지난해 8월 회사를 세웠다. 그는 2006년 위자드웍스를 설립해 위젯, 솜노트 등을 성공시킨 인물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설립을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한 1월, 그는 체인파트너스의 첫 작품으로 이더리움 전자결제대행(PG) 서비스 ‘코인덕’을 내놓았다.
‘코인덕’을 출시한 지난 4일, 디센터와 만난 표 대표는 “암호화폐의 실용성을 보여주자는 ‘상징성’을 고려해 PG 서비스를 첫 작품으로 선택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2년 뒤 올림픽이 열리는 일본도 비트코인 PG 업체가 이미 여러 군데 있는데 우리는 하나도 없다”며 “평창올림픽이라는 국제 이벤트를 활용해 서울을 진정한 크립토밸리로 만들어보자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올 상반기 암호화폐 시장에는 신규 거래소가 여럿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체인파트너스는 오는 4월 말 거래소 개장을 목표로 삼았다. 표 대표는 “업비트처럼 글로벌 거래소와 제휴를 추진 중”이라면서도 “차별화 포인트는 차차 공개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거래소 오픈 시점 전후로 여러 종류의 코인을 포트폴리오 식으로 관리하는 지갑도 선보인다. 그는 “미국에서는 이미 거래소 비즈니스 시기를 지나 지갑과 PG 비즈니스 전쟁이 한창 중”이라며 “아직 우리나라는 투기판 분위기라 거래소에 암호화폐를 보관하는 게 편하지만 내년 정도부터는 지갑을 중심으로 모든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ICO 없이 성공적으로 코인을 발행하는 사례도 준비 중이다. 표 대표는 “최소 한두 개 정도 코인을 개발해 유통할 것”이라며 “첫 케이스가 중요하기 때문에 코인으로 만들기 가장 좋은 업종만 선택했고, 각 업종 1등과 준비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현재 국내에선 ICO가 원천봉쇄 된 상황이지만 ICO의 순기능에는 좀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게 표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미국은 적격투자자에 한해 ICO 투자를 허용하는 대안을 택했다”며 “벤처업계에서 고질적인 부분으로 지적돼온 회수 불가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사람들이 일상에서 ‘블록체인의 힘’을 체감하는 순간은 언제 올까. 표 대표는 “지난해 추석 직원들에게 상여금을 카이버(KNC)로 지급했는데 재미있어했다. 하지만 월급을 암호화폐로 주면 어떨까?”라고 되물었다. 아직 암호화폐는 일종의 이벤트이자 놀이라는 것이다.
‘블록체인 모먼트’는 3년 정도 흐른 뒤 엉뚱한 곳에서 터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를 들어 집에서 남는 컴퓨터 스토리지를 자발적으로 붙여서 전 세계 모든 최신 영화를 공짜로 볼 수 있는 블록체인을 만든다면, 사람들이 기를 쓰고 참여할 것이고 블록체인에 대한 인지도는 자연 올라갈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현재는 불가능하다. 표 대표는 “아직 비디오파일이나 음악파일은 무거워 이더리움에 올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더리움 게임앱인 크립토키티가 등장한 후 이더리움 플랫폼이 15% 느려진 게 단적인 예다. 그는 “이더리움 플라즈마, 샤딩, 스웜이 완성되는 내년 말 내후년 초라나 돼야 기반이 안정될 것”이라며 “인터넷이 그랬듯 킬러 콘텐츠가 나오고 고도화된 플랫폼이 살아남으면서 발전하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기업은 개인의 검증 과정이 끝난, 10년 뒤에나 퍼블릭 블록체인을 도입하며 ‘블록체인 모먼트’가 도래할 수 있다. 이때가 되면 현재 1,300개의 토큰이 1만5,000개, 2만 개까지 늘며 자연 프로토콜로 수렴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표철민 대표는 거래소와 PG서비스는 암호화폐 인프라를 구축하는 1세대 비즈니스라고 정의했다. 그는 “앞으로 거래소는 고객자산을 든 은행처럼 고객예탁금을 들고 지갑, 펀드, PG 등 파생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며 그러나 이 사업에만 머물 게 아니라 2세대 비즈니스의 문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블록체인 액셀러레이터가 돼 블록체인 개발자를 육성하고 싶다”고 강조하며 체인파트너스를 ‘블록체인 컴퍼니 빌더’로 소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는 블록체인을 ‘배우는’ 자신과 모바일 세대로 ‘태어난’ 세대는 다르다고 단언했다. 표 대표는 “22살 국내 대학생 팀에 이더리움 기반의 파생상품 시장 아이디어를 말하니 완벽하게 구현해 내더라”며 “이더리움 재단이 한 달 걸려서 할 일을 이틀 만에 해결하는 것을 보고 진짜 다음 세대가 오고 있구나 확신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300만 명이 하루 3조~4조원 규모의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나라에서 만든 블록체인이 없다는 게 우리나라의 현주소”라며 “비탈릭 부테린이 19살에 이더리움을 만든 것처럼 우리나라에도 그럴 수 있는 다음 세대가 문을 열고 있고, 난 그걸 가능하게 하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이연선기자 blued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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