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혁신과 복지의 선순환
150조원 규모의 복지예산이 국민총소득의 10%를 넘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국방비의 4배, 연구개발비의 8배에 육박하는 대한민국 복지정책 검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싸워서 뺏는 제로섬의 닫힌 경제는 키워서 나누는 플러스섬의 혁신경제에 항상 뒤처진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약탈의 스페인이 무역의 영국에 뒤진 이유이고, 계획경제가 시장경제에 뒤진 이유다. 혁신을 통해 국가 전체의 부가 커져야 국민의 삶이 윤택해진다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결론일 것이다. 그런데 혁신을 통해 국부를 창출하기 위해 제공되는 혁신의 보상은 결국 소득을 양극화시킨다. 혁신은 국가 전체의 부를 키우나, 국가 내의 부의 불평등을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 혁신의 패러독스다.
혁신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불균형한 소득의 균형화가 필요하다. 지나친 부의 편재는 소비 수요를 위축시켜 경제공황을 초래했다. 소득 균형화를 위한 노력은 각종 사회보장이라는 직접적인 복지제공에서 시작했다. 그 정점인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영국의 슬로건 결과 북유럽 국가들을 포함한 복지국가들은 국가 전체가 침체병에 전염됐다.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으면 파산이 당연한 귀결이 될 것이다.
결국 성장과 복지는 별개의 가치가 아니라 새의 두 날개와 같이 순환 가치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성장을 위한 복지이고 복지를 위한 성장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속 가능한 복지의 차원에서 정작 중요한 국가정책은 성장과 복지의 선택이 아니라,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된다. 과연 어떻게 성장과 복지는 새의 두 날개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성장의 주역은 혁신이다. 혁신은 차별화된 보상이라는 불균형 에너지로 촉진된다. 복지의 주역은 신뢰다. 신뢰는 지속 가능한 사회라는 미래 가치 공유로 가능해진다. 즉 혁신성장의 결과인 증세를 통한 불균형을 조정하는 복지로 사회는 지속 가능하게 된다. 문제는 복지 지상주의가 아니라 적정한 복지의 규모와 전략이다.
지속 가능한 복지 전략은 직접적인 보조금이 아니라 일자리를 통한 복지다. 일을 통해 가치를 만들어 일부를 분배받는 것이 소득의 본질이다. 가치창출과 가치분배를 순환시키는 신성한 일을 통해 사회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것이다.
그런데 혁신은 생산성 향상을 통해 기존 일자리를 줄인다. 19세기 영국에서 러다이트운동이 일어난 원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250년의 산업혁명 역사상 실업률은 제자리에 머물렀다. 혁신의 결과로 일자리는 줄지 않았고 부가가치는 증가했다. 혁신이 없앤 저부가가치 일자리를 미충족 욕망이 만든 고부가가치 일자리로 대체한 결과다.
여기에 조건이 있다. 일자리 안전망이라는 재교육 시스템이다. 덴마크·스웨덴 등 북구 국가들은 혁신을 촉진하는 규제개혁과 노동안정성·기업가정신은 최대한 뒷받침하나 혁신으로 인한 실업은 일자리 안전망을 통해 재교육해 일자리 복귀를 지원한다. 실업 기간의 최저생활은 사회 안전망으로 보완한다. 이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은 혁신의 성과인 세금으로 충당한다.
생산적 복지는 일자리 안전망이 주된 정책이고 직접 보조금은 보완책이 된다.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은 일자리 중심 복지로만 가능하다. 매슬로의 욕구 5단계 중 안정의 욕구 이상은 일자리를 통해 제공돼야 한다. 물고기가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안내하는 기회 제공이 진정한 복지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국민들의 최저생활은 보장해 생존의 욕구는 충족시켜야 한다. 직접적 복지인 최소 수준의 사회 안전망이 필요한 이유다.
마지막으로 간과되지 말아야 할 복지는 혁신의 안전망이다. 혁신은 도전하는 기업가정신으로 꽃핀다. 그런데 한국에서 창업은 신용불량자로 가는 위험한 길이다. 청년들의 절반이 안전한 공무원을 지망하는 사회에서 혁신은 사라진다. 정직한 창업 실패의 재도전을 허용하는 혁신의 안전망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