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에도 수십, 수백명이 지나다니는 서울 강남의 한 사거리. 카페들이 즐비한 이 노른자 땅에 ‘블록체인 카페’가 들어섰다. 하얀색 외부 도장으로 멋을 낸 겉모습은 여느 카페와 다르지 않지만, 간판에 적인 ‘블록체인 카페’라는 문구가 흥미로운지 행인들은 힐끔힐끔 가게 안을 살펴보며 가던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었다.
카페 들어서자마자 각 유리창마다 배치된 스크린들이 시선을 끈다. “암호화폐 시세판 때문에 놀라셨나봐요.” 이번에 카페를 열게 된 업체이자 원래 블록체인을 다루는 엑셀러레이팅 및 마케팅 업체의 노승욱 마케팅 이사는 카페로 들어선 기자에게 인사 대신 말을 건넸다. 그는 “각 스크린들은 암호화폐 거래소들인 빗썸, 업비트, 코인베네 등에서 제공하는 시세 정보 및 일상에서는 보기 힘든 프로젝트 광고를 보여줍니다” 라며 “물론 MOU(업무 협약)를 맺은 거래소들에 한해 실시간으로 카페에 시세를 제공받는거에요” 라고 덧붙였다.
주문을 받는 데스크에서는 음료 메뉴판을 살펴보던 일부 사람들이 메뉴판 앞에서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도 보였다. 블록체인 카페인 만큼 비트코인 창시자로 알려져 있는 사토시 나카모토나 이더리움의 아버지로 통하는 비탈릭 부테린 등 블록체인 산업에서 이름을 날리는 유명인사들의 이름에서 따온 브루잉 커피명 때문이다.
옆에 서 있던 기자는 호기심에 ‘에티오피아 부테린’을 시켜봤다. 평소 크립토 키티 가방, 유니콘 티셔츠 등 종잡을 수 없는 패션감각에 별명이 외계인일 만큼 지적으로나 외모로나 독특한 부테린인만큼 독특하고 강렬한 맛을 상상하며 한 모금 들이켰다. 맛은 생각과는 달랐다. 부드럽고 연했다. ‘뭘 표현하고 싶었던 걸까. 이더리움이 순조롭게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인가’라는 생각이 스치며 고개가 갸우뚱했다.
옆에서 휴대폰을 손에 꼭 쥐고 있던 한 남성 고객은 직원에게 “암호화폐로는 결제가 아직 안되나요”라고 물었다. 그의 손에는 암호화폐 월렛 앱을 켜놓은 휴대폰이 쥐어져 있었다. 카페 관계자는 “다음 달 중으로는 이더리움 기반의 암호화폐 결제가 가능할텐데, 지금은 현금으로만 받고 있어요”라며 “이더리움을 시작으로 ERC20 토큰들을 먼저 도입할 것 같으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라고 말했다.
결제 시스템은 어떤 앱을 기반으로 할 지 궁금했다. 그는 “자체적으로 암호화폐 결제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구축 중”이라며 “암호화폐를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는 ATM도 설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화장실로 가는 복도에서는 성공했다 싶은 프로젝트를 순서대로 나열한 ‘블록체인 명예의 벽’이 있었다. 비트코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ERC20 기반의 프로젝트들이었다. 벽 앞에 선 이들이 “한국 프로젝트가 하나도 안걸려 있네. 심사 기준이 어떤거지?”라는 논의를 벌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블록체인 카페를 표방한 만큼 카페를 찾은 이들 중에는 관련 기술과 산업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꽤 많은 듯했다. 이들은 이내 벽에 걸린 특정 프로젝트를 거론하며 해당 암호화폐의 현재 이슈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도 보였다.
카페 관계자도 이런 관심을 바탕으로 이 공간을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들이 찾아 정보를 나누고 교류하는 네트워크 장소로 만들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마치 17~19세기 유럽에서 당대 문호들과 귀족들이 어울리며 문학 발전의 토대가 된 문학살롱 같은 역할을 지향하는 듯 했다. 노승욱 CMO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교육 사업 및 밋업을 통해 기업과 대중 간의 상호 교류가 이뤄질 수 있게끔 하는 다리 역할을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김연지기자 yjk@decenter.kr
- 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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