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을 통해 환전하지 않고 암호화폐를 법정 통화로 환전하거나 국내로 전송하면 외국환거래법 등 국내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내 암호화폐 발행 프로젝트 팀이 해외에서 ICO(암호화폐공개)로 조달한 자금을 거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법률 이슈다.
물론 아직 암호화폐와 관련한 법률은 존재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외국환거래법 제16조 제4호 및 규정 제5-11조 ‘외국환은행을 통하지 않는 지급 등의 규정’에 따르면 거주자가 외국환은행을 통하지 않고 지급수단을 수령하고자 하는 경우는 신고예외 대상이다. 그러나 권단 법무법인 동인 파트너 변호사는 18일 서울 서초구 드림플러스 강남에서 ‘암호화폐 해외거래, 환전인가 vs 환치기인가’를 주제로 열린 ‘제3회 디센터 콜로키움 행사’에서 “암호화폐를 현행법상 지급수단으로 볼 수 없어 문제가 된다”며 “외국환거래법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잡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시세변동 위험성 때문에 해외에서 조달한 이더리움 등을 해외 OTC(장외거래) 시장이나 거래소에서 외국 통화로 환전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후 국내로 송금할 때는 허가받은 환전 업무 취급 업소에서 내국 통화로 환전한 후 국내로 송금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렇게 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권 변호사에 따르면 해외 거래소의 암호화폐 지갑에서 국내 거래소에 개설된 대표 또는 개인의 지갑으로 전송한 후 국내 거래소나 OTC 마켓에서 내국 통화로 환전하는 경우가 오히려 많다. 그는 “이러한 과정은 실질적으로는 외국 통화를 내국 통화로 환전한 것과 같은 셈”이라며 “경우에 따라 해외 ICO 법인과 한국 운영 법인이 ‘환치기(무등록 외국환업무)’ 범죄에 대한 교사 또는 공동정범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 변호사는 이번 강연이 “외국환거래법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취지”라는 점을 강조하며 일본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그는 “일본은 지난 2017년부터 자금결제법 및 외국환거래법을 개정해왔다”며 “자금결제법에서는 암호화폐를 현금과 함께 ‘지불수단’으로 규정했으며 외국환거래법은 해외 법인이나 개인 간 3,000만엔 이상을 지불할 때 당국에 보고를 의무화했다”고 말했다.
권변호사는 이에 코인 간 거래는 우선 신고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해외 ICO로 조달한 이더리움 등을 해외 거래소 또는 지갑에서 국내 거래소나 개인 지갑으로 바로 전송할 때 거주자인 국내 법인이 수령 방법에 대하여 외국환거래법상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암호화폐는 지급수단으로 정의되지 않을 뿐 더러 조달한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다가 지갑을 통해 국내로 전송하는 경우는 불법 환치기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환치기 이외에도 외국환거래법상에는 준수해야 할 신고 규정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환거래법 제 16조 ‘지급 또는 수령의 방법 신고’에 따르면 외국환업무취급기관 등을 통하지 않고 거주자와 비거주자 간 거래나 행위에 따른 채권·채무를 결제할 때는 그 지급 또는 수령방법을 한국은행에 꼭 신고해야 한다. 권 변호사는 “암호화폐는 지급수단으로 정의되지는 않지만 문제를 삼는다면 외국환업무취급기관 등을 통하지 않고 지급 또는 수령을 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며 “정형화된 방식이 아닌 특이 거래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 때문에 신고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국내 법인이 자금을 운용할 때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운영 법인이 해외 ICO 법인으로부터 전송받은 이더리움 등을 내국 통화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개인을 매개로 하면서 임직원에게 전송을 하는 등 다단계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며 “이 단계에서 법률위반 행위가 발생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암호화폐의 급격한 시세 변동으로 법인이 암호화폐를 전송받은 시점과 거래소 처분 시점의 가격 차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만약 급격한 가격 하락으로 법인이 손해를 보면 업무 담당 임직원은 업무상 횡령, 배임 또는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 문제를 물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연지기자 yjk@decenter.kr
- 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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