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에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 테더(Tether·USDT)의 가격이 1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투자자와 거래소가 다른 스테이블 코인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17일(현지시각)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테더 가격 하락 이후 거래소 비박스(Bibox)의 제미니달러(GUSD) 거래량은 2배로 훌쩍 뛰었다. 제미니달러는 윙클보스 형제가 만든 제미니 거래소의 스테이블 코인이다. 반면 테더 거래량은 시세 하락 이후 70% 감소했다. 에리스 왕 비박스 공동창업자는 코인데스크에 “그간 위험을 회피할 목적으로 테더를 거래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이런 거래 동기가 사라졌다”고 전했다.
거래소들도 테더를 대체할만한 다른 스테이블 코인을 찾고 있다. 거래소 오케이이엑스는 지난 15일 제미니달러를 비롯해 팍소스스탠더드토큰(PAX), USD코인(USDC), 트루USD(TUSD) 등 스테이블 코인 4종을 상장한다고 발표했다. 후오비 역시 오케이이엑스와 같은 4종을 상장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비트포렉스는 제미니달러, 지비닷컴은 팍소스스탠더드토큰을 상장한다.
거래소의 이 같은 추세에는 테더에 대한 신뢰도 하락도 영향을 줬다. 테더는 그간 파트너 거래소 비트파이넥스를 통해 시세를 조작한다는 의혹, 발행에 따른 달러 예치금을 보유하지 않았다는 의혹 등에 휩싸이며 신뢰를 잃었다. 이에 거래소 디지파이넥스는 지난달 트위터를 통해 “테더를 트루USD로 대체한다”며 일찌감치 테더 상장을 폐지하기도 했다. 키에나 셱 디지파이넥스 공동창업자는 “테더를 믿지 않기 때문에 그간 테더 상장을 폐지할 방법을 고민해왔다”고 밝혔다. 디지파이넥스는 이달 들어 제미니달러와 팍소스스탠더드토큰, USD코인을 잇따라 상장하며 테더의 빈 자리를 채우는 중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다른 스테이블 코인이 테더의 위치를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테더에 비해 상장된 거래소가 극히 적은 탓이다. 제미니달러의 경우 일부 거래소에서는 거래량이 급증했지만 상장된 거래소는 여전히 6곳에 불과하다. 그 중 24시간 거래량이 10만 달러(한화 약 1억 1,000만원) 이상인 대형 거래소는 비박스, 오케이코인, 힛빗 3곳뿐이다. 에리스 왕 역시 지난달 제미니달러를 상장하며 “스테이블 코인 중에서는 테더가 여전히 지배적인 위치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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