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시스템에 블록체인을 끼워 넣는 형태로 시범사업을 하고 있는 대부분의 기업과 달리 한컴시큐어는 블록체인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처음부터 기획했습니다. 현재 전국 지자체의 스마트시티 조성에 적극 참여하고 있고 내년 상반기 중 모든 거래자가 이익을 볼 수 있는 블록체인 서비스 모델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노윤선 한컴시큐어 대표는 지난 17일 한컴 본사에서 디센터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하며 내년 한컴시큐어의 활약을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한글과컴퓨터의 계열사로 지난 99년도에 설립된 한컴시큐어는 인터넷뱅킹, 사이버트레이딩, 온라인쇼핑 등에서의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한 보안 인프라 업체다.
마이크로소프트를 거쳐 한컴에서 6년째 근무 중인 노 대표는 보안업체들이 블록체인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 대표는 “비트코인을 자세히 보면 그 안에는 해시함수, ECC(Elliptic Curve Cryptosystem·타원곡선 암호체계) 등 핵심적인 보안 기술이 들어있다”며 “한컴그룹이 블록체인 등 신사업을 대폭 확대하면서 접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정보보안과 관련된 일을 오랜 기간 해왔기 때문에 블록체인 솔루션을 누구보다도 잘 설계할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블록체인 시범사업을 추진해 온 노 대표는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블록체인만을 위한 서비스 모델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블록체인 시범사업 초창기에는 기존 시스템에 블록체인을 얹는 형태로 시범 사업을 펼쳤으나 블록체인은 블록체인만의 솔루션과 서비스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사업 모델을 과감하게 전환했다. 노 대표는 “블록체인은 현재의 컴퓨팅 환경을 완전히 바꿔놓는 기술이기 때문에 IT(정보기술)의 핵심인 정보보안 솔루션도 블록체인을 위한 솔루션으로 바뀌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시범사업 끝에 탄생한 것이 한컴 에스렛저(S Ledger·다양한 분야에 활용 가능한 한컴의 블록체인 플랫폼)와 블록체인 시큐리티 스위트(Blockchain Security Suite)다. 에스렛저는 전국 지자체와 금융권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 블록체인 시큐리티 스위트는 블록체인 기반 생체인증, 암호화폐 거래를 위한 암호 키 보호 등 기업용 통합인증 서비스다.
스마트시티 솔루션의 일부인 한컴의 블록체인 플랫폼 에스렛저의 활용 사례에 대해 노 대표는 “금융기관의 통합 인증 솔루션을 블록체인으로 하는 등 내부 인트라넷 환경을 구성하려고 한다”면서도 “수주 일보 직전인 건들이 몇 가지 있는데 조만간 발표되는 것은 금융 관련 활용 사례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컴은 차세대 주력 신사업으로 ‘스마트시티’를 선정하면서 한컴 스마트시티 통합 플랫폼을 공개했다. 스마트시티는 ICT 기술을 활용해 도시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시민 안전과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 골자다. 이 플랫폼 안에는 블록체인 뿐 아니라 AI, 클라우드 전자정부, VR, 스마트 모빌리티 등의 기술이 탑재돼 있다.
한컴그룹은 2020년까지 그룹 전체 매출의 50%를 신사업에서 창출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 50% 중 블록체인도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노 대표는 “블록체인의 수익성은 가늠이 힘들다”면서도 “스마트시티와 관련된 여러 플랫폼이 블록체인과 연동돼 있어 수익에 이바지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한컴 외 많은 대기업들이 한국형 스마트시티를 이야기하는 상황에서 한컴의 전략은 무엇일까. 노 대표는 “스마트시티를 하겠다고 나선 기업 중 솔루션을 가지고 있는 업체는 한컴 외엔 없다”며 “단순 관심과 솔루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시티에서 지향하는 것은 미래”라며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정제하는 작업도 중요한데, 한컴그룹은 스마트시티를 위한 시각화, 분석 등 전체적인 솔루션이 내재화돼있다”고 덧붙였다. 모두가 스마트시티에 관심을 드러내며 준비에 나설 때 한컴은 이미 스마트시티에 자체 솔루션을 탑재할 준비를 마쳤다는 뜻이다.
블록체인을 다루고 있는 대기업들이 내년 1분기를 기점으로 블록체인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라고 선언하는 가운데 한컴의 상황은 어떨까. 노 대표는 “모든 거래자가 이익을 보는 서비스 모델을 기획했다”고 귀띔했다.
한컴시큐어는 프라이빗 블록체인 사업을 시작으로 퍼블릭 블록체인 영역까지 손을 댈 예정이다. 노 대표는 “기업 내에서 인트라넷과 인터넷을 구분하지 않듯이 프라이빗과 퍼블릭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될 것이라고 본다”며 “이더리움은 퍼블릭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기업용 버전으로 탈바꿈하고 하이퍼렛저는 프라이빗으로 시작해 퍼블릭의 요소를 조금씩 보이고 있다. 퍼블릭과 프라이빗의 장점이 결국 융합된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퍼블릭 블록체인 없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절름발이와 다를 바 없다”며 “규제 상 우리나라에서 퍼블릭 블록체인 사업을 진행할 방법이 없어 각 기업마다 프라이빗으로 시작하는 것인데, 시장의 참여에 보상제도를 도입하는 등 자연스럽게 생태계가 돌아가게 하는 구조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생태계를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 노 대표의 입장이다. 그는 “정부는 화폐, 코인이라는 용어에 민감해하는데, 용어에 촉각을 세울 일이 아니다”라며 “과거 핀테크 산업에서 범한 실수를 블록체인 산업에서 또 다시 범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핀테크 업체 중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춘 회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규제 때문에 다른 국가에 밀린 경우가 많다”며 “인터넷 속도는 우리나라가 1위인데 정작 인터넷 글로벌 회사는 없듯, 인프라만 잘 갖춰놓고 규제에 가로막혀 기업이 뻗어나가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블록체인의 특성상 글로벌 서비스를 손쉽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들며 “일자리 창출, 수출 등 제조업 중심의 서비스를 위해서도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연지기자 yjk@decenter.kr
- 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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