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성공 확률) × (성공 시 기대수익) ≥ (범죄 적발 확률) × (적발 시 기대손실)
범죄자들도 계산기를 두드린다. 적발될 확률이 낮고 적발되더라도 감당해야 할 손실이 크지 않다면 범죄자들은 범죄를 시도한다. 암호화폐 시장은 딱 그러한 분야다. 해커들은 난립한 암호화폐 거래소의 빈틈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인다. 보이스피싱 범죄 집단과 다단계 사기 집단도 암호화폐 시장 근처를 배회한다. 이들은 꽤 높은 기술력과 범죄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 저질의 기술력만으로 만들어진 거래소와 IT 보안에 익숙하지 않은 거래소 고객들은 이들의 주요 목표물이다.
정부는 여전히 뒷짐 짓고 있다. 여러 거래소는 나빠진 시장과 악전고투하고 있으며, 일부 거래소는 ‘오로지 돈’을 향해 사기 수준의 행위를 거침없이 펼치고 있다.
거래소 CPDAX를 총괄하는 서문규 코인플러그 본부장도 암호화폐 시장에 판치는 악의적인 행위를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있다. 서문규 본부장은 10일 “거래소의 자율정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CPDAX는 이상거래, 보이스피싱 등 사기와 관련이 있는 IP와 전화번호, 그리고 지갑 주소 등을 공유할 수 있는 ‘블랙리스트 셰어링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당연히 각종 정보는 식별할 수 없게 처리되어 플랫폼에 올라가게 된다”고 덧붙였다.
보안을 신경 쓰는 거래소라면 이상거래를 식별하기 위한 노력은 기본이다. CPDAX 역시 이상거래탐지 시스템(FDS)을 통해 혹시 모를 고객 피해에 대비하고 있다. 이상거래로 탐지되면 해당 거래는 일단 정지된다. 서문규 본부장은 “일부 선량한 고객의 거래가 중단되는 일도 가끔 있지만,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선 필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 거래소의 축적된 정보만으로는 전체 암호화폐 시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기 관련 행위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없다. 하지만 주요 거래소들이 블랙리스트 셰어링 플랫폼을 함께 활용하면 ‘범죄 적발 확률’은 급격히 높아진다. 서문규 본부장은 “플랫폼에 데이터를 제공하면 토큰을 받게 되며, 데이터를 사용하기 위해선 다시 토큰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 본부장은 “각 거래소들은 데이터 공유를 통해 직접적인 비용 절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려운 시장 상황 속에서도 CPDAX는 가치 중심으로 간다”= 상황이 좋은 땐 누구나 가치를 쫓는다. 하지만 어려울 때 바로 앞의 돈을 지나쳐 가치를 지향한다는 일은 쉽지 않다. CPDAX는 거래소를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데에 2019년을 활용할 예정이다.
서문규 본부장은 “ICO 프로젝트가 많이 없어졌다”며 “실제 프로젝트들은 투자를 못 받고 있으며, 프라이빗 세일은 실패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의 10분의 1이 수준이란 게 그의 주장이다. 좋은 프로젝트들은 벤처캐피털에게 투자를 받고 비즈니스 모델을 안정화한 다음 ICO를 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틀었다.
이더(ETH)가 아닌 한화 등 법정화폐로 자금을 받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도 늘고 있다. ETH의 변동성 때문이다. 서 본부장은 “작년 하반기 ETH 등으로 자금을 모은 국내외 프로젝트들이 투매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들이 ETH 가격이 10만원대까지 하락하는 데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ICO가 어려워진 만큼 거래소와 함께 토큰을 세일하는 IEO가 주목받고 있다. CPDAX 역시 이 IEO를 몇몇 팀과 준비 중이다. 서 본부장은 “중국과 한국의 크립토 펀드가 사실상 투자 활동을 멈춘 상태”라며 “거래소가 투자 유치와 마케팅을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IEO에 적합한 ‘좋은 프로젝트’를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CPDAX는 거래소에서 더 나아가 금융 플랫폼이 된다는 장기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래서 핀테크에 힘을 줄 계획이다. 코인플러그는 암호화폐 입출금 ATM 기기에 타인에게 송금할 수 있는 기능까지 추가할 예정이다. 암호화폐 OTC 서비스도 고민하고 있다.
/심두보기자 shim@decenter.kr
- 심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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