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400여 개 국가기관과 지자체,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사전 과제 수요조사를 진행해 이 중 파급효과가 크고 국민 체감 편익이 높은 최종 12개의 블록체인 공공사업 과제를 선정했다. 공공선도 시범사업은 블록체인 기술을 공공부문에 선도적으로 도입·적용해 공공서비스를 혁신하고 초기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목적이다.
과제의 수는 지난해 6건(40억원)에서 올해는 12건(72억원)으로 늘었다. 시범사업 제안 기관은 △전라북도 △방위사업청△식품의약품안전처 △서울의료원 △병무청 △부산광역시 △우정사업본부 △국가기록원 △서울특별시 △환경부 △제주도 △한국남부발전 등이다.
시범사업 예산은 과제당 6억원이 배정됐다. 지난해와 달리 기업체에서 과제 공모 분야당 최대 3개까지 지원 가능하며 사업비의 70%를 인건비로 활용할 수 있다.
◇컨소시엄 구축…분야별 강자와 맞손= KISA 공공시범 사업의 경우 컨소시엄 형태가 강세다. 지난해 진행된 관세청 시범사업은 매트릭스투비와 노매드커넥션, 국토부 사업은 웨이버스·블로코·코오롱베니트·올포랜드, 선관위 사업은 핸디소프트·해바라기소프트·엑스블록시스템즈가 손을 맞잡았다. 해수부의 경우 케이엘넷과 글로스퍼가, 외교부의 시범사업은 에스지에이와 에스지에이솔루션즈가 함께 했다.
블록체인 전문 개발사로 분사한 에스지에이솔루션즈는 모회사인 에스지에이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축했다. 나머지 5개사는 모두 분야별 강자와 함께 컨소시엄을 형성하는 방향을 택했다. 관세청 시범사업의 경우 통관 비즈니스 로직에 유능한 매트릭스 투비와 블록체인 전문회사인 아이콘루프가 손을 잡았다. 이희라 매트릭스 투비 본부장은 “당사는 무역업무 비즈니스 로직을 잘 알고 있지만, 블록체인 업무를 가져가려고 하니 스마트 콘트랙트 정의 등에 애로사항이 있었다”면서 “해당 업무에 정통한 회사와 함께해 블록체인 부분을 설계해 나갔다”고 말했다.
올해 시범사업의 경우 단독 또는 컨소시엄 형태의 참여 모두 가능하다. 컨소시엄은 최대 4개 사업자까지 가능하며 자부담금 최고 지분율 사업자가 주관사업자로 등록해야 한다. 다만 구성 시 한 개 사업자 이상이 포기할 경우 자동으로 컨소시엄 전체가 지원대상에서 제외됨을 유의해야 한다.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 법률시행령에 따라 블록체인 분야에서는 대기업의 참여도 가능하다.
사업자 선정을 위한 평가는 수행계획서 평가를 통해 수행서 심의 대상자 고득점자순으로 선정한다. 평가점수가 70점 미만일 경우 사업자 선정에서 제외된다.
◇하이퍼렛저 강세…클라우트 기반 구축도 열쇠= 지난해 공공 시범 사업 6개 중 4개 업체가 리눅스재단이 주관하는 블록체인 오픈소스 하이퍼레저(Hyperledger)를 이용했다. 하이퍼레저는 모든 산업에서 범용이 가능한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을 제공하고 있다. 하이퍼렛저와 같은 오픈 플랫폼은 확장성이 뛰어난 네트워크 생성 등이 장점이다. 관리가 쉽다는 점도 특징이다. 권한을 가진 노드 구성, 접근권한 제어, 인증 생성 및 관리 등을 지원해 네트워크 관리에 용이하다고 평가받는다.
농림부 시범사업 진행 당시 하이퍼레저 플랫폼을 이용한 차재열 농심 NDS 소장은 “공공서비스에 접목될 사안을 고려해 프라이빗 블록체인인 하이퍼렛저를 선택했다”며 “하이퍼렛저 프로젝트 중 패브릭(Fabric), 익스플로러(Explorer), 켈리퍼(Caliper)를 적용했다”고 귀띔했다. 해수부 시범사업을 진행한 글로스퍼도 하이퍼렛저를 활용했다. 글로스퍼의 시범사업을 총괄한 문홍석 팀장은 “타 과제에 비해 짧은 시간에 수행해야 했었다”면서 “클라우드 DB에 강점이 있는 하이퍼렛저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김태원 글로스퍼 대표는 “지난해 프라이빗 블록체인에서 IBM이 강세였다”면서도 “올해는 다양한 사업이 진행됨에 따라 여러 플랫폼이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그는 플랫폼만 제공하는 공수(工數) 형태의 참여도 가능할 것이라 내다봤다.
올해 공공사업의 경우 클라우드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뛰어난 속도와 확장성, 생산성, 성능, 안정성 등을 이유로 많은 기업이 블록체인 개발에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하는 추세다. 클라우드 기술은 데이터를 인터넷과 연결해 언제 어디서든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관세청 시범사업을 진행한 이희라 매트릭스 투비 본부장은 “당사는 내부 서버를 활용해 시범사업을 진행했었다”면서도 “참여 업체들의 서버 사양에 따라 속도가 하향 평준화하는 모습을 보인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 이외에도 당시 시범사업에 참여한 여러 업체 클라우드 사용 시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김항진 아이콘 루프 비즈니스 컨설팅 디렉터는 “공공에서 쓰는 클라우드가 이미 마련돼 있다면 이를 활용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며 “시스템 구축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클라우드 활용이 시간단축의 키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종 검증 TTA 평가 …꼼꼼한 사업설계 필요= 최종평가 단계에서 진행되는 정보통신표준화위원회(TTA) 평가도 주요 이슈다. TTA란 국가 내 관련 기업이나 연구기관, 소비자, 학계 등 이해관계인이 참여해 자국 내 사정을 반영한 규격을 개발하고 서로 이용하게 하는 표준 제도규격이다. 지난해의 경우 시범사업 마무리 평가단계에서 블록체인이 적용된 과제가 일정 규격을 갖췄는지 6가지의 테스트를 진행했다. 테스트 범위는 △스마트 콘트랙트 호출 동작 테스트 △단일 장애 대응 △노드 구성 적합성 △개인 키 관리 △용량 확장성 등이다.
지난해 참여자들은 올해 TTA 평가가 더욱 까다로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차 소장은 “올해는 인증·암호화 부분이 강화될 것”이라면서 “기능에 대한 검증도 주요 요소”라고 귀띔했다. 문홍석 글로스퍼 팀장 또한 해당 평가의 기준이 높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 팀장은 “해수부의 경우 최소 500 TPS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했었다”며 “서비스가 올라간 상태에서 해당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전했다. 시범사업의 경우 실제 서비스 위에 바로 접목돼 참여 노드 수나 블록 크기 등이 TPS에 높은 영향을 미친다. 서류접수 전 단계에서 사업별 요구 사안을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올해 KISA가 제시한 소프트웨어 검증 기준은 △트랜잭션(데이터) 성능 목표 값 명시 △합의 알고리즘 및 노드구성방법 명시 △트랜잭션 1개당 평균 데이터 사이즈 △블록 1개당 크기 최대치 목표 값 △검증 구간 및 도구 △측정방법 등이다.
◇늘어난 진행기간…인력·시간배분 유의= 올해 시범사업의 또 다른 특징은 지난해 12월 해당 일정이 공개됐다는 점이다. 제안요청서작성, 사업설계, 사업진행 등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5개월 정도 늘었다. 올해는 1월 사업자 공모, 2월 사업자 선정 및 협약 후 3월부터 12월까지 시범사업 진행 등 일정으로 진행된다. 필요에 따라 7월 예정된 중간점검을 거치며 12월에는 최종 결과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지난 시범사업 참가자들은 진행과정에 있어 ‘인력배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문 팀장은 “해당 사업에 2~3명의 개발자가 공공사업 부분에만 매진했다”며 “스타트업의 경우 적은 인력을 해당 부분에 배치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따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글로스퍼의 경우 발주처가 부산에 있어 원활한 소통을 위해 지방에 상주하며 일을 진행했다. 이 본부장은 “행사 참여 등 홍보 부분도 신경 써야 했다”며 “IT 기업에서 생소한 부분에 애로사항이 따랐다”고 말했다.
2019년 블록체인 공공선도 시범사업 사업자 공모 최종본은 지난 11일 KISA 홈페이지에 업로드됐다. 접수기간은 오는 2월 11일 오후 2시까지며, KISA 전자계약시스템을 통한 온라인 접수만 가능하다.
/신은동기자 edshin@decenter.kr
- 신은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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