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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소품블 49]깃발을 통해서 본 블록체인


조민양 동서울대학교 컴퓨터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한국블록체인학회 부회장

“백기 들어, 청기 내려, 청기 올리지 말고 백기 내려~~~”

순발력을 테스트하던 추억의 게임이다. 일명 ‘깃발 들기’ 게임으로 한때 모든 사람이 유쾌하게 즐기던 게임이었다. 청기와 백기는 학생들의 운동회에도 꼭 등장하던 아이템이다. 모두 한 목소리로 우리팀을 응원할 때 단상에서 응원을 이끌어 주던 리더들이 커다란 깃발을 흔들면서 하나 되도록 만들어 주던 단합의 상징이기도 했다.

해외여행이 자유화된 초창기에 단체 관광객으로 여행을 다녀오신 어드신들에게 좋은 곳에서 구경 많이 하셨냐고 질문을 했을 때 하신 답이 명작이다.



“가이드가 깃발만 보고 따라오라고 해서, 깃발 구경만 실컷 하고 왔어~”

지금은 다양한 패키지 여행과 자유 여행이 자연스럽게 보급되어 멀리 해외 여행에서 깃발만 보고 다닐 일은 없겠지만, 모든 것이 낯설고 서툴던 시절의 에피소드 였다.

다른 색깔의 깃발에 대해서 얘기해 보자.

빨간색 깃발(적기, 赤旗, Red Flag)에 대한 이야기이다.

적기조례(赤旗條例, Red Flag Act)라고 불리는 근대 산업화에 대한 최초의 법이자, 대표적인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법이다.

영국은 증기 기관을 통한 산업화를 처음으로 시작한 나라이다. 산업 선진국답게 증기 기관을 이용해서 실용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자동차를 처음으로 만든 나라이기도 하다. 기술의 진보를 계속하며 증기 자동차가 시속 30Km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을 정도로 발전시켜 나갔다. 그러나 마차를 중심으로 한 기존 운송 산업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로비를 하여 산업을 억제하는 법을 만들었다. 최고 속도를 시속 16Km 정도로 제한을 하고, 시가지에서는 그 절반으로 줄이는 조치를 했고, 붉은 깃발을 들고 자동차 진행방향 50여M 전에서 자동차의 움직임을 미리 알려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제도를 도입하게 한 것이다. 말과 마주친 자동차는 멈춰야 하고, 말이 놀라지 않도록 연기나 증기를 내뿜지 못하게 막는 어이없는 규제를 30여년 이상 지속하게 하였다.

물론 초기의 자동차는 안전하지 못해서 폭발과 사람들을 다치게 했다. 그리고 기존 마부들과 마차 운송 사업을 어렵게 하는 적대 세력이었다. 그렇지만 자동화, 산업화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들의 권리를 넘보는 후발주자를 응징하기 위해서 걸어 세운 빗장은 해당 산업뿐이 아니라, 전체 산업의 발전도 가로막는 장벽이 되었다.

그 사이 자동차의 주도권은 대륙으로 넘어갔고, 경쟁국에서는 증기기관을 넘어서 내연기관 자동차가 발명되는 과정을 그저 말의 뒤꽁무니만 따라다니며 지켜보아야 했던 것이다. 뒤늦게 영국에서도 다수의 자동차 회사들이 탄생을 하며 기술 발전에 매진을 했지만, 한번 잃어버린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은 다시는 영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미래를 앞당길 수 있는 기술 발전을 저해한 악법으로 자리매김한 적기조례가 21세기에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국내에는 블록체인 분야를 포함해서, 산업의 무한경쟁 체제에서 새로운 산업군이 성장하는 데에 도움보다는 장애가 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 안타까운 실정이다. 최근 샌드박스 규제와 같은 시도를 일부 추진하고 있으나,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물론 새로운 산업과 이전에 없던 시도를 통해서 발생하는 부작용도 있고, 피해를 보는 사람들도 발생한다. 그러나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못 담글 수는 없다. 우리에게 중요한 생활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비단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분야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갑론을박을 통해 방향성에 대해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분산경제포럼(디코노미2019) 행사에서 경제학자 루비니 교수와 이더리움의 창시자 부테린의 설전을 통해 암호화폐의 가치에 대해 설전이 오갔다. 누구의 말이 정답인지를 판정하기에는 아직 시기가 이른 것 같다. 두 사람의 의견이 완벽하게 상대방을 제압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깃발은 방향만 잡아 주면 된다. 깃발만 보게 한다면 우리는 얻는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다. 블록체인에서도 깃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깃발이 알려주는 방향을 심도 있게 바라보았으면 한다./조민양 동서울대학교 교수

심두보 기자
shim@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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