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슴슴하다’,‘닝닝하다’,‘밍밍하다’,‘심심하다’,‘삼삼하다’.
음식을 맛보면서 들었을 법한 말들이다. 모두 음식의 싱거운 상태를 표현하고 있다.
‘슴슴하다’는 북한에서는 아직도 사용하는 옛말이고, ‘심심하다’가 표준어이다. ‘닝닝하다’는 ‘밍밍하다’라는 표준어가 있다. 음식이 다소 싱겁다는 의미이다.
‘삼삼하다’는 음식 맛이 조금 싱거운 듯하면서 맛이 있다는 뜻이 있다. 속어로 쓰이는 표현으로 ‘사물이나 사람의 생김새나 됨됨이가 마음이 끌리게 그럴듯하다’는 뜻이 있다.
그럼 ‘삼삼데이’에 대해 알고 있는가? 이른바 ‘삼겹살데이’라 하여 3이 두 번 겹치는 3월 3일을 한돈이라 불리는 국산 돼지고기를 먹자는 소비 촉진 이벤트이다. 구제역 파동으로 어려웠던 2003년 축산인들이 중심이 되어 시작한 마케팅 캠페인이다. 한국 사람의 소울푸드이자 음식 한류로 확산되고 있는 삼겹살의 위상을 확고하게 해준 행사일 것이다.
2018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사육되는 돼지가 1천160만 마리 가량 된다고 한다. 도축되는 돼지는 1천7백만 마리이고, 그중에서 제일 비싸게 팔리고 많이 팔리는 부위는 물론 삼겹살이다.
돼지 한 마리를 도축하면 55kg 가량 되고, 이 중에 삼겹살 부위는 10kg 정도이다. 삼겹살을 위한 파레토 법칙이라고 할까, 2할이 안 되는 삼겹살 부위가 돼지고기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약 20%의 삼겹살이 나머지 80% 이상의 부위를 압도하고 있다.
실제 국내에서 소비되는 삼겹살 물량을 국산으로만 해결하려면, 지금의 배 이상 사육두수를 늘려야 한다. 2017년 기준 삼겹살 부위의 수입량은 17만2,000여 톤 가량이다. 돼지 한 마리에서 나오는 10kg의 삼겹살을 기준으로 하면, 대략 1천7백만 마리의 돼지를 도축해야 하는 물량이다. 실로 삼겹살 소비량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외국의 경우 돼지고기에서 지방질이 많은 복부 부위인 삼겹살은 기름 덩어리인 비계를 제거하는 비용까지 들여야 하고, 잘 소비되지 않아 그들이 처리하기 곤란한 부위이다. 그러나 한국으로 수출하는 삼겹살은 비계를 제거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인건비도 절약된다. 또 무게도 더 많이 나가게 되어 이중으로 수지맞는 장사를 하고 있다.
그들에게 삼겹살은 헐값에 팔아야 하거나 버려야 하는 부위이다. 그런 부위를 비싸게 사서 먹고 있는 이방의 나라를 재미있는 시선으로 보고 있다. 한국으로 삼겹살을 수출하는 나라들은 꿩 먹고 알 먹는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우리가 삼겹살을 좋아해서 수입을 하고 있지만 뭔가 억울한 느낌이다.
우리는 삼겹살을 주로 직접 구워먹는 방법으로 소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장기간 보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스페인에는 하몬(스페인어: Jam?n, 영화 제목으로 인해 하몽으로 잘못 알려져 있기도 하다)이란 음식이 있다. 돼지의 뒷다리를 숙성시켜서 오랜 기간 먹을 수 있도록 만든 음식이다. 우리는 돼지의 다리를 푹 삶아서 족발이라는 음식으로 먹고 있다. 같은 부위도 식생활 문화와 환경에 따라 이렇듯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하몬과 족발의 상이함을 다양함으로 인식하고 경쟁하듯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로 돼지고기 수출은 거의 중단된 상태이다. 그래서, 국내에는 삼겹살을 제외한 부위들은 여전히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어려움에 맞부딪혀 있을수록 더 건강한 생활을 위해 음식과 식재료를 다양화하는 시선이 필요하다. 블록체인 분야도 같은 고민을 해야 한다.
블록체인 비즈니스는 로컬 기반이 아닌 글로벌 기반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물 안 개구리의 눈이 아닌,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 수요와 공급 역시 글로벌한 관점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윈윈(Win-Win)하는 모델을 제시하고 적용할 수 있다.
자연은 스스로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도록 작동을 한다. 육류를 공급하기 위한 사육 현실은 친환경보다는 수익성에 우선을 두고 있다. 그래서, 밀집적인 왜곡된 사육 환경이 적용되고 있다. 그래서 자연이 갖는 자정노력이 무위가 되고 인위적인 관리에 의해 강제로 보살펴지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해소하지 못해 해법 없이 방치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해법을 소프트웨어적으로 찾아보자. 세계인이 좋아하는 맛있는 돼지고기 요리의 장점을 살려보자. 특정된 부위의 편향된 소비가 아닌 다양성을 통한 해결을 찾아야 한다. 또, 같은 부위라도 다른 요리 방법을 통해 확장해야 한다. 방목해서 키울 수 없다면, 사육 환경에 좀 더 정성을 들여야 한다.
인위적인 방식을 가급적 배제하고, 블록체인 합의 방식처럼 스스로 만들어 가게 해보자. 당장 물리적으로 개선시킬 수 없기에, 블록체인이라는 소프트웨어 방식을 통해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여 해결하는 방식도 함께 고려해 본다면 새로운 해법이 보일 것 같다.
편식은 건강의 큰 적이 된다. 식문화에서 다양함이 필요하듯이, 블록체인 비즈니스도 현실에 맞는 다양함으로 건강하게 보살펴주길 바란다./조민양 동서울대학교 교수
- 심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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