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이 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Libra)’ 백서를 공개했을 때 단연 화제가 된 것은 리브라 블록체인 플랫폼의 노드(참여자)들이다. 리브라는 비자, 마스터카드, 페이팔 등 세계적인 금융결제기업은 물론 우버, 이베이 등 글로벌 대기업까지 ‘리브라 협회’의 노드로 끌어들였다. 페이스북은 백서에서 리브라가 폭넓게 이용되게끔 하기 위해 지역별, 사업 분야별로 다양한 구성원과 협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런 노드 확보 방안은 리브라만의 전략이 아니다. 블록체인 플랫폼들은 더 이상 디앱 유치만을 목표로 경쟁하지 않는다. 디앱 유치에 앞서 강력한 노드를 확보함으로써 플랫폼 기반을 구축하는 전략을 짜고 있다. 노드로 ‘위원회’나 ‘협회’를 구성하는 게 일반적이다.
멘스 하몬(Mance Harmon) 헤데라 해시그래프 CEO는 노드 구성원을 ‘협회’로 꾸린 리브라의 방식이 헤데라 해시그래프의 거버닝 카운슬을 모방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몬은 블로그를 통해 “지난해 2월 페이스북의 블록체인 사업담당자인 데이비드 마커스와 함께 한 자리에서 거버닝 카운슬의 중요성 등 회사의 비전을 공유했다”며 “이번에 발표된 리브라 백서에서 헤데라가 공유한 것들이 많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모델은 27일 메인넷을 발표한 카카오의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에도 적용됐다. 클레이튼 역시 플랫폼을 함께 운영할 노드로 구성된 ‘거버넌스 카운슬(Governance Council)’ 참여 기업을 발표했다.
클레이튼의 거버넌스 카운슬에는 LG전자, LG상사 등 LG그룹의 계열사, 셀트리온, 넷마블, 위메이드, 네오플라이 등 국내 유명 대기업이 참여했다. 필리핀 대표 은행인 유니온뱅크, 동남아시아 최대 통신기업 악시아타 그룹의 계열사인 악시아타 디지털 등 아시아 유명 기업도 합류했다.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 등 카카오 계열사 역시 포함됐다.
멘스 하몬 헤데라 해시그래프 CEO는 거버닝 카운슬 모델에 대해 “탈중앙화 네트워크에서도 ‘네트워크 효과’를 얻으면서 시스템의 안정성을 추구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도 “클레이튼 거버넌스 카운슬에 참여한 업체들의 시가 총액을 모두 합치면 약 75조원에 달한다”며 “이렇게 가치가 높고, 책임감 있는 기업들과 클레이튼을 함께 운영하면 플랫폼의 안정성과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위원회 구성원들의 역할도 노드로서 거래를 검증하는 것을 넘어 네트워크상 다양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확대된다. 헤데라 해시그래프 카운슬의 구성원들은 네트워크 내 결정사항에 합의하는 역할을 맡으며, 플랫폼 내 토큰인 HBAR의 활용도를 높이고 악의적인 네트워크 참여자를 견제하기도 한다.
리브라와 클레이튼 역시 비슷하다. 리브라 협회 구성원들은 스테이블코인 리브라의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예치 자산을 관리한다. 이 역시 플랫폼 내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클레이튼을 개발한 그라운드X 측은 “클레이튼 거버넌스 카운슬은 클레이튼의 기술, 사업 등에 대한 주요 의사결정과 노드 운영을 담당하게 된다”며 “플랫폼 운영을 넘어서 클레이튼 기반 신규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기존 사업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는 것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플랫폼들은 기존 모델을 서서히 탈중앙화로 확장해가겠다고 밝히며 이 같은 지적에 대응하고 있다. 하몬 헤데라 해시그래프 CEO는 “허가된 노드만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에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페이스북 역시 리브라 백서를 통해 리브라 블록체인을 프라이빗에서 향후 퍼블릭으로 전환한다고 설명했다.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 박현영 기자
- hyun@decent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