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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스냅샷]납득할 수 있는 리브라의 타협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화두 중 하나는 ‘확장성’이다. 국내 대표적인 프로젝트인 카카오 클레이튼(Klaytn)은 플랫폼에 올라가는 앱을 디앱이 아닌 ‘비앱(Bapp)’이라 부른다. 아예 D(Decentralized)를 B(Blockchain)로 바꿔버렸다. 탈중앙화를 고집하기보다 사용자 편의성을 이끌어내 대중들의 선택을 받겠다는 의미다.

클레이튼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다. 크립토 진영에서는 탈중앙화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심심찮게 들린다. 블록체인이 확장성을 갖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중앙화를 감수하는 편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딜레마다. 탈중앙화는 블록체인의 핵심 가치다. 그러나 확장성에서 발목을 잡는다. 여기에 보안 이슈까지 더해져 블록체인 최대 난제 트릴레마(Trilemma)가 완성된다. 지금도 크립토 생태계는 메울 수 없는 간극을 좁히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트릴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은 답답할 정도로 느리다. 이때 페이스북이 등장했다. 아니, ‘리브라(Liba)’라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하겠다. 지난 6월 페이스북은 초대형 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를 공개했다. 리브라는 독립된 조직 리브라 협회(Libra Association)를 통해서 탈중앙화와 확장성 간극에 ‘납득할만한’ 수준의 타협을 제공하려 한다.

우선 리브라는 프라이빗 메인넷으로 출시된다. 1,000만 달러라는 거액의 입장료를 낸 파트너를 대상으로 노드 운영권을 제공하는 폐쇄적인 시스템이다. 탈중앙화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백서를 통해 “향후 퍼블릭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는 탈중앙화 가능성을 완전히 버리지 않은 채 초기 유저를 확보하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 완전한 탈중앙화와 확장성 사이의 분명한 해답을 구하지 못한 현재로선, 리브라의 선택은 합리적으로 보인다. 물론 리브라가 백서대로 약속을 반드시 이행한다는 전제 조건이 지켜져야겠지만.

탈중앙성를 구현하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탈중앙화를 구현했음에도 잘 운영되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스테이블 코인 다이(DAI) 발행사 메이커다오는 구성원의 투표를 주된 기준으로 삼는 ‘DAO 방식’의 거버넌스를 진행했지만 저조한 투표율로 문제를 겪기도 했다. 탈중앙화는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언젠가는 다다라야 하는 도착점이지만 그 정도에 관해선 논의가 필요하다.

페이스북이 취한 두 번째 타협은 리브라 협회다. 페이스북은 “리브라 운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리브라의 탈중앙화 미션이 비단 페이스북만의 숙제가 아니라 협회에 참여하는 다른 노드들에게도 동일하게 부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페이스북의 지난 과오만으로 리브라의 신뢰성을 문제 삼기엔 섣부른 감이 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리브라 협회가 정말 세계적인 ‘그림자 은행’이 될까? 아니면 그들의 비전처럼 수십 억 명에게 단비와 같은 금융기회를 제공하게 될까? 이 발칙한 암호화폐의 미래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다. 리브라의 시도는 탈중앙성과 확장성 이슈를 해결하려는 그동안의 프로젝트 중 가장 큰 스케일이라는 점. 그리고 어떤 결과로 이어지든 크립토 생태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이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지금 리브라를 시작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 길이 정답일까. 천칭자리 저울대(Libra)를 손에 쥔 정의의 여신 디케만의 판정을 기다려보자.
/조재석기자 cho@decenter.kr

조재석 기자
cho@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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