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검색창 닫기
  • BTC
  • ETH
  • XRP
  • BCH
bithumb제공 bithumb제공
  • BTC
  • ETH
  • XRP
  • BCH
bithumb제공 bithumb제공

"스테이블코인은 속도가 생명···홍콩식 샌드박스로 1년만에 발행"

[디지털 결제 빅뱅이 온다]<3> 발행 허가 앞둔 홍콩

전역에 가상자산 ATM 80대 설치

카드에 충전해 제한없이 사용 가능

입법회 처리 3개월만에 본격 시행

알리페이·SC 등 9곳 라이선스 신청

달러·유로 등 외화연동 발행도 허용



‘투입한 500홍콩달러는 테더(USDT) 52.28개 상당입니다.’

14일 홍콩 차이나페리터미널에 위치한 가상자산 자동화기기(ATM)에 500홍콩달러를 넣자 구매할 수 있는 달러 스테이블코인(USDT) 수량이 떴다. 수수료는 60홍콩달러. QR코드를 스캔하라는 안내에 따라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가 가능한 리닷페이 애플리케이션을 띄워 지갑 주소를 입력하니 ‘USDT가 전송됐다’는 문구와 함께 모든 절차가 끝났다. 별도의 고객신원확인(KYC)이나 실명 인증도 없었다. 현금만 있으면 누구나 몇 분 안에 스테이블코인을 손에 넣을 수 있다.



다음 달 1일부터 스테이블코인 발행 라이선스를 도입하는 홍콩 현지는 막바지 준비 작업이 이어지고 있었다. 홍콩에서 스테이블코인 결제는 이미 일상화돼 있다.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을 살 수 있는 ATM이 홍콩 전역에 약 80대가 설치돼 있다. 선불형 결제카드인 리닷페이 카드에 스테이블코인을 충전하면 대중교통과 음식점·커피숍 등에서 제한 없이 쓸 수 있다.

현지에서는 스테이블코인 시장 선점을 위한 기업들의 물밑 경쟁이 치열했다. 지금까지 라이선스 신청 계획을 공식화한 곳만 최소 9곳으로 블록체인 전문 기업을 비롯해 알리페이 운영사 앤트그룹과 스탠다드차타드(SC) 같은 전통 금융사도 뛰어들었다.

라이선스 제도는 올해 5월 홍콩 입법회를 통과한 첫 번째 스테이블코인 조례를 통해 도입됐다. 홍콩금융관리국(HKMA) 등록을 의무화하고 발행량 이상 준비금을 보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입법회 처리 3개월 만에 본격 시행에 들어가는 일정이다.

스테이블코인이 초고속으로 도입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HKMA가 지난해부터 운영해 온 스테이블코인 발행자 규제 샌드박스가 있다. HKMA는 지난해 7월 샌드박스 참여사로 △스탠다드차타드·홍콩텔레콤·애니모카브랜즈의 합작법인 △기업간거래(B2B) 결제 전문 RD테크놀로지 △중국 징둥닷컴의 스테이블코인 자회사 징둥코인링크 등 3곳을 선정했다. 1년 가까이 업계와 직접 소통하며 스테이블코인 사업모델을 이해하고 규제 기대치를 사전에 조율했다. 2017년부터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를 연구해 온 홍콩이지만 최근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에 대응해 두 가지 디지털 화폐의 공존 전략으로 발 빠르게 선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샌드박스 실험에 참여한 에반 아우양 애니모카브랜즈그룹 사장은 “샌드박스 내에서 3사가 기술적·운영적 과제를 함께 해결해왔다”며 “자사 블록체인 게임 내 자산을 홍콩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으로 직접 구매할 수 있는 구조는 물론 향후 증권과 채권 등 전통 자산 토큰화 거래 활용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HKMA는 최대한 유연하게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펴고 있다. 조례에 따르면 홍콩 스테이블코인 발행 라이선스를 취득한 기업은 홍콩달러(HKD)뿐 아니라 달러(USD), 유로(EUR) 등 외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도 발행할 수 있다. HKMA는 스테이블코인 규제 방향에 대한 서울경제신문 질의에 “홍콩에는 전통적인 은행 예금, 선불식 결제 수단(SVF) 등 다양한 교환 수단이 존재하고 스테이블코인은 이 가운데 새로운 결제 옵션으로 자리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며 “스테이블코인 발행자 규제와 CBDC 프로젝트를 통해 공공·민간 디지털 화폐가 공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홍콩의 미래 디지털 경제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준비하는 홍콩 기업들은 실사용처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HKMA는 라이선스 발급 조건으로 준비금 관리나 상환 능력 등과 함께 실질적인 사용 사례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경제활동에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을 줄지, 사업 계획이 실행 가능하고 규제 요건에 부합하는지도 함께 평가할 것이라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현지에서 만난 기업들 역시 실사용 기반 마련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국경 간 송금이나 디지털 자산 거래, 실물연계자산(RWA) 결제 등 다양한 방식을 실험하고 있다. 이재호 K&L 게이츠 홍콩사무소 변호사는 “이론적으로는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도 오히려 한국보다 먼저 홍콩에서 발행될 수 있는 구조”라며 “USDT가 초기에 빠르게 출시돼 시장점유율 60% 이상을 확보한 것처럼 스테이블코인은 선두 주자가 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홍콩이 샌드박스를 통해 현실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제도를 재빨리 설계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스테이블코인은 속도가 생명”이라며 “완벽한 규제를 기다리기보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빠르게 나선 홍콩의 방식이 글로벌 경쟁에서 유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알리페이가 홍콩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시도하는 데 대해서도 현지의 기대감이 컸다. 아우양 사장은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실제로 채택되느냐다”라며 “다양한 발행인이 생태계에 참여하고 각자의 사용 사례를 개발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홍콩=김정우 기자
< 저작권자 ⓒ 디센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메일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