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페이스북이 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Libra)의 백서를 공개했을 때 헤데라 해시그래프(Hedera Hashgraph)는 “모방은 가장 성실한 아부(Imitation is the sincerest form of flattery)”라는 표현을 남겼다. 유명 대기업으로 노드(네트워크 참여자) 집단을 꾸리는 리브라의 운영 방식이 헤데라 해시그래프를 모방했다는 표현이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 운영을 위해 노드 집단, 일명 ‘위원회’를 구축하는 것은 최근 카카오의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Klaytn)도 도입한 방식이다. 그러나 이 방식의 원조는 헤데라 해시그래프다. 헤데라 해시그래프는 지난 2월 개최한 연례행사 ‘애뉴얼 어셈블리(Annual Assembly)’에서 노드로 이루어진 위원회 ‘거버닝 카운슬(Governing Council)’ 구성원을 발표했다. 구성원으로는 글로벌 IT 기업의 대표주자 IBM, 독일 1위 통신사인 도이치텔레콤, 일본 유명 증권투자사 노무라홀딩스를 비롯해 스위스 국영통신사 스위스콤블록체인, 라틴아메리카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마가진루이자, 과학기술 전문 로펌인 DLA파이퍼 등이 참여했다.
하지만 노드가 정해져 있는 한, 거버닝 카운슬 모델은 블록체인 기술의 기반인 ‘탈중앙화’에서 벗어났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에 대해 베어드 창업자는 “헤데라 팀은 총 18개 산업군에서 최대한 다양하게 노드 참여기업을 모집함으로써 탈중앙화를 구현하려 한다”며 “노드 별로 추구하는 바도 크게 다르기 때문에 중앙화된 플랫폼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드로 활동할 수 있는 기간도 3년이고, 연임해도 최대 6년이기 때문에 노드도 계속 바뀐다”고 덧붙였다. 노드 활동 기간을 정해놓음으로써 최대한 많은 기업이 헤데라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게끔 한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헤데라 팀은 어떤 기준으로 거버닝 카운슬을 구성했을까? 베어드 창업자는 “각 산업군의 대기업을 영입했고, 확실한 실생활 이용사례(Use Case)와 비즈니스모델을 가진 기업을 기준으로 노드를 끌어들였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헤데라 플랫폼의 노드로 참여한 이유에 대해선 “기업들은 노드인 동시에 플랫폼 이용자이기도 하다”며 “헤데라의 분산 원장 시스템을 사업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참여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리브라의 경우 노드가 되려면 1,000만 달러를 내야 하는데 헤데라는 일절 비용을 받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헤데라 팀이 지난 6월 말 공개한 컨센서스 서비스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거래 내역을 순서화할 수 있게끔 하는 일종의 API다. 다른 블록체인 플랫폼을 쓰는 기업들도 이 API를 활용할 경우 헤데라 해시그래프 네트워크의 속도인 10만TPS(초당 거래량)로 거래를 처리할 수 있다. 베어드 창업자는 “컨센서스 서비스는 디앱이 헤데라 플랫폼을 써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고, 다른 플랫폼을 쓰는 디앱도 이 서비스를 쓸 수 있기 때문에 헤데라 플랫폼 이용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헤데라 해시그래프가 진출하고 싶은 주요 시장 중 하나다. 최근 헤데라 해시그래프는 한국인 대상 HBAR(헤데라 해시그래프 토큰) 지급 이벤트를 시작했으며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에 HBAR을 상장한다고 발표했다. 베어드 창업자는 “블록체인 기술과 헤데라 플랫폼의 대중적 수용(매스 어답션, Mass Adoption)을 위해선 한국은 빼놓을 수 없는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헤데라 해시그래프는 한국에서도 거버닝 카운슬 구성원을 찾고자 한다. 베어드 창업자는 “금융, 기술, 리테일 등 최대한 여러 산업군의 한국 대기업들과 논의 중”이라며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기업들 위주로 구성원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참여를 희망하는 한국 기업이 있는데, 확실한 계약이 체결되기 전이라 밝힐 순 없다”고 덧붙였다.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 박현영 기자
- hyun@decent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