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를 주식처럼 발행하는 증권형 토큰은 많은데, 주식을 암호화폐로 발행하는 건 불가능한 일일까? 미국 나스닥 상장 주식을 토큰으로 거래하게끔 해 주목을 받았던 DX익스체인지가 출범 9개월 만에 운영을 중단한다. 저조한 거래량, 자체 토큰의 가격 하락 등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DX익스체인지는 지난 3일(현지시간) “현재 상황에선 거래소 보안 유지와 고객 지원에 드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거래소 운영을 중단하고 합병 또는 매각 절차를 진행한다”고 공지했다. 고객들은 오는 15일까지 거래소에서 돈을 인출해야 한다.
‘주식을 토큰화한다’는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출범 당시 DX익스체인지는 전통 주식시장의 단점을 해결할 것이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개장, 폐장 시간이 있는 주식시장과 달리 토큰화된 주식은 24시간 365일 거래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또 외국인들도 미국 나스닥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장점들이 주식을 토큰으로 거래할 충분한 동기를 제공하지는 못했다. 우선 주식을 토큰화하는 방식부터 문제였다. 토큰화는 DX익스체인지와 독점 계약을 맺은 MPS마켓플레이스시큐리티(MPS Marketplace Securities, Ltd)에 의해 이루어졌다. MPS는 나스닥에 상장된 주식들을 확보한 뒤, 이더리움의 ERC-20 발행 표준을 이용해 각 주식과 1:1로 매칭되는 토큰을 발행했다. DX익스체인지 이용자들은 주식 발행회사로부터 주식을 매수하는 게 아니라 MPS로부터 매수하는 셈이다.
이때 주식 보유에 따른 권리는 토큰화된 주식과 함께 이전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주식을 보유하면 배당과 함께 주주의 권리인 의결권을 가진다. DX익스체인지는 이용자들에게 의결권 존재 여부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이에 배당은 받을 수 있지만 의결권을 가질 수 없다면 굳이 주식을 토큰으로 살 필요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MPS를 완전히 신뢰하기 힘든 점도 문제가 됐다. DX익스체인지의 운영은 곧 MPS의 신뢰도에 달려있었다. 토큰화를 맡은 MPS가 토큰 발행량에 해당하는 만큼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지 증명돼야 DX익스체인지의 고객들이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MPS의 전신은 이스라엘 소프트웨어 기업 ‘스팟옵션(SpotOption)’이다. 스팟옵션은 지난해 1월 사기 혐의로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추방당한 전력이 있다. 때문에 MPS의 신뢰도에 대해서도 논란이 불거졌다.
DX익스체인지를 통해 외국인들도 미국 나스닥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나스닥의 최대 이용층인 미국 투자자들은 DX익스체인지를 이용할 수 없었다. DX익스체인지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허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점 역시 DX익스체인지를 이용하려는 수요가 꾸준하지 못했던 이유가 됐다.
이 같은 이유로 인해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유명 IT 기업의 주식을 토큰으로 거래하게끔 한다는 DX익스체인지의 목표는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DX익스체인지 측은 “고객 예치금은 모두 안전하게 보관돼있다”며 “힘든 상황에도 지지를 보내준 고객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박현영기자 hyun@decenter.kr
-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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