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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스냅샷]아예 공공 검색 엔진도 만들지 그래?

출처=셔터스톡

배달 앱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수수료 체계를 변경하자 반발이 일었다. 요금체계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변경하는 구조였다. 실제 이러한 요금제 개편이 우아한형제들의 수익을 얼마나 높일지, 혹은 소상공인의 부담이 전반적으로 높아질지 여부는 당장 알기 어렵다. 우아한형제들은 요금제 시행에 앞서 시행한 시뮬레이션에서 입점 업주 52.8%의 광고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반면 소상공인연합회는 “매출 규모에 따라 수수료가 기하급수로 증가하는 정률제는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논평을 냈다.

배달의민족을 강도 높게 비난한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6일 공공 배달앱 개발 계획을 확정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다. 경북도 역시 공공 주문앱 개발을 추진한다. 추경예산 3억 원도 편성했다. 창원시 역시 ‘창원형 공공 배달앱’ 개발에 착수했다.

공공 배달앱에 대한 지적도 많다. 제대로 돌아 가겠냐는 거다. 전북 군산시에서 선보인 공공 배달앱 ‘배달의 명수’를 켜보니 ‘서비스 장애 안내’ 공지가 떴다. 서버가 폭주했다는 것. 공공기관은 외부 업체를 고용해 앱을 개발하게 되는데 ‘당연히’ 매년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수수료가 무료기 때문이다.

잠깐. 배달의민족 수수료가 불합리하다고 정부가 경쟁사를 만드는 게 적절한 방법일까? 공공앱이 잘되건 안되건 분명 생략된 단계가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엔, 아니 웬만한 제대로 기능을 하는 국가엔 독점기업을 규제하는 법이 있다. 자본시장의 심장인 미국 역시 독점은 자본주의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현상으로 규정하고, 독점행위를 견제한다. 우리나라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약칭 공정거래법이 있다.

우리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행동이 경제를 성장하도록 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를 규제로써 해결하기로 합의한 사회에 살고 있다. 우리 일상에는 수많은 독점 혹은 독과점 기업이 스며들어 있다. 구글은 전 세계의 여러 국가에서 검색어 서비스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네이버가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이 같은 서비스를 기반으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한다. 온 국민이 사용하는 서비스에서 기업이 배를 불리고 있으니 공공 검색 엔진이라도 만들어야 할 판이다.

검색엔진은 혁신이고, 배달앱은 길목을 지키며 소상공인에게 돈을 걷는 수준의 얕은 서비스라 그런 걸까? 그런 서비스였다면 애초에 독점 현상이 일어나지도 않는다. 신규 진입자가 끊임 없이 들어오고 특정 업체가 시장 지배적 위치에 설 수 없는 산업이 되어버릴 테니 말이다.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는 기업은 먼저 고객이 불신하기 시작한다. 불합리한 행태는 대중의 불만으로 퍼진다. 규제당국의 제재도 이어진다. 그리고 이렇게 생긴 틈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행동에 나서는 새로운 도전자가 나타난다.

사용자가 보기 싫은 광고를 차단하고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세운 브레이브(Brave)는 구글 등 소수 기업이 차지한 웹 브라우저 시장의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브레이브는 광고와 추적 시스템의 접속을 차단해 웹 브라우저가 고객의 정보를 모을 수 없게 한다. 사용자가 광고를 보도록 설정할 경우 광고 시청의 대가로 암호화폐 BAT를 지급한다. 검색 속도 측면에서도 구글과 파이어폭스 등 다른 웹 브라우저를 능가한다. 브레이브는 2019년 무려 1,000만 명이 넘는 월간 활성화 유저를 확보했다.

정말 지방자치단체가 만든 공공 배달앱이 배달의민족을 비롯한 IT 기업의 서비스를 능가할 수 있다고 생각할까? 설혹 그 배달앱이 우리나라의 1위 사업자가 됐다고 하자. 그렇다면 매년 수십 혹은 수백 억에 달할 비용은 세금으로 채울 생각일까? 배달을 하지 않는 소상공인이나 배달음식을 1년에 한두 번 먹는 사람들은 왜 그 비용을 분담해야 할까?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기업에게 사회적 책무를 지우는 일은 시대적 흐름이다. 독점은 선도 악도 아니다. 현상이다. 운영 과정에서 불공정한 행위가 있다면 규제기관이, 도덕적 결함이 있다면 대중과 신규 진입자가 행동에 나서면 된다. 자본주의와 법치주의에서 늘 그러했듯이.
/심두보기자 shim@decenter.kr

심두보 기자
shim@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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