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Libra)’가 결제 시스템 산업에서 스페이스X 역할을 할 수 있단 분석이 나왔다. 스페이스X는 민간 우주 개발 기업이다. 지난 2008년 민간기업으로는 최초로 액체연료 로켓을 지구 궤도로 쏘아 올렸다. 2016년엔 로켓 해상 회수에 성공했다. 스페이스X는 로켓 재활용 시대를 열었다. 진입장벽이 높았던 우주 산업에 변화가 찾아왔다.

22일(현지시간) 바이낸스리서치는 리브라 백서 2.0을 분석한 ‘리브라는 초기 야망을 이룰 것인가?(Will Libra Live Up To Its Initial Ambitions?)’란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리브라 연합은 지난 16일 백서 2.0을 공개했다. 백서가 공개되자 일각에선 규제 당국의 반발로 당초 목표보다 계획이 축소됐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바이낸스리서치는 “(초기 백서에 비해) 규제 당국과 협력적인 접근 방식을 선택한 것은 맞지만, 세계 결제 산업을 재편하려는 리브라 야망은 그대로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대부분 결제 시스템은 국가 중심…리브라는 전 세계서 접근 가능한 시스템

백서 2.0에 따르면 리브라가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 ‘리브라 코인(LBR)’은 초기 방식과 달라졌다. 여러 법정화폐와 자산을 하나로 묶어 LBR 가치를 유지하겠다는 계획에서 한 가지 법정화폐와 가치가 연동되는 ‘단일 법정화폐 연동 LBR’을 여러 개 발행하겠다는 계획으로 바뀌었다. LBR달러(USD), LBR유로(EUR), LBR파운드(GBP), LBR싱가포르달러(SDG) 등의 형식이다.

기존에 발행하기로 했던 LBR은 리브라 네트워크 내에서만 이용 가능하다. 이 LBR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운영하는 특별인출권(SDR)과 같은 역할을 할 예정이다. 보고서는 이 부분에 주목했다.

보고서는 LBR이 두 가지 목적에서 사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첫 번째는 국경 간 결제 자산이다. 다국적 무역 협정 등 기업 간 거래(B2B)에서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또 소비자 대 소비자 거래(C2C)에서 송금액 송수신 과정을 개선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아직 네트워크에서 단일 법정화폐 연동이 되지 않는 국가의 국민이 이용하는 자산이다. LBR이 중립적이고 변동성이 적은 통화로 기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부분 결제 시스템이 국가 내부를 중심으로 구축돼 있는 반면 리브라는 전세계에서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 같은 이유에서 보고서는 “리브라는 스페이스X가 우주 산업에 균열을 냈듯 진입장벽이 높고 견고한 결제 시스템을 흔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적 결제 시스템이 되려면 언호스티드 월렛(Unhosted Wallets) 출시가 핵심

보고서는 "리브라가 세계적 결제 시스템으로 자리 잡기 위한 핵심 요소는 언호스티드 월렛(Unhosted Wallets)의 출시”라고 진단했다. 호스티드 월렛은 쉽게 말해 제3자가 개인 프라이빗 키를 보관하고 있는 디지털 지갑이다. 기존 은행 애플리케이션과 유사한 형식이다. 언호스티드 월렛은 그 반대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보고서는 “언호스티드 지갑은 리브라에 대한 접근성을 크게 향상할 것”이라고 전했다. 바이낸스 리서치는 "규제 이슈가 있기 때문에 리브라가 현재는 이 부분을 축소했지만, 리브라 팀은 여전히 언호스티드 지갑을 그들 목표를 달성하는 핵심 요소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리브라 팀이) 규제 준수와 직관적 제품 설계의 균형을 맞출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예리 기자 yeri.do@decenter.kr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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