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결제는 의식주와 같은 기능이라 볼 수 있습니다.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도 기본적으로 갖춰져야 할 인프라라는 의미입니다.” 이근주 한국간편결제진흥원장은 제로페이가 핀테크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부분을 설명하며 이렇게 강조했다. 한결원은 제로페이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달 23일 서울 중구에 있는 한결원 사무실에서 이 원장을 만났다. 제로페이는 기존 은행과 간편결제회사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결제하는 수단이다. 소비자가 별도로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제로페이는 2018년 중소벤처기업부 주도로 출시됐다. 서울시가 제로페이를 확산하는 역할을 맡았다. 제로페이는 부진한 실적으로 관치금융이란 비판을 받았다. 그러다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QR코드 결제, 지역사랑상품권 등이 활성화되면서 제로페이도 급성장했다. 지난 달 31일 한결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제로페이 가맹점은 60만1,550개에 달한다. 누적결제액은 6,000억 원을 돌파했다.
이 원장은 제로페이 경쟁력으로 가맹점 수를 꼽았다. 그는 “신용카드가 편리한 것은 어느 상점을 가더라도 신용카드로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신용카드 외의 지불결제 수단은 가맹점 수가 적어 활성화가 어려운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간편결제 서비스가 “온라인에선 나름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오프라인에선 가맹점 수가 적어 지불결제수단으로서 기능 수행이 미흡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제로페이가 확보한 가맹점 수는 강점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지불결제사업자는 새로운 가맹점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제로페이가 구축한 직불 결제 망을 이용할 수 있다. 결제 망 운영 비용은 분담해야 하지만 스타트업 입장에선 한번에 수많은 가맹점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이 원장은 이처럼 기본적인 인프라가 만들어지면 스타트업이 다양한 서비스를 구상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인프라 구축이란 측면에서 오픈뱅킹도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고객이 핀테크 스타트업에서 제공하는 로보 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이용해보고 싶다. 그런데 은행에서 스타트업으로 자금을 옮기는 데 드는 비용이 높다면 해당 서비스를 사용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핀테크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비싼 수수료를 지불하느라 서비스 개발에 드는 비용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서비스 질이 낮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원장은 “정부가 주도해 오픈뱅킹을 구축하면서 자금이동이 원활해지고, 핀테크 업체는 서비스 개발에 집중할 수 있다”며 “제로페이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기본적 인프라가 구축되면 업계 전반적으로 성장이 촉진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서비스 가격을 책정하는 데 있어서, 망 이용료에 구애 받지 않고 제값을 매길 수 있기에 산업이 더 발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결원은 올해 온라인 제로페이, 해외페이 사업자와 협업,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활성화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 원장은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제로페이가 지급결제 수단으로 일반화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페이 사업은 현재 위챗페이와 QR결제 연동 개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 키스정보통신을 제로페이와 위챗페이 결제중계서비스 운영위탁사업자로 선정했다. 위챗페이를 사용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국내 제로페이 가맹점에서 QR코드를 찍으면 바로 결제가 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원장은 “명동 좌판에서도 외국인 관광객이 위챗페이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바일 온누리 상품권으로는 전통시장 소비가 촉진될 것이라 기대했다. 사용자는 제로페이로 10% 할인된 가격으로 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다. 이렇게 산 상품권을 전통시장에서 이용하면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원장은 빅데이터 서비스 지원에 대한 사업 계획도 밝혔다. 그는 “현재는 결제 데이터를 활용하는 단계에 이르지 않았지만 향후 매출 세부 내역을 활용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구현이 가능하도록 빅데이터 서비스 지원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예리 기자 yeri.do@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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