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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터 스냅샷]디파이를 기다리며...GoDot의 추억



"우리는 고도(Godot)를 기다리고 있다구"

"누구요?"



"고도. 기다려보자구. 그가 뭐라고 하는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 고도는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 지루한 연극을 끝까지 본다는 것은 엄청난 인내를 필요로 할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고도가 오겠지하며 기다려보지만, 관객들은 막이 내릴 때까지 그를 볼 수 없습니다.

말장난을 하면, 고도는 닷컴 다음에 오게 돼 있습니다. 닷(dot)이 왔다(come)가 다시 가는(go) 거니까요.

2000년대 초 전 세계를 흥분시킨 IT 혁신과 인터넷 기업들의 흥망을 닷컴(.com) 버블이라고 하죠. 이 때 살아남은 대표적인 기업들이 구글, 아마존입니다. 인터넷 검색, 온라인 상품 주문을 들고 나왔는데, 당시에는 "이게 뭐지, 신기한데, 성공할 수는 있을까" 의문도 많았습니다.

요즘 디파이(DeFi)라는 말이 블록체인 업계에 대유행입니다. 디파이 관련 기사를 볼 때마다 "이거 참 신박하네, 말이 되는데, 근데 정말 될까" 합니다.

디파이는 암호화폐를 중심에 둔 금융(Finance)입니다. 다만, 예금과 대출을 중앙에서 컨트롤하는 은행같은 중간자가 없다는 뜻에서 'De(탈중앙 : Decentralization)'가 붙었습니다.


일단 디파이는 이자가 아주 높습니다. 전 세계 중앙은행이 코로나와 싸우기 위해 기준 금리를 거의 제로 수준으로 떨어뜨렸죠. 디파이 이자는 웬만하면 10%가 넘습니다. 매력적이죠.


보통의 금융은 내가 은행에 맡긴 돈을 누가 얼마의 이자에 빌려가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은행을 믿고, 정해진 예금 이자를 받을 뿐입니다. 디파이에는 이런 은행이 없습니다.

암호화폐를 맡긴 사람이나 빌려가는 사람이나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탈중앙 시스템의 구성원일 뿐입니다. 디파이에서는 누가, 언제, 얼마의 이자로 돈을 빌려가는지 다 기록합니다. 블록체인은 거대한 장부니까요. 그 장부를 운영하는 시스템 자체가 블록체인이고, 이 시스템을 유지하는 보상으로써 별도의 암호화폐 코인도 존재합니다.


암호화폐를 맡기거나, 대출을 하는 행위자는 시스템 유지에 기여한 댓가로 이자 외에 코인을 보상으로 받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디파이 서비스 중 하나인 신세틱스 네트워크의 코인 가격 추이. 올해 저점 대비 20배 가격이 올랐다.(자료=코인마켓캡)


높은 이자에 암호화폐 예치를 원하는 사람들이 디파이로 몰려 듭니다. 암호화폐 대출을 하는 사람들도 이자가 상당히 높지만 "빌린 암호화폐로 뭔가를 더 할 수가 있고", 여기에 보상 코인까지 받을 수 있으니 디파이를 이용해보기로 합니다.

암호화폐를 맡기려는 사람과 빌리려는 사람이 서로 양의 되먹임(positive feedback)을 하면서 디파이 시장은 커집니다. 점점 더 커집니다. 이제 디파이 시스템은 기존 금융 부럽지 않은 규모를 자랑하게 됩니다. 은행같은 번거로운 중간자 없이 돈을 맡기고 빌릴 수 있습니다.

마침내 기다리던 고도가 왔습니다.

그런데 언제? 디파이는 닷컴 기업들이 혁명같은 서비스를 들고 나왔듯이 혁명적으로 시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전통 금융의 이자 외에 시스템 유지 및 기여에 대한 보상(코인)까지 동원해서요.

진짜 고도가 올 수도 있습니다. 관건은 "빌린 암호화폐로 뭔가를 더 할 수가 있고..." 부분입니다. 통상의 금융에서는 은행에서 빌린 돈이 실물 경제로 들어갑니다. 거기서 투자가 일어나고, 사업을 하고, 부가가치를 만들어 이자를 충당합니다.


그렇다면 디파이 이자의 원천은 뭘까요? 빌린 암호화폐로 만들어낼 수 있는 궁극의 부가가치는 뭘까요? 채굴과 암호화폐 자체의 가격이 오르는 것 외에 아직은 생각나는게 별로 없습니다.


암호화폐가 실물 경제 여기저기서 쓰인다면, 대출 받은 암호화폐로 서버 비용도 내고, 인건비도 주고, 마케팅 비용도 충당하고... 그때 디파이가 온다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질 겁니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 이런 대사가 있습니다.

"아무도 오지도, 가지도 않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정말 끔직해"

디파이가 너무 일찍 온 걸까요? 누구라도 오면 좋겠습니다.

/James Jung 기자 jms@decenter.kr
정명수 기자
jms@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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