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내달 25일 특금법 시행을 앞두고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 매뉴얼을 공개한 가운데 신고 불수리 요건에 포함된 대표자 및 임원의 자격 요건에 법률상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7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특정금융거래정보의 이용 및 보고에 관한 법률(특금법)이 오는 3월 25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감독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날 금융 당국은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 매뉴얼도 배포했다. 매뉴얼에 따르면 대표자 및 임원을 포함한 사업자는 금융관계법률 위반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야 한다.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가 법인의 대표자 및 임원으로 있을 경우 신고 불수리 요건에 해당한다.
문제는 그간 가상자산사업자는 금융 회사로 분류되지 않았기 때문에 금융관계법률 적용을 받지 않아 왔다는 점이다. 금융관계법률에는 특금법을 비롯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등이 있다. 그러나 가상자산사업자는 금융회사로 여겨지지 않았기에 범죄에 휘말릴 경우 보통 형법 등으로 기소하거나 처벌해왔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송치형 의장이 대표적 사례다. 송 의장을 포함한 업비트 운영진 3명은 지난 2017년 9월부터 11월까지 숫자 ‘8’이란 ID를 만들고 전산을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ID8에 1,221억 원 규모의 자산을 예치한 것처럼 꾸미고 가짜 거래를 지속해 실제 회원의 거래를 유도한 혐의로 지난 2018년 검찰에 불구속됐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사기)과 사전자기록위작 혐의로 형법을 적용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 무죄판결이 나왔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두나무 등기에 따르면 송 의장은 지난 2018년 4월부터 사내이사직을 맡고 있다. 2020년 4월 기준 송치형 의장은 두나무 지분 26.8% 보유한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그러나 특금법 상 문제될 사안은 없다. 송 의장의 혐의는 형법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특금법에 따르면 그의 재판 결과는 거래소 운영과는 별개 사안이다.
권오훈 차앤권 법률사무소 파트너 변호사는 “이번 특금법은 기존 사업자 등 과거를 고려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거래소 운영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위법행위에 대해서 특금법이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과거 투자자를 속여 암호화폐공개(ICO)를 진행한 뒤 자금을 편취한 불법 프로젝트들도 특금법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에 별 무리 없이 등록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그간 어떤 사업군에도 속하지 않았던 가상자산사업자가 이번 특금법으로 금융 회사 등에 포함됐다”며 “경우에 따라 규제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예리 기자 yeri.do@
- 도예리 기자
- yeri.do@decent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