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슈퍼스타 르브론 제임스의 호쾌한 덩크슛 영상을 전 세계 60억 인구 가운데 나 혼자만 영원히 소유할 수 있을까. 이 영상은 유튜브에서 언제든 검색할 수 있고 복제하기도 쉬운 디지털 콘텐츠다. 하지만 여기에 ‘오리지널리티’라는 양념을 뿌리면 상황은 달라진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소유권’이 더해지는 순간 디지털 콘텐츠가 투자자산으로 바뀌는 것이다. 영상의 소유권을 갖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값어치는 무한대로 커진다.
허무맹랑한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최근 블록체인 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Non-Fungible Token)’ 얘기다. 실제 NBA톱샷이라는 NFT 마켓플레이스에서는 제임스를 비롯한 NBA 슈퍼 스타들의 명장면들이 NFT를 활용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NFT는 블록체인상에서 발행되는 토큰의 일종이다. 토큰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데이터를 생성, 보관하는 역할을 한다. NFT는 비트코인과 달리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다. 내가 가진 비트코인 1개는 친구가 보유한 비트코인 1개와 바꿀 수 있지만 NFT는 불가능하다. 토큰 1개당 가격이 다 달라서다. NFT의 개념을 더 쉽게 이해하려면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디지털 파일에 소유권 증명을 넣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런 특성 때문에 NFT는 유일무이한 지문에 비유되며 고유한 가치가 인정된다. 같은 제임스가 등장하는 영상이라도 2020년 2월 6일 덩크슛 영상 NFT와 2021년 1월 10일 어시스트 영상 NFT가 전혀 다른 가격으로 거래되는 이유다. NFT의 거래 내역과 소유권 등은 이더리움 같은 퍼블릭 블록체인 장부에 수십만 개로 분산돼 저장되기 때문에 조작이 불가능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언제든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원작은 루브르박물관에 소장된 단 하나라는 사실과 마찬가지다.
디지털 작품에 오리지널리티를 부여할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NFT는 예술·게임·엔터테인먼트 등의 분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희소한 가치를 가진 예술품과 궁합이 잘 맞는다. 크리스티에서는 이달 11일 비플(Beeple)의 NFT 작품 ‘매일:첫 5000일(EVERYDAY:THE FIRST 5000 DAYS)’이 790억 원에 낙찰됐다. 비플은 생존 작가 중 세 번째로 비싼 작가가 됐다.
예술품이 아니어도 희소성을 지닌 ‘그 무엇’이라면 NFT로 발행해 거래가 이뤄진다.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는 15년 전에 작성한 첫 트윗을 NFT화해 경매를 진행했는데 약 290만 달러(32억 7,000만 원)에 팔렸다. 가상세계에서도 NFT는 각광 받고 있다. 메타버스의 주요 아이템을 NFT화해 거래하면 내역이 블록체인에 기록돼 소유권 증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최근의 NFT 열풍을 자산 버블의 대명사인 ‘튤립 버블’에 비유하며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넘치는 유동성과 인간의 욕망이 결합돼 빚어진 광풍일 뿐 곧 거품이 터질 것이라는 얘기다.
/도예리 기자 yeri.do@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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