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 이론'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해리 마코위츠에 의해 체계화된 이론으로, 자산을 분산투자하여 포트폴리오를 만들게 되면 분산투자 전보다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이론입니다. 자산별 가격 움직임의 연관성을 측정하는 상관계수(Correlation)가 낮은 자산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개별자산에 투자했을 때보다 낮은 위험으로 그에 준하는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로 '분산 투자의 중요성'을 입증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론과는 다르게 현실 세계에서 서로의 상관계수가 0에 가까운 자산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러거나 저러거나 각 산업은 다른 산업에, 한 국가는 다른 국가에 적게나마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이에 기관 투자자들은 전통적인 Financial Asset(금융 자산)인 주식, 채권과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포트폴리오에 편입시켜 위험대비 수익률을 극대화시키려 합니다. 이런 자산들을 통틀어 Alternative Asset(대체자산) 이라고 하며, 부동산, 원자재 등 실물자산과 사모펀드, 헤지펀드에서 만드는 파생 금융상품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최근들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도 이와 궤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한 헤지펀드의 조사에 따르면 비트코인, S&P500지수, 채권, 금, 원유, 신흥국 통화, 부동산 등의 상관계수를 비교했을 때, 다른 모든 자산과의 상관계수가 29% 이하인 '저상관 자산'은 비트코인이 유일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글로벌 주식과 채권 6:4 비중으로 구성되어있는 전통적인 투자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을 편입하면 어떤 수익률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증명한 리서치 결과는 상당히 유의미합니다.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주식과 채권으로만 이루어진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 비중을 1%로 편입시킨 경우, 누적 수익률이 약 10% 상승하는 효과가 있으며, 비중을 5%로 늘린 경우, 수익률이 30%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비트코인 5%를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면 위험대비 수익률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확인하는것도 중요합니다. 이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를 'Sharp Ratio(샤프 지수)' 라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샤프 지수가 최소 0 이상이어야 투자 고려대상의 자산으로 볼 수 있으며, 클수록 투자 매력도가 큰 자산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의 경우 전통 자산 포트폴리오에 5%가 편입될 때 포트폴리오 전체의 샤프 지수를 0.52에서 0.96까지 두 배 가까이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존 대체자산들은 5% 정도 비중 편입으로는 포트폴리오 샤프 지수에 큰 변화를 주지 못합니다. 즉, 전체 자산의 5% 정도를 위험자산에 배분할 여력이 있다면 비트코인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위험대비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전략인 것입니다.
비트코인은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실시간으로 가격이 변하는 자산입니다.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의 원금손실을 최소화하고 싶은 보수적인 성향의 투자자는 선뜻 투자에 나서기 어려울수 있습니다. 이럴때는 가격이 안정적인 스테이블 코인에 투자하는것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스테이블 코인은 특정 법정화폐를 담보로 발행되기 때문에 해당 화폐와 가격이 1:1로 연동되어 있습니다. 현재 글로벌 거래량 기준으로 가장 큰 스테이블 코인인 USDT의 경우 미국 달러화의 가격을 추종하는데, 바꿔말하면 USDT 코인을 보유하게 되면 달러에 투자하는것과 유사한 효과가 있는 것입니다.
현재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는 이 USDT가 일종의 기축통화처럼 쓰이고 있으며, 그 외에도 USDC, TUSD, PAX 등 달러 기반의 다양한 스테이블 코인이 존재합니다. 디지털 자산을 전문으로 트레이딩 하는 기관 투자자들은 차익거래를 위해 이러한 스테이블 코인을 빌리게 되며, 대차 수요가 커질수록 돈의 값인 금리는 올라가고, 이를 중심으로 한 금융 서비스 시장이 형성됩니다. 스테이블 코인 투자자는 바로 이 시장에 간접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현재 샌드뱅크를 비롯한 다양한 디지털 자산 투자 회사에서 제공하는 USDT 스테이킹 상품은 투자자들에게 연 3 - 20%의 기대 수익률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최초의 디지털 자산인 비트코인 이후에 등장한 코인들은 '알트코인'이라는 이름으로 통칭했었지만, 요즘은 비트코인에 이어 이더리움까지 '메이저 코인'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서론에서 소개한 분산투자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시장 수익률 대비 초과수익을 노리는 공격적 성향의 투자자일 경우 메이저 코인 외에 성장성 높은 알트코인도 포트폴리오에 편입해볼 수 있습니다.
알트코인 투자 중 최근 디지털 자산 업계의 화두는 단연 'DeFi(디파이, 탈중앙 금융)' 입니다. 올해들어 디파이 서비스에 예치된 자산 규모가 200억 달러를 돌파하며 관심과 인기가 지속되고 있으며, 이달 초에는 Bitwise 라는 디지털 자산 전문 헤지펀드에서 세계 최초로 디파이 인덱스 펀드를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유니스왑과 컴파운드 등 지금 디파이의 인기를 주도하고 있는 몇몇 프로젝트들을 조금씩 포트폴리오에 편입하여 초과수익을 노려볼 수 있습니다.
인터체인 프로젝트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서로 다른 블록체인을 연결해주는 블록체인 입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서로 데이터를 교환하고 공유할 수 없는데, 예를들면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반으로 만들어진 디앱에서는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없는 등의 문제입니다. 이런 블록체인의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터체인 프로젝트들은 앞으로도 꾸준히 관심받을 것으로 보이며 장기적 관점에서 포트폴리오 수익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자산 시장의 호황 시기에는 거래소에서 발행한 디지털 자산에 주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바이낸스와 같은 대형 거래소에서 발행한 디지털 자산은 기본적으로 수수료 할인, 수익 쉐어 등을 목적으로 통용되고 있으며, 거래소 산업의 업황, 즉 시장 거래량이 늘어나고 디지털 자산이 가격이 상승할 수록 가격이 올라가게 됩니다. 거래 빈도가 활발한 고객 입장에서는 거래 수수료를 할인된 가격으로 납부할 수 있으면서도, 장기적으로도 가격 상승에 의한 수익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이더리움의 기술적 대체재가 되고자 하는 3세대 블록체인, 최근 세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있는 NFT(Non-Fungible Token), IT 대기업이 만든 프라이빗 블록체인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다양한 테마의 디지털 자산이 존재합니다. 다만 옥석을 가리는 연습을 해야하며 큰 인기를 끈다고 해서 무작정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며, 어떤 테마의 디지털 자산이 앞으로 4차산업혁명의 주역이 되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지 고려하면서, 거시적 관점으로 투자 자산을 선택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또한 Bottom-up 관점에서는 어떤 프로젝트가 믿을 수 있는 훌륭한 팀과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어서 다음 글에서는 포트폴리오에 편입한 디지털 자산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현명 디에이그라운드 대표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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