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를 사칭해 프로젝트를 상대로 암호화폐를 갈취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피의자는 프로젝트로부터 갈취한 토큰을 전량 매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애꿎은 투자자들까지 가격 급락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0일 암호화폐 프로젝트 에이피엠 코인(apM)은 경찰이 거래소 사칭 피의자 A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 송치했다고 밝혔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경법)에 따른 사기 혐의다.
'에이피엠 코인'은 동대문 의류 도매 브랜드 에이피엠의 협력사 개념으로 지난 2019년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했다. 이후 동명의 암호화폐 에이피엠 코인(APM)을 발행하고, 빗썸에 상장 심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지난해 9월 본인을 빗썸 내부 관계자라고 밝힌 A씨가 에이피엠 코인측에 접근했다. A씨는 상장 제반비용을 요구했고, 의례적인 상장절차라고 판단한 에이피엠 코인 측은 전체 발행량의 3%에 해당하는 5,437만5,000 APM을 그에게 제공했다. 당시 1APM 시세는 80원. A씨의 사기 행각에 에이피엠 코인은 한 순간에 43억 5,000만 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갈취 당한 셈이다. 에이피엠 코인 관계자는 "A씨는 업계 초기부터 활동하던 사람"이라며 "워낙 여러 곳에 발을 걸치고 있어 빗썸에서도 일을 도와주고 있는 것으로 판단해 큰 의심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A씨가 빗썸 관계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하면서 드러났다. 상장 한 달 뒤의 일이다. 대량 매도 물량과 암호화폐 가격 급락을 수상하게 여긴 에이피엠 코인은 해당 사건을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A씨가 상장비용을 명목으로 받아간 APM이 모두 매도됐다는 사실을 파악했고, 또 빗썸으로부터 A씨가 관계자가 아님을 공식 확인했다.
실제 지난해 10월 20일 최고 212원에 거래되던 APM은 같은 해 11월 1일 70원까지 급락했다. 열흘 만에 66%가 감소한 것이다. 11월 20일에는 최저 17원까지 가격이 밀려났다.
에이피엠 코인 관계자는 "사기 혐의로 A씨를 신고했고, 경찰의 혐의를 인정해 검찰에 해당 사건을 송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는 A씨가 매도한 물량을 몇 차례에 걸쳐 모두 회수했다"고 강조했다. 투자자 손해를 줄이기 위해 장내 매매를 통해 일종의 '자사주 매입'을 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예상치 못한 피해를 겪게 해 매우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APM은 4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빗썸 측은 "해당 건은 검찰 송치가 완료된 사항인 만큼 향후 소송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사칭 피의자인 A씨에 대해서는 필요에 따라 법적 조치를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가 투명하게 바뀌지 않으면 비슷한 사기 범죄가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들은 아니라고 하지만, 아직도 상장피(fee)가 관행인 줄 아는 프로젝트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마케팅 비용, 기술 개발 비용 등을 수취하는 한 오해는 계속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프로젝트 스스로 철저한 검증을 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상장을 앞둔 거래소와 충분히 소통하고, 실제 관계자가 맡는지 수차례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을 원하는 프로젝트의 간절함을 악용하는 사기가 많다"며 "철저한 검증과 확인이 최선의 예방"이라고 말했다.
- 노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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