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충격이 세계를 강타했던 지난 2020년 3월 이후, 암호화폐 시장에 유례없는 상승이 찾아왔다. 여러 국가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시중에 풀어놓은 유동성이 상당 부분 암호화폐 시장으로 흘러들어왔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전체 시가총액은 10배 이상 성장했으며 비트코인을 비롯해 상당수 암호화폐가 전고점을 훌쩍 넘어섰다.
비트코인 기준으로는 상승 분위기가 1년 넘게 지속되고 있지만 모든 코인의 가격이 상향 곡선을 타는 것은 아니다. 힘이 떨어진 코인들은 가격 뒷걸음질을 시작했다. 특히 올해 5월 이후 몇 차례 이뤄진 가격 조정을 통해 옥석이 확연히 가려지는 모양새다.
업계에서 주요하게 손꼽는 암호화폐 흥행 키워드는 탈중앙화금융(디파이, De-Fi)와 대체불가능토큰(NFT) 등이다. 요즘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디파이와 NFT가 가능한 ‘플랫폼 블록체인’으로 몰리고 있고, 이 조건이 맞아야 지난 1년간의 상승분을 뚫는 추가적인 가치 성장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1년 새 이 두 분야에 들어간 자산 규모는 지난 19일 기준으로 각각 4.79배, 278배 증가했다. 18일 기준 시가총액 상위 10개 암호화폐 중, 대장주 격인 비트코인과 스테이블 코인인 테더(USDT)를 제외하면 추가적인 디파이 섹터 개발 추진 계획이 없는 코인은 하나도 없을 정도다. NFT를 지원하는 플랫폼은 대부분 디파이는 당연하게 지원하는 분위기다. 왜 이렇게 많은 블록체인들이 자신의 네트워크 위에서 디파이를 구현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일까.
디파이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탈중앙화 금융 서비스를 말한다. 오늘날에는 프로그래밍화 된 서비스 형태의 프로토콜을 디파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그 원류는 중개기관 없이 금융 계약을 가능하게 해 주는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 컨트랙트의 원조 격인 이더리움은 지난 2017년 암호화폐 열풍 때부터 탈중앙화 금융 서비스 덕을 톡톡히 봤다. 이전까지는 중개자 역할을 해 주는 에스크로(escrow) 없이는 온라인을 통한 투자가 불가능했는데, 이더리움의 등장 덕분에 그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수천 개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스마트 컨트랙트 기능과 ERC-20이라는 블록체인 표준을 통해 디앱(dApp)을 만들고 자금을 모았다. 2017년 한 해 동안만 약 59억 달러가 이더리움 플랫폼 위에서 모금됐다. 이 시기 나왔던 프로젝트들이 대부분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사라졌지만, 이더리움은 이 때부터 비트코인에 이어 시가총액 2위 암호화폐의 위상을 굳혔다.
지금의 디파이 붐은 2020년 6월, 암호화폐 예치 및 대출 서비스인 컴파운드(Compound)의 등장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컴파운드는 자사 제품을 사용한 모든 이에게 거버넌스 토큰(Governance Token)인 COMP 토큰을 나눠줬다. 암호화폐 대출을 일으키고 컴파운드에 내는 이자보다, 대출 인센티브로 받는 COMP 토큰의 가치가 더 많아지자 사용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이른바 일드파밍(Yield Farming)의 개념이 등장한 첫 사례다. 이후 컴파운드를 필두로 유동성 풀의 가치는 폭발적인 성장을 하며 디파이 일드파밍은 큰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 기름을 부었던 것이 와이언 파이낸스(Yearn Finance)의 창시자 안드레 크로네(Andre Cronje)가 주창했던 ‘페어 런치(Fair Launch)’라는 개념이다. 그는 디파이 프로젝트의 인센티브 토큰이 모두 제품을 실사용하는 사용자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1Inch, 유니스왑 등의 대형 프로젝트가 사용자들에게 거버넌스 토큰을 에어드랍하며 이 대열에 참여했다. 이런 기조는 디파이 사용자들에게 거의 상식처럼 굳어졌다.
이렇게 ERC-20 표준을 채택한 디파이 프로젝트들이 우후죽순 생겨나자 이더리움 플랫폼이 붐비기 시작했다. 디파이 데이터 제공 사이트인 댑레이더에 따르면 2020년 5월 말부터 9월 말까지 약 4개월 동안 프로토콜을 사용한 이더리움 활성화 지갑 수가 4배 증가했다. 사용량이 많아지면서 같은 기간 이더리움 가격도 약 75% 증가했다.
이후 이더리움 디파이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2020년 5월에는 네트워크에 예치된 자산(Total Value Locked, TVL)이 7,000만 달러 정도에 불과했지만, 같은 해 10월에는 100억 달러, 그리고 올해 10월에는 900억 달러 선을 넘나들고 있다.
이더리움 디파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이더(ETH)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트랜잭션 수수료를 이더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사용량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이더리움의 가치도 높아졌다. 2020년 5월 전체 암호화폐 중 9% 수준이던 이더리움의 시가총액 비중은 올해 10월 기준 18%대로 2배 증가했다.
네트워크가 붐비면, 그곳에서 쓰이는 화폐의 가치는 자연스럽게 오를 수밖에 없다. 이더리움의 자리를 노리는 알트코인들이 자신들의 플랫폼에 디파이 생태계를 앞다투어 조성하는 이유다. 이더리움 진영에서는 이들에 맞서 레이어2 솔루션 등을 도입하며 지금보다 더 저렴한 거래 수수료 등으로 사용자 잠금효과(Lock-In Effect)를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더리움 디파이를 사용하던 자금의 이탈을 확실히 묶어두지 못하면 네트워크의 가치도 떨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더리움은 디파이 섹터가 성공적으로 성장한 가장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이더리움에서 성공을 거둔 서비스를 그대로 복사-붙여넣기 식으로 다른 블록체인에 이식하는 경우도 많다. 예치 및 대출, 탈중앙화거래소(DEX), 합성 파생상품 서비스가 디파이 생태계의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로 꼽힌다. 다음은 이더리움의 핵심 디파이 서비스들이다.
기고자 소개: 블리츠 랩스(Blitz Labs)는 글로벌 블록체인 팀들의 한국 / 아시아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크로스보더 블록체인 어드바이저리 펌입니다
- 블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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