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시즌3 종료인가요?”
요즘 크립토 커뮤니티에서 많이 나오는 질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본격적인 통화 긴축 방침을 발표하면서 코인 시장도 좀처럼 힘을 못 받는 분위기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이런 시기일수록 사람들의 눈은 에어드랍으로 향하기 마련이다.
올해 하반기는 높은 수익률을 안겨준 에어드랍 소식이 꾸준히 공개됐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는 dYdX, ENS(Ethereum Name Service), 파라스왑(ParaSwap)을 들 수 있겠다. 이들은 제품을 직접 사용한 전자 지갑에 자신들이 발행한 코인을 넣어줬다. 세 가지 서비스를 모두 사용했던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1,0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봤을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토큰 분배를 레트로액티브 에어드랍(Retroactive airdrop)이라고 부른다. 크립토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에어드랍을 상당히 선호한다. 큰 투자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제품을 쓰기만 하면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마케팅 효과도 높기 때문에 프로젝트들 입장에서도 나쁜 선택이 아니다.
그러나 모든 프로젝트가 이런 방식의 에어드랍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레트로액티브 에어드랍을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아직 코인 공개를 하지 않은 서비스들 중, 이 조건들을 충족하는 프로젝트들을 추려보면 높은 확률로 저위험 투자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얘기기도 하다.
암호화폐 분야에서 레트로액티브 에어드랍을 가장 잘 사용한 사람은 지난 2020년 YFI(yearn. finance)를 출시하며 디파이 유행을 불러왔던 안드레 크로네(Andre Cronje)다. 그는 YFI 성장에 기여하는 사람들에게 기여도에 따라 토큰을 나눠주겠다고 선언했다.
통상 코인 프로젝트의 투자 이익이 배분되는 과정을 보면, 우선 초기에 비공개 투자 라운드에 들어온 기관 투자자가 돈을 많이 가져간다. 낮은 가격에 코인을 사기 때문이다. 반면 나중에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공개 투자 라운드에 들어온 개인 투자자들은 소액의 이익을 보는데 그치거나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안드레 크로네의 방식은 이런 불공정한 분배에 지친 투자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고, YFI는 출시 2개월 만에 시가총액 1조 원 규모의 서비스가 됐다.
안드레 크로네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YFI 제품이 토큰보다 먼저 나왔기 때문이었다. 크립토 프로젝트들은 대개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을 받아서 토큰을 찍어내면서 제품을 함께 만드는데, 이 경우는 제품이 먼저 나왔기 때문에 열성적인 사용자를 추려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부분이 레트로액티브 에어드랍의 기본 요건이다. 일단 서비스 성격 상 토큰이 필요한데, 제품이 토큰보다 먼저 시장에 나와서 사용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2021년 하반기에 진행됐던 레트로액티브 에어드랍들의 사례들을 살펴보자.
● dYdX
- - 지급 지갑 수: 약 6,600개
- - 계정당 지급 토큰 평균값: 약 4,3000 $DYDX
- - 최고가 기준 평균 가격: 약 121,000달러(약 1억 4,500만 원)
- - 에어드랍 지급 제외 조건: 미국 IP 사용자 전원(VPN 사용자 포함)
- - 클레임 퀘스트 여부: 지정된 기간 내 dYdX 플랫폼 내에서 일정 금액 이상 트레이딩
- ●ENS(Ethereum Name Service)
- 지급 지갑 수: 약 94,000개
- 계정당 지급 토큰 평균값: 191.7 $ENS
- 최고가 기준 평균 가격: 약 16,000달러 (약 2,000만 원)
- 에어드랍 지급 제외 조건: 유령 지갑에 소액의 이더리움을 이체하여 ENS 도메인만 다수 생성한 경우 (제외된 지갑 약 700개)
- 클레임 퀘스트 여부: X
●파라스왑(ParaSwap)
- 지급 지갑 수: 총 130만 개 주소 중 약 2만 개 주소만 에어드랍
- 계정당 지급 토큰 평균값: 7,500 $PSP
- 최고가 기준 평균 가격: 약 57,000달러 (약 6,800만 원)
- 에어드랍 지급 제외 조건: 복잡한 기준을 세워 다계정, 유령 지갑, 사용률 낮은 지갑 전부 지급 제외
- 클레임 퀘스트 여부: X
모두 서비스가 먼저 나와서 어느 정도 인지도를 얻으며 활용되고 있던 경우들이다. 물론 사용만 한다고 해서 모두 토큰을 에어드랍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으로 에어드랍 조건을 설정하는 부분에서는 약간씩 차이가 있는데, 한 발짝 들어가보면 여기에도 몇 가지 법칙이 있다.
① 사용자 수가 적으면 별다른 조건 없이 에어드랍을 지급한다.
② 사용자 수가 너무 많은 경우는 기준을 세밀하게 적용해서 보다 확실한 유저층을 구별해낸다.
요약하자면, 이미 사용자가 너무 많은 프로젝트는 에어드랍 당첨 기준을 엄격하게 설정한다. 반면 사용자 자체가 적어서 에어드랍을 통해 의미있는 커뮤니티를 확보하지 못할까봐 염려스러운 프로젝트들은 간단한 기준만 충족하면 토큰을 지급하는 셈이다.
최근 나온 디파이 중 위의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엘레멘트 파이낸스다. 이들은 제품 출시 이후인 지난 2021년 7월에 엘레멘트 거버넌스 모델과 ‘볼트(Vault)’라는 핵심 기능을 발표했다.
볼트는 자산을 예치한다는 점에서 스테이킹과 거의 유사하나 강제 락업 기간을 미리 설정하는 방식이라는 점이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볼트 기능을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거버넌스를 통한 운영이 필요하고, 거버넌스 운영에는 자체 거버넌스 토큰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들은 어차피 토큰을 발행해야 한다.
다음으로 확인해볼 것은 발행될 엘레멘트 토큰을 내가 어렵지 않게 가져올 수 있느냐 하는 점일 것이다. 우선 온체인 데이터를 살펴보면, 현재까지 엘레멘트 파이낸스의 총 사용자는 24,000명, 예치를 진행한 유저는 9,100명, 유동성 제공까지 한 유저는 10,900명에 불과하다. dYdX 에어드랍 지급 대상보다 살짝 많은 정도다.
엘레멘트 파이낸스는 2021년 한 해 동안 두 개의 투자 라운드를 거쳤다. 4월 시드 라운드에서 440만 달러(약 53억 원)를 유치한 엘레멘트는 10월 3200만 달러(약 400억 원)의 시리즈 A 투자를 곧바로 진행했다.
또한 두 라운드 모두 참여한 a16z의 성향 또한 고려해야 할 점이다. a16z는 이전부터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나 인프라의 핵심격 되는 프로젝트에 투자를 진행했다. 이 중 유니스왑(Uniswap), 컴파운드(Compound)는 2020년에 에어드랍 열풍을 일으켰으며 dYdX는 2021년 잠잠했던 에어드랍 열풍을 다시금 일으켰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이미 대형 VC에게 빠르게 많은 자금을 유치한 엘레멘트 입장에선 굳이 토큰 세일을 진행해야 할 필요성이 크지 않으며, 거버넌스를 강성하게 키우겠다는 그들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토큰 세일보단 당연히 레트로액티브 에어드랍이 더욱 적합할 것이다.
물론 세상에 100%는 없다. 에어드랍을 한다 해도 ‘트랜잭션 최소 5회 이상’ 같은 조건을 걸 수도 있다. 비싼 이더리움 네트워크 수수료도 진입 장벽으로 한 몫 한다.
그러나 엘레멘트 파이낸스는 현재 상황적으로나 명분으로나 레트로액티브 에어드랍을 할 가능성이 높다. 앞선 케이스를 생각했을 때 선정 기준을 엄격하게 하여 유저를 필터링 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그 와중에 정작 참여한 사람은 얼마 없는, 사실상 소문만 잔뜩 나고 참석자는 얼마 없는 잔치라고 볼 수 있다. 기회가 된다면 엘레멘트 파이낸스의 디앱을 한 번 사용해보길 추천한다.
(엘레멘트 파이낸스의 사용법에 대한 내용은 다음 포스팅에서 다룰 예정이다.)
기고자 소개: 블리츠 랩스(Blitz Labs)는 글로벌 블록체인 팀들의 한국 / 아시아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크로스보더 블록체인 어드바이저리 펌입니다.
- 블리츠 기자
- woo@decent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