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시스템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거점을 마련하고 본격적으로 암호화폐 기업 투자에 나섰다. 한화그룹 3세 중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에 이어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까지 암호화폐 기업 투자에 뛰어들면서 관련 사업 확대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시스템은 디지털 플랫폼 사업 확장을 위해 2월 샌프란시스코에 사무소를 설립했다. 업계에선 이 사무소가 해외 유망 암호화폐 기업을 발굴하는 회사의 핵심 기지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샌프란시스코는 글로벌 암호화폐 벤처캐피털(VC)과 소통하기 수월하고 스타트업을 직접 찾기 용이한 지역으로 꼽힌다.
한화시스템의 이번 사무소 설립은 ㈜한화를 중심으로 그룹 주력 계열사와 신사업을 이끄는 김 대표가 진두지휘했다는 후문이다. 3월에는 김 대표가 직접 미국을 찾아 앤드리슨 호로위츠 등 복수의 글로벌 암호화폐 전문 VC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그 자리에서 이들이 운용하는 펀드에 참여할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와 한화시스템이 암호화폐 기업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에는 김 대표의 동생인 김 부사장의 영향이 컸다는 뒷말이 나온다. 한화그룹 금융 계열사의 디지털 신사업을 맡고 있는 김 부사장은 일찍부터 암호화폐 기업에 투자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2월 퀄컴이 보유한 두나무 지분 6.15%를 583억 원에 인수했는데 이후 두나무 기업가치는 20배 가까이 뛰었다. 한화투자증권은 2020년 암호화폐 공시 플랫폼인 쟁글 운영사 크로스앵글에도 40억 원을 투자했다. 쟁글이 올해 4월 170억 원 규모 시리즈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면서 이 회사의 기업가치 역시 2년 전보다 4배 이상 늘었다. B 투자는 기술이 본격적으로 상품화하는 단계의 투자를 뜻한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알아보는 김 부사장의 안목에 김 대표의 결단이 더해지면서 최근 한화그룹의 암호화폐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국내에서 증권형토큰공개(STO) 허용 가능성이 언급되기 시작한 지난해 9월 한화시스템이 증권형토큰발행 플랫폼 ‘시큐리타이즈(Securitize)’에 226억 원을 투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 도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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