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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은 ‘미래 먹거리’···글로벌 스탠다드 발맞춰 역차별 방지해야”

[블록체인, 보이지 않는 고릴라를 찾아라]

<4·끝> 전문가제언

■국내 블록체인 산업 육성을 위한 전문가 대담

이해붕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장

이정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권오훈 차앤권 법률사무소 변호사


주요 선진국에서는 블록체인을 미래 기술로 삼아 적극 육성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블록체인 산업 육성에 대한 논의가 여전히 더디다. 블록체인 기술 자체보다는 투자대상으로 암호화폐가 상대적으로 부각되면서 기술 육성보다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금융 규제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제도 정비가 늦어지면서 주요 블록체인 프로젝트 상당수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등 국내 블록체인 산업이 동력을 잃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최근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위한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는 등 법제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내 증권형토큰(ST·Security Token) 가이드라인 발표도 앞두고 있다. 서울경제 디센터는 블록체인 전문가로부터 현행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규제의 문제점과 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방향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좌측부터)권오훈 차앤권 법률사무소 변호사, 이정수 서울대 교수, 이해붕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장




◆ 적절한 규제로 기업 진입 도와야

블록체인 전문가들은 현행 규제가 기업의 블록체인 사업 진출을 막아 산업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평가했다.

이해붕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장은 “게임업계 등 많은 기업이 자체 메인넷 구축에 투자하고 있으며, 블록체인 인프라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 등 대기업도 블록체인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 시점에 필요한 것은 산업 발전에 맞는 빠른 제도 정비와 투자자 보호다. 한국은 디지털 자산 거래 규모가 전 세계 3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합리적인 규제와 투자자 보호 방안이 부족하다. 법적 가이드라인이 없어 관련 기업들의 (블록체인 산업) 진입이 늦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현행법상 기업의 암호화폐 투자는 막혀있지만, 이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권오훈 차앤권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블록체인 기술은 장려하되 기업의 암호화폐 투자는 철저하게 막는 방향이었다"며 “기술 장려도 정부부처 주도의 기술 지원책이었지만 웹3.0 시대의 유니콘 기업은 국가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블록체인 기업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른 기업으로부터 암호화폐를 통한 투자 유치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기업과 시장참여자들이 블록체인의 존재 가치를 먼저 증명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정수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과 시장참여자들이 먼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투자 대상뿐 아니라 세상을 이롭게 하는 기술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며 “암호화폐나 가상자산처럼 금융과 바로 맞닿아 있는 용어보다는 블록체인이나 분산원장기술과 같이 기술에 집중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미래 먹거리’ 선점 위해선 빠른 제도화 필요

블록체인 전문가들은 블록체인이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현행 규제를 개정하고 국내 블록체인 생태계를 육성해야 한다고 보는 이유다.

권 변호사는 “산업화 이후 정체 상태인 한국의 성장을 위해서는 ‘혁신’ 경제가 필요하다. 블록체인은 세계 유수의 기업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주목하는 혁신 기술"이라며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킬러 앱(Killer App)’이 나온 후에는 (후발주자가 기술과 시장 선점을) 따라잡기가 어렵기 때문에 한국이 최대한 빠르게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는 IT기술 및 인프라뿐 아니라 게임,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등 우수한 자원이 있어 블록체인 분야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고 보고 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이전의 산업혁명을 선도하지 못했지만, 우리나라의 IT기술과 인프라는 세계적인 수준이며 국민들도 교육수준이 높고 변화에 능동적이다"라며 “제4차 산업혁명에서는 선도적 지위를 점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블록체인 기술이 미래 먹거리이자 변화의 방향이고 우리나라가 잘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 글로벌 스탠다드 발맞춰 ‘역차별’ 방지

전문가들은 국내 블록체인 생태계 발전을 위해선 무엇보다 글로벌 표준에 발맞춰 국내 규제를 정비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 교수는 “정부는 투자자가 시장을 떠나지 않도록 (투자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보호법제를 만들고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제도적 기초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기본 제정을 통해 외국과의 규제 차이로 한국의 블록체인 생태계가 도태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권 변호사는 “한국 기업이 역차별 당하지 않는 규제 환경을 만들어 최소한 해외 경쟁 국가보다는 기업 친화적 환경 제공해야 해외 프로젝트도 한국으로 유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뿐 아니라 업계 자체의 노력도 동반돼야 한다. 그동안 거래소의 ‘가두리 펌핑’이나 테라·루나 사태 등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관련 많은 사건 사고로 인해 업계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진 부분도 있다.

권 변호사는 “이미 자리 잡은 블록체인 기업의 경우 준법 역량을 높여 신뢰성을 회복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센터장은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뿐 아니라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업계는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에 앞장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정우 기자
woo@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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