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블록체인 플랫폼인 클레이튼의 거버넌스카운슬(GC) 상당수가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통해 노드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클레이튼은 소수의 GC들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검증하는 구조인데, 이마저도 상당수가 중앙화된 서비스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카카오가 '먹통 사태'를 빚은 가운데, 클레이튼도 카카오의 중앙집중형 네트워크와 닮은꼴이라는 비판에 무게가 실린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클레이튼 네트워크를 검증하는 GC의 절반 이상이 AWS를 통해 노드를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클레이튼 네트워크의 상당 부분이 단 한 개의 중앙화된 회사에서 관리된다는 뜻이다. GC는 클레이튼 블록체인 검증인 집단으로서 블록을 검증하고 생성하는 대가로 클레이(KLAY)를 보상으로 받는다. 그런데 이들이 네트워크를 직접 구축하는 대신 AWS의 서버를 빌려 노드를 운영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하드디스크를 직접 구매해 데이터를 저장·관리하는 대신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처럼 클레이튼 GC들이 AWS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은 자체 서버 구축에 드는 비용과 수고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클레이튼 네트워크 검증에 참여한다고 해서 큰 돈이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GC로서는 자체 서버를 마련하는 게 상당히 성가신 일”이라며 “GC들의 AWS 셋팅을 도와주고 수수료를 받는 중간 업체까지 껴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간 클레이튼의 취약점으로 지적돼 온 기술적 오류가 중앙화된 네트워크 구조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다. AWS와 대행업체에 서버를 맡겨뒀을 뿐 사실상 GC들이 클레이튼 네트워크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GC 기업들은 네트워크를 검증한 대가로 블록생성 리워드만 받아가면 그만”이라며 “클레이튼에서 오류가 발생하든 말든 네트워크 품질 문제는 GC들의 관심 밖”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33개의 GC 중 절반은 클레이튼 메인넷과 무관한 기업들이다. 셀트리온과 GS리테일 등 블록체인과 관련 없는 기업들도 다수 이름을 올리고 있다. 클레이튼은 대중화를 목표로 전통적인 대기업들 위주로 GC를 꾸렸다는 입장이지만, 그간 GC들의 기여가 전무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불만은 꾸준히 제기됐다.
최근 KLAY 가격이 100원대까지 폭락하자 클레이튼 팀은 바이백과 투자 활동 대폭 축소 등 가격 부양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무늬만 탈중앙화’를 벗어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탈중앙화 수준은 블록체인 메인넷 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며 “단기적인 가격 부양책에 앞서 GC 참여 방안 등 탈중앙화 로드맵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홍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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