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로 전세 사기와 주차 등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를 실현하려면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조일현 클레이튼 재단 부사장은 30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2023 글로벌 블록체인 인천 컨퍼런스(GBIC)'에서 ‘블록체인과 도시의 미래’를 주제로 토론하며 이같이 밝혔다. 조 부사장은 일상의 불편함을 해소해 일반 대중의 공감을 얻어야 블록체인을 대중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전세 사기와 같은 어려움을 블록체인으로 해결하면 일반 사람들도 관심을 가질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정치인도 관심을 기울이고 관련 정책도 많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세는 한국에서 중요한 제도지만 이를 제대로 관리할 인프라가 없다”며 “(전세 제도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선) 전세금을 토큰화하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임차인이 전세금을 임대인의 에스크로 계정으로 보내면 입금된 전세금을 기반으로 토큰을 발행해 임대인에게 지급하는 방법이 있다. 임대인은 토큰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투자할 수 있다. 임차인의 전세금은 반환 시기까지 에스크로 계정에 보관된다. 토큰이 전세금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다는 일종의 ‘증명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임대인이 임차인의 전세금으로 주식 등 다른 곳에 투자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세금을 그대로 보존하면 임차인이 추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도시의 주차 문제를 블록체인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날 토론에 함께한 김정은 인하대 공학대학원 교수는 “도시에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바로 주차 문제”라며 “블록체인을 접목해 신뢰할 수 있는 합의를 기반으로 공유 주차장을 운영할 수 있다”고 했다. 빌라 등의 유휴 주차장을 사적으로 개방하면 도난, 시간 위반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온체인에 주차 차량에 대한 정보를 기록하고 스마트컨트랙트로 이용 시간을 관리하면 주차장을 투명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블록체인 기술로 시민 연대를 강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회적 자본인 시민 연대감을 높여 도시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석좌교수는 “스웨덴의 스톡홀롬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도시인 이유를 분석해보니 ‘커뮤니티에 대한 연대감’이 원인이었다”며 “(웹3 커뮤니티와 탈중앙화 자율조직 등을 통해) 강력한 연대감을 조성하면 도시 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제안이 실현되려면 웹3와 블록체인을 포용하는 정책적 지원이 함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 석좌교수는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실생활에서 체감하도록 정책화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기술과 정책이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부사장은 “기술은 항상 준비돼 있다.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며 “다양한 사업을 검토했는데, 규제 때문에 실천으로 옮기지 못한 부분이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 최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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